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 면세제도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이 생산ㆍ제공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하여 과세하는 조세이다.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행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과 재화의 수입 거래에 대하여 과세하고(부가가치세법 제4조),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은 해당 과세기간에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을 합한 금액으로 한다(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1항). 그러나 부가가치세법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도 일정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하여75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부가가치세법 제26조). 그 유형을 보면 생활의 기초가 되는 필수적 재화나 용역 등에 대하여 최종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면세하거나, 토지 등 부가가치세의 부과대상으로 적절하지 아니한 것에 대해 면세하거나 혹은 공익목적의 재화나 용역에 대한 조세정책적 차원에서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있다.
면세사업자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해 매출세액을 납부할 의무가 없고, 매입세액을 환급받을 수도 없다.
면세는 최종 유통단계에서의 공급이 면세되는 경우에는 조세부담 경감의 효과가 있으나, 중간단계에서의 공급이 면세되는 경우에는 면세사업자가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조세부담이 증가하게 되며 최종 과세단계의 매출가격 및 부가가치세도 중간면세가 없는 경우보다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느 재화가 A-B-C-D(최종소비자)의 단계를 거쳐 생산, 유통, 소비되고 A의 매입가액은 0원이며, A, B, C 모두 100원의 판매이익(매출가액-매입가액)을 남긴다고 할 경우, A는 B에게 110원, B는 C에게 220원, C는 최종소비자 D에게 330원의 가격으로 재화를 판매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C-D의 거래 단계가 면세가 되면(최종 유통단계 면세), B-C 사이의 거래가액은 여전히 세후 220원이지만, C-D 사이의 거래가액은 C가 위 면세로 인하여 공제받지 못하게 된 B로부터의 매입세액 20원을 매입원가에 산입하게 된다. 따라서 세전 320원(매입원가 220원 + 판매이익 100원)이 되고 매출에 따른 부가가치세는 면세이므로 결국 그 가격이 최종소비자 가격이 되어 전체로서는 10원만큼 최종 소비자 가격을 낮추게 된다.
반면 B-C의 거래 단계가 면세가 되면(중간단계에서의 면세), B는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하므로 A에게 지급한 110원 전부가 원가가 된다. B는 100원의 판매이익을 남겨야 하므로 C에게 재화를 210원에 판매하게 된다. C 역시 판매이익이 100원이므로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D에게 해당 재화를 310원에 판매하고, 부가가치세를 포함하면 341원(310원에 부가가치세 10% 가산)에 판매하게 되어 결국 최종소비자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공익목적단체가 실비 또는 무상으로 공급하는 재화ㆍ용역에 대한 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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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45조 제1호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공급하는 재화 또는 용역은 사회일반의 이익에 공하는 공익적 재화 또는 용역이 대부분이므로 조세정책적 차원에서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45조 제1호(구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37조 제1호)는 면세대상의 하나로, 종교, 자선, 학술, 구호, 그 밖의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서 주무관청의 허가 또는 인가를 받거나 주무관청에 등록된 단체가 그 고유의 사업목적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공급하거나 실비 또는 무상으로 공급하는 재화 또는 용역을 부가가치세 면세 거래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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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란 사회일반의 복리증진을 고유의 직접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말하고 특정 계층이나 지위 또는 일정한 자격을 가진 자나 특정 업종에 종사하는 자들만의 이익증진 내지 권리보호를 그 고유의 목적으로 하는 단체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95누14428, 1996.6.14., 판결).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작업환경측정기관으로 지정받은 경우(대법원 97누6643, 1997.9.5., 판결), 공영주차장의 관리운영, 불법 주ㆍ정차 차량의 견인과 관리(노상방치차량의 수거 포함)를 수행하는 춘천시주차시설관리공단의 경우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고 보았다. 반면,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를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대법원 95누14428, 1996.6.14., 판결)이나 유스호스텔 운동 주관 법인(대법원 2012두7158, 2012.6.28., 심리불속행 판결), 생활폐기물 처리를 위탁받아 이익을 내고 이를 배당하기도 한 광주지방공사(대법원 2011두18410, 2011.12.8., 판결)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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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실비로 공급하는 재화 또는 용역
실비의 개념과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 재화 또는 용역의 대가가 해당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데 들인 비용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법원이 실비로 공급한 것이라고 판단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① 보사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설립한 비영리사단법인이 노동부로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작업환경측정기관으로 지정을 받은 이래 과학기술처가 공고하는 기술용역대가의 기준에 따라 작업환경측정기술협의회에서 인건비ㆍ장비감가상각비ㆍ관리비 등을 고려하여 책정한 수수료를 받고 작업환경측정용역을 공급하여 왔다면 실비로 공급하는 용역에 해당한다고 보았고(대법원 96누17769, 1997.8.26., 판결), ② 사단법인 농지개량조합연합회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시행하는 농지개량사업 중 환지업무의 대행을 사업목적으로 하여 설립되어, 그 설립 이래 정부로부터 대행자로 지정받고 정부의 직접 보조금과 간접 보조금을 재원으로 하여 아무런 이익을 남기지 않고 실비로 공익사업인 환지사업을 수행하고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수수료를 수수하였다면 실비로 공급한 용역에 해당한다고 하였으며(대법원 83누399, 1985.4.9., 판결), ③ 춘천시주차시설관리공단이 내무부장관의 인가에 따라 설립되어 춘천시가 정한 조건에 따라 용역(공영주차장의 관리, 주ㆍ정차 위반차량에 대한 견인, 이동, 보관, 관리 및 이의 부대사업)을 공급하면서 발생하는 수입금을 전액 춘천시에게 지급하고 그 대신 예산 전도자금으로 위 용역의 공급에 필요한 인건비, 관리비 등의 운영경비를 지급받아 사용한 뒤 남은 금원마저 전액 반환한 경우 이는 용역의 공급을 위한 실비변상적 경비에 그치는 것으로서 실비로 용역을 공급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98두9301, 2000.7.4., 판결).
반면,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례에서는 실비로 공급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① 사단법인 대한요가협회의 분사무소가 일반인인 준회원에게 요가운동법의 연구 및 보급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회비, 교재비 및 교육비 등을 지급받았는데 그 금액에 차등을 주거나 분사무소마다의 그 용역에 대한 대가도 차이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실비로 용역을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고(대법원 2007두23255, 2008.6.12., 판결), ② 광주지방공사는 지방공기업법 및 경기도 광주시의 광주지방공사설치운영조례에 따라 환경기초시설 위탁관리 및 운영 등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지방공사로서 광주군과 ‘광주군 환경기초시설 운영ㆍ관리 위ㆍ수탁계약’을 체결하고 2000.1.1.부터 환경기초시설 운영ㆍ관리용역을 수행해 왔고, 2001.4.4.에 2000년도 당기순이익 220,200,000원을, 2005.4.13.에 2004년도 당기순이익 295,220,000원을 출자자에 배당하였으며, 광주지방공사설치운영조례에 따르면 광주지방공사가 그 용역 업무를 대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광주시가 부담하지만 결산한 결과 이익이 생긴 때에는 ‘이월결손금의 보전, 이익준비금의 적립, 주주에 대한 이익 배당, 정관에 정하는 바에 의한 적립금의 적립’의 순서로 처리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광주지방공사는 그 용역 수행과 관련하여 광주시로부터 매년 인건비, 경비, 일반관리비와 이윤으로 구성된 위탁관리비를 지급받아 온 사안에서, 광주지방공사가 그 용역을 공급한 대가로 광주시로부터 ‘이윤’을 포함한 위탁관리비를 지급받아 왔고, 나아가 광주지방공사의 결산 결과 이익이 생긴 때에는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을 예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익배당을 하기도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광주지방공사가 그 고유의 사업목적을 위하여 실비로 이 사건 용역을 공급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1두18410, 2011.12.8., 판결).
대상판결의 의의
부가가치세법은 개별적인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거래를 부가가치세 과세대상 거래로 규정하고 있다(부가가치세법 제4조). 따라서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인지 여부도 개별적인 거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부가가치세법의 일관된 해석상 옳을 것이다. 대상판결은 실비로 공급하는 재화 또는 용역에 해당하여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개별적인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그 기준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원심은 사업 분야라는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여 실비 여부를 판단하였지만, 해당 기준은 부가가치세법에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각 사업 분야에 포함된 개별 사업들은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다르고 사업의 기간이나 내용 등에서 차이가 나므로 이들을 묶어서 하나의 공급단위로 보아 실비 공급 여부를 판단할 합리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본건과 같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업비나 보조금을 지원받아 공익사업을 하는 경우 해당 보조금 등으로 대부분의 투입 비용이 보전된다. 여기에 더해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수수료 등의 대가를 수령하면 결과적으로 실비로 공급하는 재화 또는 용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비 여부를 판단할 때 이러한 보조금 등은 제외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원심판결 역시 이윤이 발생하는지 판단할 때는 정부출연금을 수입에 포함시키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다만, 대상판결은 ‘개별적인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을 기준으로 실비로 공급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지만, 구체적으로 ‘실비’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떠한 항목들을 비교하여 ‘실비로 공급한 것인지’ 판단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석을 제시하지 아니하여 다툼의 여지를 남겨 주었다는 점에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