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헌법재판소는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세의 과세가 행정벌의 실질을 갖는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명의신탁 증여세의 법적 성질이 일종의 행정벌이라는 데에는 실무나 학설상 이견(異見)이 없다(헌재 1998.4.30. 선고 96헌바87 결정).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관한 문헌 중 명의신탁 증여세의 ‘본질’을 조세로 보는 견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조세는 재정의 조달이 주된 목적이어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입법목적부터가 조세회피의 방지 및 제재로서 조세가 가져야 할 기본적 징표마저도 갖추지 못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행정상 제재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면서도, 헌법 제38조 및 제59조에서 정하는 조세법률주의를 근거로 들면서 ‘명의신탁 증여세는 법률상 규정된 조세임이 분명하고, 따라서 그에 대한 신고의무도 정당화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논리대로라면, 의회는 그 실질 또는 내용과 무관하게 어떠한 내용으로든 법률로써 형식상의 ‘조세’를 얼마든지 규정할 수 있고 국민은 이에 대한 신고의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비추어 그 자체로 부당하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은 조세와 관련된 사항은 국회가 ‘법률로써’ 정해야만 한다는 내용으로서 조세의 헌법적 정당화 요건을 정하고 있는 것이지, 국회에게 무슨 내용이든 간에 조세를 법률로 정할 수 있다는 식의 무제한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과세요건이 법률로 명확히 정해진 것일지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고 조세법의 목적이나 내용이 기본권 보장의 헌법이념과 이를 뒷받침하는 헌법상 요구되는 제 원칙에 합치되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설시(헌법재판소 1994.6.30. 선고 93헌바9)에도 어긋난다. 실질이 행정벌이라는 점을 완전히 무시한 채 별다른 논증도 없이, 그 형식이 ‘조세’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을 헌법적으로 정당화하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질이 행정벌이라면, 설사 그 형식이 조세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조세와는 다르게 취급함이 타당하다. 반대로 외형상 세금 형식을 취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실질이 세금이라면, 그 형식이 무엇이든 그러한 금전적 불이익의 부과에 대해서는 세법의 기본원리 및 이론에 기초해서 풀어가야 한다.
어떤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제재 대상 행위를 신고하도록 요구하고, 다시 그러한 신고의무 불이행을 또다시 제재 대상으로 삼는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벌의 본질에 반하는 측면이 있고, 행정벌 대상자에게 스스로 자신이 행정벌 부과 대상자임을 신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기대가능성이 없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여지가 많다. 이러한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판단을 생략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나. 부동산에 대한 명의신탁과 주식 등에 대한 명의신탁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고, 자진신고의무를 달리할 합리적 이유가 없어 평등권을 침해한다
헌법재판소는 부동산 명의신탁과 주식 명의신탁에는 서로 다른 법률 규정이 적용되고, 각각의 입법 목적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교집단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나 부동산에 대한 명의신탁과 주식 등에 대한 명의신탁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양자 모두 자산의 명의를 신탁하여 진정한 소유관계를 감추려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실명법과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모두 명의신탁을 통한 조세회피 및 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목적을 가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양 법률의 입법 목적을 열거하면서 그 문언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하고 있으나, 이런 방식으로 비교하면 입법 목적이 같은 경우는 존재할 수가 없다.
다. 조세회피 목적을 자인하게 되면 조세포탈에 관한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므로, 진술 거부권이 침해되고 무죄추정원칙에 반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명의신탁 행위를 한 이후에 결국 조세포탈 행위로는 나아가지 않은 경우를 가정하여, 이 경우에는 증여세 신고가 조세포탈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진술거부권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조세회피 목적으로 특정한 행위를 해놓고 막상 조세포탈로 나아가지 않는 경우는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가정하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진술거부권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만약 명의신탁 이후 실제로 조세포탈 행위로 나아간 경우라면, 명의신탁 증여세를 신고하여 조세회피목적을 자인하게 만드는 것은, 명백히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2014.7.24. 선고 2013헌바177 결정을 통해 ‘세법상 신고의무를 이행하면 과세절차가 수사절차로 이행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세법상 신고의무 이행이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비록 조세회피와 조세포탈은 요건이 구분되기는 하지만, 명의신탁 증여의제가 조세회피 목적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증여세 신고를 통해 명의신탁행위를 하였음을 자인할 경우 일단 조세포탈에 대한 수사절차로 이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 현실이고, 이후 이어지게 되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명의신탁 증여세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곧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
아울러, 명의수탁자가 증여세 신고를 통해 조세회피 목적을 인정할 경우, 그 이후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주장을 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설사, 조세회피 목적을 부인하더라도, 수사 이전에 자진하여 증여세 신고를 하였다는 사실 때문에, 법원으로 하여금 불합리한 예단을 갖게 하여 형사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볼 수 있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순한 사실을 신고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었다는 내심의 의사까지 표명할 것을 강제하므로, 양심의 자유의 보호 영역을 건드린다
만약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객관적 사실만을 신고대상으로 하였다면, 양심의 보호영역에 해당하는 내심의 윤리적 판단과는 관계가 없으므로 양심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순히 사실만을 신고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아니다.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증여의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세회피 목적의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경우에만 증여세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내심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자인하도록 만든다.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는지는 명의신탁 당사자 개인의 내면에 속하는 윤리적 판단의 영역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양심의 자유가 제한됨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단순사실을 신고대상으로 할 뿐이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 침해 여부를 판단조차 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마.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 균형성 측면에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조세회피를 방지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한다는 입법목적 실현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스스로 명의신탁 증여세에 대한 신고의무를 이행하는 자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명의신탁으로 인한 조세회피를 방지한다는 목적 달성은 하지도 못한 채, 명의신탁으로 별다른 이익을 얻지도 않은 수탁자에게 사후적으로 과도한 제재를 가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다.
이미 명의신탁에 대하여 증여세라는 행정벌을 부과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추가적으로 장기부과제척기간과 무신고가산세라는 제재를 더하고 있어 정도가 지나치다. 헌법재판소는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을 가한다고 하여 덜 침해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시하였으나, 그러한 대체적 제재수단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따져봤어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을 둠으로써 과연 조세회피가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방지되는지 의심스럽고, 명의수탁자는 별다른 이익도 얻지 못한 채 심각한 불이익만 당하게 되므로 법익의 균형성마저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 균형성 측면에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