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품목분류 이론의 정리
「통일상품명 및 부호체계에 관한 국제협약(이하 “HS협약”이라고 한다)」은 모든 물품에 대하여 고유번호를 정하여 무역거래, 협약 체결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품목번호라 하며, 정확한 품목번호를 알기 위해서 물품에 해당하는 품목번호를 분류해 내는 것을 품목분류라 한다.
1) HS협약 제3조 제1항 나목은 협약 체약국에게 6단위 부호까지 의무적으로 일치하게 하고 있고, 소호 아래 7단위부터는 각국이 자체실정에 맞게 임의로 세세 소호를 설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2)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관세법 제50조 제1항 별표 관세율표 및 관세법 시행령 제98조 제1항에 따른 관세ㆍ통계통합분류표에서 품목번호 6단위까지는 HS협약에 맞추고, 7단위부터 별도의 부호를 정하고 있다.
품목분류의 기본원칙은 HS협약의 일부로서 HS 해석에 관한 일반통칙(General rules for the Interpretation of the Harmonized System)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관세율표 통칙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통칙은 상품을 분류함에 있어 일관성을 유지하고, 명확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필요하다.
3) 통칙 제1호는 품목분류는 각 호의 용어 및 관련 부 또는 류의 주(註)에 의하여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각 호, 부의 주, 류의 주는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갖는다.
4) 소호의 경우 통칙 제6호에 따라 소호의 용어와 관련 소호의 주에 따라 결정하며, 통칙 제1호부터 제5호까지를 모두 준용한다.
또한 관세법 시행령 제99조 및 품목분류 적용기준에 관한 고시는 HS협약 제7조와 제8조에 따라 HS위원회가 작성하고 관세협력이사회가 승인한 「HS해설서(Harmonized Commodity Description and Coding System Explanatory Notes, 이하 “HS해설서”라 한다)」를 마련하고 있고, 실무상 대개의 상품분류는 이 HS해설서상의 상품설명과 분류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루어진다.
5)
1) 이종익ㆍ박병목, 『관세법 해설』, 세경사, 2020, 289면.
2) 박종수, 『관세론(제8판)』, 법문사, 2008, 305-306면.
3) 정재완, 『관세법』, 무역경영사, 2013, 173면.
4) 물론 품목번호의 체계에 따라 부의 주, 류의 주, 호의 용어 순으로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오수교, “관세율표 통칙의 해석상 문제점에 관한 연구”.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5, 26면).
5) 정재완, 『관세법』, 무역경영사, 2013, 181면.
2. HSK 제9032.81호와 제9032.89호의 구분 기준
(1) 해설서의 내용 및 구분 기준으로서 가능한 학설
1) 해설서의 내용
HS해설서 제90류 해설 주7은 자동제어기기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여 정의하고 있다. 첫째는 액체나 기체의 유량ㆍ깊이ㆍ압력이나 그 밖의 변량(變量)의 자동제어용 기기나 온도의 자동제어기기(자동제어하여야 할 요소에 따라 변화하는 전기적 현상으로 작동하는 것인지에 상관없으며 지속적으로나 주기적으로 이 요소의 실제 값을 측정하여 이 요소를 장해가 발생하여도 안정적으로 목표치에 맞추고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하 “(I)유형 자동제어기기”라 한다)이고, 둘째는 전기적 양의 자동조절기기와 제어되어야 할 요소에 따라 변화하는 전기현상으로 작동하는 비전기적 양의 자동제어기기(지속적으로나 주기적으로 이 요소의 실제 값을 측정하여 이 요소를 장해가 발생하여도 안정적으로 목표치에 맞추고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하 “(Ⅱ)유형 자동제어기기”라 한다)이다.
그런데 제9032호의 품목번호는 HS해설서가 제9032호 해설에서 자동제어기기를 (Ⅰ) 유형과 (Ⅱ) 유형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관련 없이 제9032.10호(온도 자동조절용 기기), 제9032.20호(매노우스타트)를 제외한 그 밖의 기기로서 제9032.81호(액압식이나 공기식)와 제9032.89호(기타)를 구분하고 있는데, 그 구분기준은 HS해설서를 보아도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
2) 구분 기준으로서 가능한 견해
- ①
제어 대상을 기준으로 분류하여야 한다는 견해(원고의 주장)
HS해설서는 자동제어기기를 (I)과 (Ⅱ) 유형으로 구분하면서, (Ⅰ) 유형은 ‘액체나 기체의 유량ㆍ깊이ㆍ압력이나 그 밖의 변량’ 또는 ‘온도’를 제어하는 기기로, (Ⅱ) 유형은 ‘전기적 양’ 또는 ‘비전기적 양’을 제어하는 기기라고 표제를 붙여 설명하고 있다. 또한 (Ⅰ) 유형에 포함되는 기기로 ‘압력’, ‘액면’, ‘습도’, ‘온도’, ‘통풍’을 제어하는 기기를 예시로 들고 있다. 이에 따르면 HS해설서는 제어의 대상이 되는 ‘변량’을 중심으로 해설하고 있다고 보이며, 관세율표상 제9032.81호 아래에 ‘유량자동제어기기’를 두고 있으므로, (Ⅰ) 유형 자동제어기기는 ‘액체나 기체’의 변량을 다루는 자동제어기기로 해석이 되고, 소호의 용어인 ‘액압식이나 공기식’은 바로 이 변량을 지칭하는 것이므로, 제9032.89호는 ‘액체나 기체’ 외의 변량을 다루는 자동제어기기로서 (Ⅱ) 유형에 해당하는 기기로 해석이 된다.
- ②
자동제어기기의 작동방식을 기준으로 분류하여야 한다는 견해(피고의 주장)
제9032.81호는 ‘액압식이나 공기식’을 소호의 용어로 하고 있는데, 이는 작동방식을 뜻하는 것으로, 제9032호 해설을 보더라도 (Ⅰ) 유형에 대하여 “변량을 지정치로 회복하게 하는 기기는 일반적으로 ‘기계식, 유압식, 압축공기식이나 전기식 조절’에 의하여 원격조절”된다고 설명하고 있고, (Ⅱ) 유형에 대하여는 (Ⅱ) 유형 자동제어기기는 전부 ‘전기식 원리로 작동’한다고 설명하고 있는바, 자동제어기기가 밸브를 자동제어하는 작동방식을 기준으로 분류하여야 한다.
(2) 밸브(작동기)에 대한 품목분류와의 구별
자동제어기기의 품목분류 기준을 세우기에 앞서 자동제어기기와 변량을 지정치(희망치)로 회복하게 하는 기기(밸브, 작동기 등으로 부를 수 있으나, 이하 “조절밸브”라 한다)를 구분하여야 혼동이 없다. 자동제어기기와 조절밸브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동제어기기의 구조를 이해하여야 하는데, HS해설서는 자동제어기기의 구조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Ⅰ) 유형 자동제어기기는 (A) 측정장치
6), (B) 제어장치, (C) 기동장치, 정지장치, 조작장치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어장치란 측정장치에서 측정된 값을 희망치로 조절하는 명령을 기동장치에 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하고, 기동장치는 조절밸브를 원격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조절밸브는 ‘밸브’로 분류되어 펌프나 압축기는 제8413호나 제8414호에, 밸브는 제8481호 등에 각 분류되게 된다.
(Ⅱ) 유형 자동제어기기의 경우, (A) 측정장치, (B) 전기식 조절장치, (C) 기동장치, 정지장치, 조작장치로 구성되는데, (Ⅰ) 유형 자동제어기기와 유사하게 전기식 조절장치는 측정장치로부터 측정된 값과 희망치를 비교하여 기동장치에 명령을 내리는 역할이며, 기동장치는 조절밸브에 전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조절밸브는 조정가능 클램프라면 제8425호에, 전동이나 솔레노이드밸브라면 제8481호에, 전자기식 포지셔너라면 제8505호 등에 각 분류된다.
즉, 조절밸브란 자동제어기기와는 별개의 독자적인 물품으로서 자동제어기기로부터 명령을 받아 직접적으로 제어 대상인 변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기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조절밸브가 자동제어기기 내부에 설치된 물품도 존재한다. 이렇게 자동제어기기와 조절밸브가 결합된 경우, 제9032호 해설은 해당 물품 전체의 품목분류는 통칙
7) 제1호나 통칙 제3호 나목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통칙 제1호는 ‘각 호의 관련 용어와 관련 부나 류의 주에 따라 결정’하라고 하고 있고, 통칙 제3호 나목은 결합품인 경우에 ‘이들 물품에 본질적인 특성을 부여하는 재료나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물품으로 보아 분류’하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동제어기기와 조절밸브가 결합된 경우 자동제어기기의 특성이 본질적인 것인지 조절밸브의 특성이 본질적인 것인지를 따져서(통칙 제3호 나목) 해당하는 호에 분류하여야 한다(통칙 제1호).
6) HS해설서는 구체적으로 “탱크의 압력이나 깊이, 실내의 온도 등의 조절해야 할 변량(變量 : variable)을 측정하는 기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7) 관세법 [별표] 관세율표에서 ‘통칙’ 부분이 HS해설서의 통칙 부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3) 제9032.81호와 제9032.89호에 대한 품목분류 사례
관세청은 2002.3.21. 이전에는 반도체 제조용 기기의 것으로 사용되는 MFC를 제9032.81호로 분류하여 관세혜택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품목분류를 하였으나,
8) 관세청 품목분류위원회는 2002.3.21. HSK의 체계에 맞도록 MFC를 제9032.89호에 분류하였다.
9)
이후 관세청에서 어떤 기준으로 자동제어기기를 분류하였는지 살펴보면, 자동제어기기의 기동장치가 압축 공기를 조절밸브의 구동기에 전달하여 유량ㆍ압력을 제어한다면 ‘공기식 유량ㆍ압력 자동조절기’로서 HSK 제9032.81호로 분류하였고,
10) 제어장치의 신호에 따라 작동기에 전압이 공급되거나 전류신호로 조절밸브를 조절하여 가스의 압력을 제어한다면 HSK 제9032.89호로 분류하였다.
11) 또한 기동장치가 조절밸브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라면, 이는 액압식이나 공기식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서 HSK 제9032.89호로 분류하였다.
12)
종합하면 관세청은 2002.3.21. 이전에 반도체 제조용 기기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품목분류를 하기도 하였으나, 관세청 품목분류위원회가 2002.3.21. 해당 의견을 변경하였으며(품목분류47281-244, 2002. 3.21.), 제9032.81호와 제9032.89호의 품목분류 기준으로 자동제어기기가 제어밸브를 ‘작동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외에서는 제9032.81호와 제9032.89호의 구분이 구체적으로 문제된 사례는 찾기 어려우나, 미국의 경우 전기적으로 작동되는 자동제어기기를 제9032.89호로 분류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고,
13) 독일의 경우 자동제어기기가 공압식으로 조절밸브를 조절하면 제9032.81호로, 전기식으로 조절밸브를 조절하면 액압식이나 공기식이 아닌 ‘기타’로서 제9032.89호로 결정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14)
8) 구 관세법 관세율표상 제9032.81호로 분류되어야지만, 그 이하에 분류된 제9032.81-2090호(반도체 제조용 기기의 것)로 분류되어 관세혜택을 볼 수 있었다.
9) 품목분류47281-244, 2002.3.21. 및 2002.3.18.자 관세청 고시(제2002-12호) 참조
10) 품목분류1과-1(2013.12.30.), 품목분류3과-2618(2018.5.28.)
11) 품목분류3과-3012(2021.5.28.), 품목분류1과-3547(2013.12.27.)
12) 품목분류3과-1030(2014.4.1.)
13) US CBP H028098, 2010.1.26.
14) DEBTI17575/20-1, 2020.9.4.
(4) 타당한 구분 기준의 검토
1) 자동제어기기의 본질적 특성 고려
관세율표 통칙 제1호에 따르면 품목분류는 각 호의 용어와 관련 부나 류의 주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여기서 따로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통칙 제2호 및 제3호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통칙 제2호 가목은 불완전한 물품이나 미완성물품에 대한 것으로서 완전한 물품이나 완성된 물품의 본질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 해당 물품에 분류하도록 하고 있고, 통칙 제3호 나목은 결합품에 대한 것으로서 가능한 이들 물품에 가장 본질적인 특성을 부여하는 물품으로 분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상 미완성품이나 결합품이 아닌 경우에는 통칙 제2호나 제3호를 적용할 여지는 없는 것이지만, 통칙 제1호에 의한 분류가 어려우므로 통칙 제2호 및 제3호에서 규정하는 ‘본질적 특성’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호의 용어를 탐구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판례는 본질적 특성에 대하여, “이 사건 물품은 품목번호 제8486호에 규정된 반도체 보울제조용 기계가 그 특유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이고, 기능단위기계인 반도체 보울제조용 기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물품과 고로 및 파워 서플라이의 기능과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물품만이 제시된 상태에서는 완전 또는 완성된 기능단위기계인 반도체 보울제조용 기계의 본질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물품을 반도체 보울제조용 기계로 보아 품목번호 제8487호에 분류할 수는 없다”,
15) “‘차동장치를 갖춘 구동 차축(HSK 제8708.50호)’과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기능 및 형태면에서 차동장치 및 구동장치 각각 고유의 본질적인 특성이 존재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고 있어,
16) 본질적 특성이란 특정한 물품의 고유한 기능과 역할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자동제어기기의 경우, 제9032호 해설을 통하여 (Ⅰ) 유형과 (Ⅱ) 유형 모두 공통적으로 변량과 관련한 요소의 실제 값을 지속적으로나 주기적으로 측정하여 장해에 대해 안정적인 희망치로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주요 기능임을 설명하고 있다. 즉, 호의 용어 그대로 ‘자동제어’ 기능을 본질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제9032.81호에서 ‘액압식이나 공기식’이라는 용어는 ‘자동제어’ 기능이라는 본질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이는 ‘자동제어’ 방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므로, 자동제어기기의 작동방식을 기준으로 품목분류하는 견해가 타당하다. 자동제어기기에서 제어대상은 ‘변량’으로 취급되는 것으로서 어느 변량을 제어하는지는 해당 물품을 품목분류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으므로(다만, 제어대상인 변량은 자동제어기기인 제9032호로 분류하는데 있어서는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여지가 있다), 제어대상을 품목분류 기준으로 하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16) (광주고법2013누597, 2013.11.14.) 판결.
2) HS해설서 제9032호 해설의 분석
제9032호 해설은 (Ⅰ) 유형에 대하여 “액체나 기체의 유량ㆍ깊이ㆍ압력ㆍ그 밖의 변량(變量 : variable)의 자동제어용 기기나 온도자동제어용 기기는 명령을 수행하는 장치로서 변량을 지정치로 회복하게 하는 기기와 연결되며, 예를 들어 안전장치의 경우에 있어서는 기기의 작동이 제어되어 정지하도록 하는 기기와 연결되어 있다. 이 기기는 일반적으로 기계식ㆍ유압식ㆍ압축공기식이나 전기적 조절에 의해 원격조절되는데 각 해당하는 호에 분류한다(펌프나 압축기는 제8413호나 제8414호 ; 밸브는 제8481호 등). 자동조절기기가 명령을 수행하는 기기와 결합이 된 경우에는 전체의 품목분류는 통칙 제1호나 통칙 제3호 나목에 의해 결정한다(총설 16부의 (Ⅲ)과 제8481호의 해설 참조)”고 설명하고 있다. 즉, 자동제어기기는 일반적으로 변량을 지정치로 회복하게 하는 기기(조절밸브)와 연결되어 이 기기를 ‘기계식ㆍ유압식ㆍ압축공기식이나 전기적 조절’에 의해 원격조절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동제어기기는 (I), (Ⅱ) 유형으로 나뉘어 있으므로 (Ⅰ) 유형에 나타나 있는 설명을 전체 자동제어기기의 품목기준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Ⅱ) 유형 부분의 해설을 보면 (Ⅱ) 유형 자동제어기기는 모두 ‘전기식’ 원리로 작동한다고 설명하고 있어, 위 (Ⅰ) 유형에서처럼 자동제어기기가 기계식ㆍ유압식ㆍ압축공기식이나 전기적 조절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할 필요가 없다. 즉, (Ⅰ) 유형 및 (Ⅱ) 유형 부분에서 제9032호 해설은 자동제어기기 작동방식을 기준으로 품목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인다.
3) 소결론
제9032호 해설상 제9032.81호와 제9032.89호의 품목분류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은바, 이와 관련하여 작동방식을 분류 기준으로 삼는 견해, 제어대상을 분류 기준으로 삼는 견해가 존재할 수 있다. 생각건대,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자동제어기기의 본질적 특성, 제9032호 해설의 기재내용, 관세청의 품목분류 방식 등을 고려하면 작동방식을 분류 기준으로 삼는 견해가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물품이 설사 가스(기체)의 유량을 조절하는 가스유량자동조절기라고 하더라도, 그 작동방식이 액압식이나 공기식이 아닌 ‘전기식’인 이상 자동제어기기의 품목분류 중 그 밖의 기기 중 ‘기타’에 속하는 제9032.89호로 분류되어야 하며, 따라서 관세율표상 제9032.81호 아래에 있는 ‘반도체 제조용 기기의 것’으로 분류되어 기본세율 3%가 적용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평석
관세율표는 2020.12.22. 법률 제17649호로 개정되어 제9032.81호와 마찬가지로 제9032.89호 아래에도 ‘반도체 제조용 기기의 것’을 추가하였기 때문에, 이제는 제9032.81호 또는 제9032.89호 어디로 분류되어도 반도체 제조용 기기에 대한 기본세율 3%의 관세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반도체 제조용 기기’에 대한 품목분류의 불균형은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
하지만 대상판결은 관세법 및 HS해설서만으로는 불분명하였던, HSK 제9032.81호와 제9032.89호의 구분기준을 명확화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제9032.81호와 제9032.89호의 구분기준이 불분명한 이상, 이에 대한 품목분류 다툼은 얼마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HS해설서에서 ‘액압식이나 공기식’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HS해설서에서 ‘자동제어기기는 일반적으로 기계식ㆍ유압식ㆍ압축공기식이나 전기적 조절에 의해 원격조절’된다와 같이 쓰이고 있으므로, 이를 주된 근거로 하여 ‘액압식이나 공기식’은 자동제어기기의 원격조절하는 방식 또는 자동제어기기와 연결된 작동기(조절밸브)가 작동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품목분류의 대원칙에 따라 관세율표에 기재된 ‘(소)호의 용어’를 탐구하여, HS해설서라는 품목분류의 해석 자료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액압식이나 공기식’이라는 의미를 도출한 것으로서, 그 결론 도출에 이르기까지의 방법과 결론이 모두 타당하다. 다만 보다 명확하게 ‘액압식이나 공기식’이 정확하게 자동제어기기가 ‘조절밸브를 원격조절하는 방식’을 의미하는지, ‘조절밸브가 작동하는 방식’을 의미하는지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서 살펴본 분석에 따라 판시의 취지를 보다 명확히 한다면 ‘액압식이나 공기식’은 자동제어기기가 ‘조절밸브를 원격조절하는 방식’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