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예정신고의 개념 및 확정력
양도소득은 장기간의 보유기간에 걸쳐 가치의 증가가 이루어짐에도 그 양도시점에 그 증가된 가치가 일시에 실현된 것으로 보아 그 시점에 한꺼번에 일괄하여 양도소득세가 과세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과세자료를 조기에 처리함으로써 세원의 일실을 방지하고 소득 발생시점에 근접하여 예납적 성격의 과세를 함으로써 조세징수의 효율성을 살리기 위하여 양도소득에 대하여는 예정신고납부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대법원 역시 예정신고납부제도의 입법취지는
소득의 발생 초기에 미리 세액을 납부하도록 함으로써 세원을 조기에 확보하고 징수의 효율성을 도모하며 조세 부담의 누적을 방지하려는 데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법원2009두22850, 2011.9.29.) 판결].
이러한 예정신고에 의하여 양도소득세 납세의무가 확정되는지가 문제되는데, 대법원은 납세의무자가 양도소득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하는 때에 세액이 확정되어 신고와 함께 세액을 납부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그 신고의 범위에 예정신고를 제외하지 않고 있으므로, 예정신고에 의하여도 양도소득세 납세의무가 확정된다는 입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법원2003두8180, 2004.9.3.). 다만 예정신고의 확정력의 내용이 종국적인 것인지(종국적 확정설), 잠정적인 것인지(잠정적 확정설)에 대하여는 예정신고와 확정신고의 관계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 예정신고와 확정신고의 관계
우선, 대법원은 납세자가 양도소득세 예정신고를 한 후 그와 ‘다른’ 내용으로 확정신고를 한 사안에서, “양도소득세는 기간과세의 원칙이 적용되어 당해 과세기간 중에 발생한 양도소득을 모두 합산하여 그 과세표준과 세액을 산출하여 총괄적으로 신고함으로써 구체적 납세의무가 확정되는 점, 예정신고를 이행한 경우에도
소득세법 제110조 제4항 단서, 소득세법 시행령 제173조 제4항 제1호 내지 제3호에 해당하는 때에는 반드시 확정신고를 하여야 하는 점, 그 밖에 예정신고납부의 예납적 성격, 예정신고 및 자진납부의 불이행에 대하여 가산세가 부과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납세자가 양도소득세 예정신고를 한 후 그와 다른 내용으로 확정신고를 한 경우에는 그
예정신고에 의하여 잠정적으로 확정된 과세표준과 세액은 확정신고에 의하여 확정된 과세표준과 세액에 흡수되어 소멸하고, 이에 따라 예정신고를 기초로 이루어진 징수처분 역시 효력을 상실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2006두1609, 2008.5.29.) 판결].
한편, 대법원은 납세자가 양도소득세
예정신고를 한 후 그와 ‘동일한’ 내용으로 확정신고를 한 사안에서, “구
소득세법 제110조 제4항 본문은 예정신고를 한 자는 원칙적으로 당해 소득에 대한 확정신고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납세의무자가 예정신고를 한 후 그와 같은 내용으로 확정신고를 한 경우에는 확정신고에 따른 세액 정산이 이루어지지 아니하므로 예정신고를 한 후 확정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와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 점, 예정신고와 같은 내용으로 한 확정신고는 예정신고 내용을 추인함으로써 예정신고에 의하여 잠정적으로 확정된 과세표준과 세액을 종국적으로 확정하는 의미밖에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납세의무자가 예정신고를 한 후 그와 같은 내용으로 확정신고를 한 경우
예정신고에 의하여 잠정적으로 확정된 과세표준과 세액은 확정신고에 의하여 종국적으로 확정된 과세표준과 세액에 흡수되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유지되고, 따라서 예정신고를 기초로 한 징수처분 역시 효력이 소멸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2009두22850, 2011.9.29.) 판결].
결국 대법원은 예정신고의 확정력에 대하여, 예정신고는 원칙적으로 ‘
잠정적 확정력’을 갖는 것이고, 예정 신고 후 그와 동일한 내용으로 확정신고를 하면 예정신고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그와 다른 내용으로 확정신고를 하면 예정신고의 효력은 확정신고에 흡수되어 소멸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이 사건에 대하여, 원심 법원은 ① 피고는
소득세법 제114조 제2항에 따라 원고의 양도소득세 예정신고 내용에 탈루 또는 오류가 있다는 이유로 양도소득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하였는바, 그 경정처분은 구체적 납세의무 확정의 효력을 발생시키는 부과처분으로서의 성질을 갖게 된다는 점, ②
소득세법 제110조 제4항 본문은 예정신고를 한 자는 원칙적으로 해당 소득에 대한 확정신고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위와 같은 양도소득세 납세의무 확정의 효력이 확정신고라는 원고의 일방적 행위에 의하여 소멸된다거나 원고에게 위와 같은 확정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확정신고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볼 만한 법령상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점, ③ 원고는 피고의 증액경정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 등을 하면서도 이와는 별도로 확정신고를 통하여 기존의 예정신고 및 이에 대한 피고의 경정처분에 대하여 ‘정산’이 아닌 ‘수정’을 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는 점, ④ 만일 확정신고로 예정신고에 의한 납세의무 확정의 효력이 소멸된다면 예정신고에 대한 무신고가산세 부과와 불복절차를 모두 무용지물로 만들게 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예정신고 및 증액경정처분의 효력이 유지된다고 판시하여, 일견 종국적 확정설의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서울고법2017누57846, 2017.11.17.)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위 원심 법원의 판단과 달리, 납세자가 예정신고를 한 후 그와 다른 내용으로 확정신고를 한 경우에는 그 예정신고에 의하여 잠정적으로 확정된 과세표준과 세액은 확정신고에 의하여 확정된 과세표준과 세액에 흡수되어 소멸하고, 이에 따라 예정신고에 기초하여 그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한 과세관청의 증액경정처분 역시 효력을 상실한다고 판시하여, 양도소득세 예정신고와 확정신고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다만, 실무적으로 볼 때, 과세관청은 납세자가 예정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47조의 2에 따라 가산세 부과처분을 하고, 예정신고의 내용에 탈루 또는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소득세법 제114조 제2항에 따라 경정처분을 할 것인데, 위 대상판결에 따른다면, 납세자의 확정신고로 인하여 위 가산세 부과처분 및 경정처분의 효력이 모두 상실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바, 이는 납세자가 확정신고를 악용하고 행정력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이에 대한 과세관청의 실무 및 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