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행위 자체’가 부당무신고가산세 부과요건인 ‘부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장기부과제척기간 적용 또는 부당무신고가산세 부과요건으로서의 ‘부정행위’의 의미에 관하여, 대법원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 함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다른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법원 2013두7667, 2013.12.12., 판결 등). 즉, 대법원은 부당무신고가산세의 부과요건으로서의 ‘부정행위’의 의미를 조세포탈에서와 동일한 의미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납세자가 명의를 위장하여 소득을 얻더라도, 명의위장이 조세포탈 목적에서 비롯되고 나아가 여기에 허위 계약서 작성과 대금의 허위지급, 과세관청에 대한 허위 조세 신고, 허위의 등기ㆍ등록, 허위의 회계장부 작성ㆍ비치 등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까지 부가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위장 사실만으로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 2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2015두44158, 2017.4.13., 판결,
대법원 2017두69991, 2018.3.29., 판결,
대법원 2018두128, 2018.12.13., 판결 등).
그리고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하에, 명의신탁 행위 자체만으로 ‘부정행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즉 명의신탁 행위 자체만으로 부당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자신의 명의를 빌려준 원고(명의수탁자)는 부수행위 등을 수반한 명의신탁이 인정되면 거기에 증여의 실질이 없음에도 실제소유자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되어 명의수탁자로서 증여세를 부담하는 것인 만큼, 명의신탁의 결과로 증여세를 부담할 따름인 원고(명의수탁자)가 이를 포탈할 목적으로 부수행위 등을 동반하여 과세요건사실인 명의신탁과 같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와 달리 해석할 경우 명의수탁자에 대한 과도한 제재로 보인다.”고 판단함으로써, 명의신탁 행위 자체만으로는 ‘부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18두36004, 2018.12.13., 판결).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 부과 자체가 ‘명의수탁자에 대한 제재’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이상, 명의신탁 행위를 이유로 명의수탁자에게 ‘부당무신고가산세’라는 추가적인 제재까지 가하는 것은 부당하고,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있어서 명의신탁은 과세요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명의신탁의 ‘조세회피 목적’을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여부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규정은 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경우 명의수탁자에게 ‘증여’가 이루어진 것으로 의제하는 규정이고, 이때 증여세 납세의무자는 기본적으로 명의수탁자이다. 그리고 이때 명의신탁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추정되므로, 납세자가 명의신탁이 ‘조세회피의 목적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
이때, ‘조세회피 목적’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중 누구를 기준으로 인정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즉, 명의수탁자에게는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고 인정되나 명의신탁자의 조세회피 목적은 인정되는 경우에도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이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실질 소유자(명의신탁자)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있는 한 명의수탁자 자신에게 그 목적이 없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2004두1421, 2004.6.11., 판결,
대법원 2010두24968, 2013.3.28., 판결).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은, “조세회피의 목적 없이 타인의 명의로 재산의 등기 등을 하거나……”라고 규정한 구 상증세법 제45조의 2 제1항 제1호의 문언을 고려할 때, 조세회피 목적은 명의신탁자에게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1) 그러나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증여세 납세의무자가 명의수탁자인 이상, 명의신탁자의 조세회피 목적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명의수탁자에게 조세회피 목적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는 결론이 타당한지는 의문이 있다. 대법원은 실제소유자가 함부로 명의자의 이름을 도용한 경우, 즉 ‘명의도용’의 경우에는 이 사건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법원 2007두15780, 2008.2.14., 판결 등). ‘명의도용’의 경우에는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이 배제됨에 따라 명의수탁자는 물론 실제소유자에 대하여도 과세가 불가능한데, 일반적인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명의수탁자에게 조세회피 목적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명의수탁자에게까지 증여세를 부과하여야 한다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 면이 있다.
1) 곽태훈, 명의신탁 증여의제와 조세회피 목적 – 조세회피 목적의 입증 문제를 중심으로 -, 세무와 회계 연구 통권 제10호, 2016, 57-58면.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부당무신고가산세를 적용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부정행위’가 존재하였는지 여부는 연대납세의무자인 ‘명의신탁자’가 아니라 이 사건 규정에 따른 납세의무자인 ‘명의수탁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명의신탁자의 부정행위가 인정되더라도, 명의수탁자의 부정행위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부당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위 결론을 고려할 때, 명의수탁자에게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경우에도 명의신탁자의 조세회피 목적만으로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이 허용된다는 기존 대법원 결론의 불균형은 더욱 도드라지는 면이 있다.
다만, 2018.12.31. 법률 제16102호로 개정된 상증세법 제4조의 2 제2항이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증여세 납세의무자를 ‘실제소유자’로 규정함에 따라, 앞으로는 위와 같은 논의의 실익이 상당히 줄어들게 되었다. 명의수탁자가 아닌 명의신탁자가 증여세 납세의무자가 된 이상, 조세회피 목적이나 부정행위의 유무 역시 모두 명의신탁자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