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특례제척기간의 취지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 2 제2항은 국세부과제척기간에 대한 특례의 하나로, 제1호에서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감사원법에 따른 심사청구 또는 행정소송법에 따른 소송에 대한 결정 또는 판결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 또는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1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해당 결정 또는 판결에 따라 경정결정이나 그 밖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특례제척기간의 당초 입법취지는 국세에 관한 부과처분이 있은 후에 그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 등의 쟁송절차가 장기간 경과되어 그 결정 또는 판결이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후에 확정된 경우에 있어서 과세관청이 쟁송절차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낸 납세자에 대하여 그 결정이나 판결에 따른 처분조차도 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위 규정을 납세자의 이익을 위하는 경우에만 적용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특례제척기간은 결정이나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1년 내라 하여 당해 결정이나 판결에 따르지 아니하는 새로운 결정이나 증액경정결정까지 할 수 있다는 취지가 아님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하여 위 규정을 오로지 납세자를 위한 것이라고 보아 납세자에게 유리한 결정이나 판결을 이행하기 위하여만 적용된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판시하여, 납세자의 이익에 국한하지 않고 과세관청의 이익을 위하여도 적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93누4885, 1996.5.10.) 판결 등].
2. 특례제척기간의 적용범위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과세단위의 동일성’을 기준으로 위 특례제척기간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처분이 판결이나 결정의 취지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당초 처분과 동일성이 없다고 할 정도에 이르면 특례제척기간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하여, 그 적용범위를 비교적 엄격하게 판단해 온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과세단위 중 인적요소(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부과처분에 대하여, 대법원은 “제2차 납세의무의 성립에는 주된 납세의무의 성립 외에도 주된 납세의무자의 체납 등과 같은 별도의 요건이 요구되는 등 제2차 납세의무자에 대한 부과처분은 주된 납세의무자에 대한 부과처분과는 독립된 부과처분에 해당하는 점, 제2차 납세의무자에 대한 판결 등이 취소하거나 변경하고 있는 과세처분의 효력은 주된 납세의무자에게 미치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제2차 납세의무자에 대한 부과처분을 주된 납세의무자에 대한 납세고지 절차의 하자를 이유로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주된 납세의무자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에 관하여는 특례가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2013다205433, 2015.9.10.) 판결].
다음으로 과세단위 중 물적요소(시간ㆍ장소ㆍ원천)를 달리하는 부과처분에 대하여, 대법원은 ① 과세관청이 1992 사업연도에 산입하여야 할 익금을 1994 사업연도에 잘못 산입하여 1994년 귀속 법인세 부과처분을 한 사안에서, 심판대상은 1994년 귀속 법인세 부과처분에 한정되고, 설령 1992 사업연도에 익금을 산입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심판결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1992년 귀속 법인세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이 이미 경과하였다면, 이에 대하여 특례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2002두11011, 2004.1.27.) 판결], ② 기간과세에 있어서 확정된 결정 또는 판결에서 다투어진 과세처분과 과세기간을 달리하는 기간에 대하여 해당 결정 또는 판결의 취지에 따른다는 명목으로 한 새로운 과세처분에 대해서까지 특례제척기간의 적용을 허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2012두6636, 2012.10.11.) 판결].
이와 같이 과세단위의 동일성을 기준으로 특례제척기간의 적용 여부를 비교적 엄격하게 적용하는 입장에 대하여,
국세기본법 제26조의 2 제2항을 사실상 사문화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2016.12.20. 개정된 국세기본법은 제26조의 2 제2항 제1호의 2를 신설하여, “결정 또는 판결의 대상이 된 과세표준 또는 세액과
연동된 다른 ‘과세기간’의 과세표준 또는 세액”을 추가하였고, 이어서 2021.12.21. 개정된 국세기본법은 “결정 또는 판결의 대상이 된 과세표준 또는 세액과
연동된 다른 ‘세목’의 과세표준 또는 세액”도 추가하여 특례제척기간의 적용범위를 더욱 확대하였다.
│국세기본법상 특례제척기간 적용범위의 확대│
구 분 | 2016.12.20 개정 국세기본법 |
2021.12.21. 개정 국세기본법 |
개 정 내 용 |
제26조의 1 제2항
- 1의
2. 제1호의 결정이나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그 결정 또는 판결의 대상이 된 과세표준
또는 세액과 연동된 다른 과세기간의 과세표준 또는 세액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 제26조의 1 제6항
- 1의
2. 제1호의 결정이나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그 결정 또는 판결의 대상이 된 과세표준 또는 세액과
연동된 다른 세목이나 과세기간의 과세표준 또는 세액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① 특례제척기간의 당초 입법취지는 납세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 ②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이고 그중에서도 예외규정 내지 특례규정은 더욱 엄격한 해석이 요구된다는 점, ③ 확정된 결정이나 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는 그 쟁송대상이 되었던 과세단위에 제한될 뿐이고 이를 넘어서 별개의 과세단위에 관련된 판단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러한 판단에 기판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점, ④ 따라서 그러한 판단을 경정결정이나 그 밖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위 특례규정상의 해당 결정 또는 판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판단의 이유로 들고 있다.
생각건대, 위 특례규정은 당초 입법취지와는 달리 부과제척기간을 예외적으로 연장하는 효과가 있어 실질적으로는 과세관청의 이익을 위하여 존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실제 조세쟁송에서도 거의 대부분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불리한 결정이나 경정처분을 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어 다투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 특례규정은 그 적용범위를 엄격히 제한적으로 해석ㆍ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당초 처분과 별개의 새로운 처분에 해당하는 이 사건 가산세 부과처분에 대하여 특례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본 대상판결의 결론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개정된 국세기본법에 따라 위 특례규정의 적용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정당한 세액의 부과를 통한 국가재정수입의 확보 및 공평과세의 달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여하는 바가 있는 것은 분명할 것이나, 사실상 과세관청의 편의를 위하여 부과제척기간을 예외적으로 연장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고,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당초 처분의 취소를 위하여 소송을 제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특례규정으로 인하여 오히려 당초 처분보다 더 불리한 처분을 받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소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