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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구 상증세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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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

주식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구 상증세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아

해설








| 요약 |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조세회피 목적으로 주식 등의 명의를 신탁하는 것을 그 주식 등을 증여한 것으로 의제한다. 그 결과 명의수탁자는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구 상증세법’) 제45조의 2 제1항 및 제4조 제1항에 따라 증여세 납세의무가 있었고, 제68조 제1항에 따라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세 신고의무도 있었다(2018.12.31. 법률 제16102호로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부터는 명의수탁자가 아닌 명의신탁자에게 증여세 납세의무 및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이하의 평석 내용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그런데 명의수탁자가 자진하여 명의수탁임을 밝히면서 증여세를 신고할 리는 없을 것이다. 결국 명의수탁자는 ① 증여세 납부의무 외에, ② 증여세 미신고에 따른 장기부과제척기간을 적용 받고 무신고가산세까지 부과받게 된다. 이 사건에서는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구 상증세법 제68조 제1항 규정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①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인한 증여세는 명백히 조세에 해당하므로 증여세 신고의무 이행의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고, ②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진술거부권, 평등권,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므로 그 침해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으며, ③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기는 하지만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실질적으로 행정벌이므로, 명의수탁자가 자진하여 증여세를 신고할 의무를 이행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의수탁자로 하여금 조세회피 목적을 자인하게 하여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고, 내심의 윤리적 판단에 관한 의사표명을 강제하여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관계



가. 과세관청은, A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조세회피 목적으로 청구인들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하였고, 청구인들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① 청구인들에게 무신고에 따른 15년의 장기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였으며, ② 무신고가산세 및 납부불성실가산세까지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과처분’).




나. 청구인들은 이 사건 부과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지만 1심에서 청구기각되었다(패소). 청구인들은 항소심 진행 중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5.12.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제4조에 따라 증여세 납세의무가 있는 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지만, 항소심 법원은 위 신청을 각하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쟁점의 정리


관련 법령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 2 제1항은 조세회피 목적으로 주식 등의 명의를 신탁하는 것을 그 주식등을 증여한 것으로 의제한다. 그 결과 명의수탁자는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증여세 납세의무가 있었고, 제68조 제1항에 따라 명의신탁재산에 대한 증여세 신고의무도 있었다(2018.12.31. 법률 제16102호로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부터는 명의수탁자가 아닌 명의신탁자에게 증여세 납세의무 및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이하의 평석 내용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1) 이 사건에서는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 자체가 문제된 것이 아니고,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위 제68조 제1항 규정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1) 개정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8.12.31. 법률 제16102호로 개정된 것) 제4조의 2 제2항 및 부칙 제3조에 따라, 2019.1.1. 이후 증여로 의제되는 명의신탁부터는 명의수탁자가 아닌 명의신탁자가 증여세 신고ㆍ납부의무를 지게 되었다.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2015.12.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8조 【증여세 과세표준신고】

제4조에 따라 증여세 납세의무가 있는 자는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제47조와 제55조 제1항에 따른 증여세의 과세가액 및 과세표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제4조 【증여세 납세의무】

수증자는 이 법에 따라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단서 생략)

⑤ 제2항과 제45조의 2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수증자가 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증여자가 수증자와 연대하여 해당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를 진다.



제45조의 2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등이 필요한 재산(토지와 건물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14조에도 불구하고 그 명의자로 등기등을 한 날(그 재산이 명의개서를 하여야 하는 재산인 경우에는 소유권취득일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말일의 다음 날을 말한다)에 그 재산의 가액을 명의자가 실제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조세회피의 목적 없이 타인의 명의로 재산의 등기등을 하거나 소유권을 취득한 실제소유자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경우



청구인의 주장


첫째, 명의신탁은 본래 증여가 아니다. 하지만 상증세법 제45조의 2는 명의수탁자가 명의수탁재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부과한다. 이는 명의신탁행위를 막기 위한 제재이므로, 명의수탁자에게 부과되는 증여세의 실질은 조세가 아니라 행정벌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벌을 받게 될 명의수탁자에게 스스로 과세당국에 대해 자진하여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어서, 명의수탁자에게 기대가능성이 없는 것을 요구하는 결과이므로 행정벌의 본질에 반한다.
둘째, 명의신탁 재산이 부동산인 경우에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 적용되는데,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자 또는 명의수탁자 누구에게도 자신이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는 사실을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 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의신탁재산이 부동산이 아닌 주식 등의 재산이라는 이유로 명의수탁자에게 자진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바, 이는 명의신탁이라는 같은 것을 서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셋째, 명의신탁 증여의제 조항은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는데, 조세회피가 조세포탈에 해당할 경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자에게 신고의 방식으로 스스로 그 사실을 밝히도록 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12조 제2항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조세회피 목적을 자인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되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헌법재판소 결정례의 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세임이 분명하고, 그 신고의무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부과되는 증여세가 행정상 제재의 성격을 갖는 측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국회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법률로 정할 수 있고(헌법 제59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지는바(헌법 제38조) 위와 같이 명의신탁 당사자들이 부담하는 증여세 역시 헌법상 국민의 납세의무에 근거하여 국가가 재정충당의 목적으로 법률 규정에 따라 반대급부 없이 국민에게 강제적으로 부과징수하는 조세임이 분명하고, 그 신고의무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 부동산 명의신탁은 주식 등에 대한 명의신탁과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양자를 달리 취급하더라도 평등권 제한이 문제되지 않는다


주식 등에 대한 명의신탁을 규율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의신탁을 내세운 조세회피를 방지하여 조세정의와 조세형평 등을 도모하기 위한 것임에 반하여, 부동산 명의신탁을 규율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은 조세회피 방지뿐만 아니라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ㆍ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에 차이가 있으므로, 주식 등 명의신탁과 부동산 명의신탁은 비교집단이 아니다.

다. 조세회피와 조세포탈은 견련성이 적으므로, 조세회피 목적을 인정하도록 만든다고 하여 조세포탈에 관한 불리한 진술을 강요한다고 볼 수 없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어야만 성립한다. 주식등을 명의신탁한 경우 조세회피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명의신탁할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그 후 실제 조세를 포탈하였는지 여부와 조세회피 목적은 서로 관련성이 적다는 점에서 증여세 신고가 조세포탈을 시인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나,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가 있어야 하고, 명의위장 사실만으로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즉, 조세회피 목적과 조세포탈은 그 요건이 서로 달라 그 인정 여부에 반드시 견련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증여세 신고의무를 이행한다고 하여 곧 조세포탈죄를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없으며, 신고의무 이행 시 곧바로 조세포탈행위의 처벌을 위한 자료의 수집 절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어서, 진술거부권이 제한되지 않는다.

아울러 증여의제조항에 의하여 부과되는 증여세는 법률이 규정하는 세금의 하나일 뿐이므로 무죄추정의 원칙도 적용될 수 없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의신탁 행위라는 객관적 사실만을 신고대상으로 하므로, 양심의 자유의 보호범위를 건드리지 않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의신탁을 했다는 객관적 사실, 즉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할 뿐, 개인의 세계관ㆍ인생관ㆍ주의ㆍ신조 등이나 내심에서의 윤리적 판단을 고지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양심의 자유를 직접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마.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납세자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지만, 침해하지는 않는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의신탁 당사자에게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제한한다.

하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아래와 같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지는 않는다.

①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 주식 등의 명의신탁은 자산 상태를 조작하거나 주식 소유를 분산시켜 누진세율의 적용을 피할 수도 있어, 조세회피 방법으로 널리 이용될 우려가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의신탁을 내세운 조세회피를 방지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려는 것으로서,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② 침해의 최소성 : 증여세 신고의무 대신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을 과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것이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가능한 여러 수단 가운데 무엇이 덜 침해적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단의 선택은 입법형성의 범위 안에 있다. 명의신탁 당사자라고 일률적으로 신고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조세회피목적이 인정되어야 증여의제가 되고 신고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서, 과도한 제한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③ 법익 균형성 :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의신탁이 증여 은폐수단이나 조세회피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이러한 공익은 청구인들이 신고의무로 인해 받게 되는 불편보다 훨씬 크다.




평석


가. 헌법재판소는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세의 과세가 행정벌의 실질을 갖는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명의신탁 증여세의 법적 성질이 일종의 행정벌이라는 데에는 실무나 학설상 이견(異見)이 없다(헌재 1998.4.30. 선고 96헌바87 결정).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관한 문헌 중 명의신탁 증여세의 ‘본질’을 조세로 보는 견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조세는 재정의 조달이 주된 목적이어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입법목적부터가 조세회피의 방지 및 제재로서 조세가 가져야 할 기본적 징표마저도 갖추지 못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행정상 제재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면서도, 헌법 제38조 및 제59조에서 정하는 조세법률주의를 근거로 들면서 ‘명의신탁 증여세는 법률상 규정된 조세임이 분명하고, 따라서 그에 대한 신고의무도 정당화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논리대로라면, 의회는 그 실질 또는 내용과 무관하게 어떠한 내용으로든 법률로써 형식상의 ‘조세’를 얼마든지 규정할 수 있고 국민은 이에 대한 신고의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비추어 그 자체로 부당하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은 조세와 관련된 사항은 국회가 ‘법률로써’ 정해야만 한다는 내용으로서 조세의 헌법적 정당화 요건을 정하고 있는 것이지, 국회에게 무슨 내용이든 간에 조세를 법률로 정할 수 있다는 식의 무제한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과세요건이 법률로 명확히 정해진 것일지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고 조세법의 목적이나 내용이 기본권 보장의 헌법이념과 이를 뒷받침하는 헌법상 요구되는 제 원칙에 합치되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설시(헌법재판소 1994.6.30. 선고 93헌바9)에도 어긋난다. 실질이 행정벌이라는 점을 완전히 무시한 채 별다른 논증도 없이, 그 형식이 ‘조세’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헌법적으로 정당화하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질이 행정벌이라면, 설사 그 형식이 조세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조세와는 다르게 취급함이 타당하다. 반대로 외형상 세금 형식을 취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실질이 세금이라면, 그 형식이 무엇이든 그러한 금전적 불이익의 부과에 대해서는 세법의 기본원리 및 이론에 기초해서 풀어가야 한다.

어떤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제재 대상 행위를 신고하도록 요구하고, 다시 그러한 신고의무 불이행을 또다시 제재 대상으로 삼는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벌의 본질에 반하는 측면이 있고, 행정벌 대상자에게 스스로 자신이 행정벌 부과 대상자임을 신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기대가능성이 없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여지가 많다. 이러한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판단을 생략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나. 부동산에 대한 명의신탁과 주식 등에 대한 명의신탁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고, 자진신고의무를 달리할 합리적 이유가 없어 평등권을 침해한다


헌법재판소는 부동산 명의신탁과 주식 명의신탁에는 서로 다른 법률 규정이 적용되고, 각각의 입법 목적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교집단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나 부동산에 대한 명의신탁과 주식 등에 대한 명의신탁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양자 모두 자산의 명의를 신탁하여 진정한 소유관계를 감추려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실명법과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두 명의신탁을 통한 조세회피 및 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목적을 가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양 법률의 입법 목적을 열거하면서 그 문언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하고 있으나, 이런 방식으로 비교하면 입법 목적이 같은 경우는 존재할 수가 없다.

다. 조세회피 목적을 자인하게 되면 조세포탈에 관한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므로, 진술 거부권이 침해되고 무죄추정원칙에 반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명의신탁 행위를 한 이후에 결국 조세포탈 행위로는 나아가지 않은 경우를 가정하여, 이 경우에는 증여세 신고가 조세포탈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진술거부권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조세회피 목적으로 특정한 행위를 해놓고 막상 조세포탈로 나아가지 않는 경우는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가정하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진술거부권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만약 명의신탁 이후 실제로 조세포탈 행위로 나아간 경우라면, 명의신탁 증여세를 신고하여 조세회피목적을 자인하게 만드는 것은, 명백히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2014.7.24. 선고 2013헌바177 결정을 통해 ‘세법상 신고의무를 이행하면 과세절차가 수사절차로 이행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세법상 신고의무 이행이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비록 조세회피와 조세포탈은 요건이 구분되기는 하지만, 명의신탁 증여의제가 조세회피 목적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증여세 신고를 통해 명의신탁행위를 하였음을 자인할 경우 일단 조세포탈에 대한 수사절차로 이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고, 이후 이어지게 되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명의신탁 증여세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곧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

아울러, 명의수탁자가 증여세 신고를 통해 조세회피 목적을 인정할 경우, 그 이후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주장을 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설사, 조세회피 목적을 부인하더라도, 수사 이전에 자진하여 증여세 신고를 하였다는 사실 때문에, 법원으로 하여금 불합리한 예단을 갖게 하여 형사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볼 수 있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순한 사실을 신고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었다는 내심의 의사까지 표명할 것을 강제하므로, 양심의 자유의 보호 영역을 건드린다


만약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객관적 사실만을 신고대상으로 하였다면, 양심의 보호영역에 해당하는 내심의 윤리적 판단과는 관계가 없으므로 양심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순히 사실만을 신고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아니다.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증여의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세회피 목적의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경우에만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내심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자인하도록 만든다.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는지는 명의신탁 당사자 개인의 내면에 속하는 윤리적 판단의 영역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양심의 자유가 제한됨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단순사실을 신고대상으로 할 뿐이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 침해 여부를 판단조차 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마.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 균형성 측면에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세회피를 방지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한다는 입법목적 실현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스스로 명의신탁 증여세에 대한 신고의무를 이행하는 자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의신탁으로 인한 조세회피를 방지한다는 목적 달성은 하지도 못한 채, 명의신탁으로 별다른 이익을 얻지도 않은 수탁자에게 사후적으로 과도한 제재를 가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다.

이미 명의신탁에 대하여 증여세라는 행정벌을 부과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추가적으로 장기부과제척기간과 무신고가산세라는 제재를 더하고 있어 정도가 지나치다. 헌법재판소는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을 가한다고 하여 덜 침해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시하였으나, 그러한 대체적 제재수단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따져봤어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을 둠으로써 과연 조세회피가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방지되는지 의심스럽고, 명의수탁자는 별다른 이익도 얻지 못한 채 심각한 불이익만 당하게 되므로 법익의 균형성마저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 균형성 측면에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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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목 제목 저자 관련 문서번호 등록일
법인세법 박준석 2025-07-17
법인세법 최보광 2025-07-10
부가가치세법 이상준, 윤상범 2025-07-01
분류중 김한준 2025-06-19
분류중 최보광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