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대상결정에 대한 평석
1. 구 지방세법 시행령 제27조 제3항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는지 여부
구
지방세법 제13조 제2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의 취득세는 제11조 제1항의 표준세율의 100분의 300에서 중과기준세율의 100분의 200을 뺀 세율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항 제1호에서는 ‘대도시에서 법인을 설립하거나 지점 또는 분사무소를 설치하는 경우 및 법인의 본점ㆍ주사무소ㆍ지점 또는 분사무소를 대도시로 전입함에 따라 대도시의 부동산을 취득
(그 설립ㆍ설치ㆍ전입 이후의 부동산 취득을 포함한다)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의 “따라”의 의미는 “따르다”의 활용형으로서, “어떤 일이 다른 일과 더불어 일어나다.”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으며, 이는 일정 인과관계에 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지방세법상 ‘전입함에 따라 대도시의 부동산을 취득’한다는 의미는, 대도시로 전입과 일정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본문 괄호에서는 전입 이후의 부동산 취득을 포함한다고 기재하고 있는바, 이러한 조문은 ‘전입 시점’에는 부동산을 취득하지 않은 다음, 전입 이후에 본점용 부동산 등을 취득하여 중과세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할 것이다.
참고로, 위 지방세법 규정을 확인하여 보면, 과세대상이나 세율에 대하여 법문상에 모든 것이 규정되어 있고, 이와 별개인 ‘주거용 부동산’이라든가 ‘휴면법인’ 등 개념을 제외하고는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다거나 위임의 여지를 남겨 놓은 문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구 지방세법 시행령 제27조 제3항은 ‘법 제13조 제2항 제1호…(중략)…에 따른 그 설립ㆍ설치ㆍ전입 이후의 부동산 취득은
법인 또는 사무소 등이 설립ㆍ설치ㆍ전입 이후 5년 이내에 하는 업무용ㆍ비업무용 또는 사업용ㆍ비사업용의 모든 부동산 취득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조문의 구성을 살펴보면, 구
지방세법 제13조 제2항 제1호의 취지에 따른다면 본점 전입 등에 부수하여 이뤄지는 전입 이후의 부동산의 취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타당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하여 아무런 위임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세법 시행령에서는 이를 확장하여 과세범위를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2012.11.22. 선고 2010두17564 판결 등에서는 위임한 모법의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세대상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엄격해석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모법의 규정을 넘어서는 지방세법 시행령을 바탕으로 한 이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대법원 2015.3.26. 선고 2012두13511 판결에서는 쟁점 조항에 관한 위헌성을 판단하면서, 그 일부로 “위임입법의 한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한 바가 있다. 당해 판결에서 확정한 판결의 원심을 살펴보면 “지방세법 시행령 제27조 제3항은
지방세법 제13조 제2항 제1호의 위임에 따라 취득세 중과세의 적용범위와 그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규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를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거나 조세법률주의의 취지에 위배되는 무효의 규정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당해 원심판결에서 언급하는 ‘지방세법 제13조 제2항 제1호의 위임’ 내용을 아무리 살펴보더라도, 동 조항이 이와 관련하여 위임하고 있는 문구를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조세심판원 결정이 인용하고 있는 당해 판결의 설시가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당해 판결에서의 쟁점이 매우 많았던 반면 위임입법의 한계에 대해서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하여 조세심판원은 위임입법의 한계 등에 관한 판단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듯하나, 이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시 및 조세심판원 결정은 구체적인 법문구 자체를 잘못 확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이기에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2. 취득과 동시에 신탁을 한 경우 취득세 중과세의 판단주체
대상결정은 ‘청구법인이 취득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후 수탁자에게 신탁을 한 것’이기에 청구법인을 기준으로 중과세율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본 사안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청구법인의 쟁점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와 같은 날 사실상 동시에 직접 시행 및 자금관리를 담당하는 신탁사로의 신탁등기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부동산 PF 금융에 의한 시행사의 토지 매입 및 토지신탁이 행해지는 실무를 살펴보면 선후를 가리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같은 날 이러한 신탁이 사실상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수 있다.
대법원은 수탁자가 신탁으로 인해 신탁재산을 취득한 경우에는 형식적인 소유권 취득을 이유로 수탁자에게 취득세를 비과세하나, 그 이외 신탁재산의 관리, 처분 등에 따라 수탁자가 취득하는 재산은
지방세법 제9조 제3항 소정의 형식적인 소유권 취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취득세 과세대상이라고 판시하였고[(
대법원98두10950, 2000.5.30.) 판결], 신탁계약에 의하여 수탁자인 부동산신탁회사 명의로 등기가 경료된 경우에 구
지방세법 제138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중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수탁자를 기준으로 한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2001두2720, 2003.6.10.) 판결]. 또한, 취득의 본질에 대해 실질적으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상의 취득행위 자체를 과세객체로 보기도 한다[(
대법원2003두13342, 2004.11.25.) 판결].
쟁점 조항에 대해서는 2018년 지방세 연구원 역시 ‘수탁자’를 기준으로 중과세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한 바도 있으며,
2) 구
지방세법 제13조 제1항의 문구에 대해서는 2017년부터 수탁자가 아니라 위탁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함을 명시한 바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행정안전부는 2019년 개정된 지방세법(2019.12.31. 법률 제16855호 개정된 것)을 개정하면서
지방세법 제13조 제2항을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동산(신탁법에 따른 수탁자가 취득한 재산을 포함한다)…”라고 신탁재산과 관련한 내용을 명시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당시 지방세법 제ㆍ개정 이유서에는 지방세법 조문 구조상 “본점ㆍ주사무소용이 아닌 부동산을 취득하여 신탁하는 경우는 중과세 적용대상에서 배제되는 불형평이 발생”한다고 하여 입법상 미비가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이는 법 개정 전에는 신탁재산에 대해 수탁자를 기준으로 적용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 불합리함이 존재하였다는 점을 전제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소위 취득세는 행위세이자 유통세이므로 이를 형식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판례 역시 이와 같은 판단을 내리기도 하고 반대로 실질에 가까운 판단을 내리기도 하지만, 취득세가 행위세이자 유통세이기에 등기라는 형식적 요소만으로 과세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순환논리의 오류이거나 잘못된 도그마에 근거한 해석의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3)
대상결정은 당시 존재하던 입법 미비점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신탁 당시의 사실관계를 등기의 선후만을 두고 청구법인의 매매 후 신탁 등기가 있었던 것으로 구성하여 청구법인에 취득세 납세의무가 발생한다고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 사안은 최초 부동산을 취득함과 동시에 신탁등기를 하였으며, 이후 관리신탁을 통하여 청구법인이 아닌 제3자에게 모두 매각되었으므로 청구법인이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중과세 적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판단을 할 여지가 있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세심판원이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
2) 배영석, 신탁재산의 취득 시 취득 개념 재정립을 통한 지방세 과세의 합리화 방안, 한국지방세연구원, 2018.1.31., 83면.
3) 상세는 권형기ㆍ고영우, 취득세의 ‘유통세적 성격’이 해석에 미치는 영향, 지방세논집(9-1), 한국지방세학회, 2022, 1면 내지 48면의 전반적 취지를 참조.
3. 대도시에서 산업단지 전입 후 재차 대도시로 전출한 경우 입법취지에 따른 판단
사안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청구법인은 2006년 이미 서울특별시 내에서 법인이 설립되어 서울특별시 내에서 본점을 이전하였을 뿐, 사실상 대도시로 전입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결정은 이러한 실질보다는 형식만으로 대도시 내 산업단지도 ‘대도시 외’로 보아 ‘대도시로의 전입’이 있다고 보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서울시 내에 있었던 법인이 산업단지로 본점 소재지를 변경했다가 다시 서울시 내 다른 지역으로 본점 소재지를 변경하는 것을 최초 대도시 외 지역에서 대도시로 전입하는 것과 동일하게 평가하게 된다면, 이는 서울시 내에서 산업단지로 입주하고자 하는 기업에 더 불리하게 될 우려가 있고, 그 결과 서울시 내에서 디지털단지 등을 산업단지로 지정하여 각종 조세혜택을 부여하는 등 방법을 통하여 혁신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려는 취지와는 무관한 결과를 가져온다. 대상결정에서는 앞선 신탁 등의 이 사건 사실관계뿐만 아니라 서울시 내에서의 전입이라는 특수성 등에 대하여 고민해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고민 없이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업단지에 관련한 각종 조문은 산업단지로 전입하는 것에 대해 조세혜택을 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일 뿐, 산업단지 전입으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조세부담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입법취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고민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4. 신뢰보호원칙 및 가산세 부과처분에 관하여
대상결정은 과세당국이 공적인 견해표명을 한 바가 없으며, 취득세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법에서 정한 납세의무의 성립 요건의 충족 여부를 조사, 확인하고 자신의 책임하에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하여 신고ㆍ납부하면 그에 따라 확정되는 신고납부방식의 조세로서, 그 신고ㆍ납부에 대한 책임은 근본적으로 납세의무자에게 있는 것이므로 처분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사실의 적발이 지연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가산세를 면제할 정당한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나 사안의 사실관계에 관한 주장을 살펴보면, 처분청 담당자에 의해 수차례에 걸친 그 적정성 여부가 검토되어 3차례에 걸친 부과처분(표준세율) 및 납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일반인의 입장에서라면 취득세 표준세율이 적용된다는 견해 표명이 있었던 것으로 충분히 여길 수 있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앞서 살펴본 지방세연구원의 해설이나 지방세법의 제ㆍ개정 이유에 따른다면,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와 관련해서는 충분히 다른 해석을 할 수가 있었다는 정황이 역력히 나타나는 것이다. 만약 국세청이나 조세심판원의 조세전문가들에게 동일한 사안의 ‘사적인 질문’이 있었다고 할 때 이를 모두가 적법한 과세처분이라고 판단하였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들 간에도 분명 이견이 없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 본다. 따라서 대상결정과 같은 사안에서, 가산세의 부과처분의 취소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준을 정립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세심판원에서의 최초 심판관 회의 결과에 반하여 재심을 통하여 본세에 대한 법리 판단을 달리하는 경우 또는 본세의 법리 해석에 관한 소수 의견이 개진되는 경우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정한 법리 해석에 이견이 제시되는 상황이라면, 일반 납세의무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이를 명확하게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 일반 납세의무자에게 행정질서벌인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법리 해석을 통해 마땅히 납부하여야 할 세금 이외에, 행정질서벌 성격인 가산세의 부과처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감면(減免)에 관한 판단기준을 정립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제도적 정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