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법 제30조 제1항은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대하여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같은 항 각 호의 금액을 더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31조 내지 제35조에서 정한 과세가격 결정 방법은 위와 같은 ‘실제거래가격’을 기초로 한 결정 방법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
그런데 위
관세법 제30조 제1항에서 정한 과세가격의 결정 방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대표적인 경우가 ‘물품을 무상으로 수입하는 때’이다(관세법시행령 제17조 제1호).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은 ‘판매’되는 물품이 아니므로, 그러한 물품에 대하여는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대하여 적용되는 과세가격 결정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고, 그 밖의 다른 방법에 따라 과세가격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관세기구(WCO) 관세평가기술위원회 권고의견 1.1에 의하면, 가격의 지급을 수반하지 않은 거래는 관세평가협정에 따른 판매로 간주될 수 없는데, 그 예로는 선물, 견본, 홍보물 등이 있다.
런데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이 ‘유상으로 수입하는 물품’과 함께 수입되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수출자가 구매자에게 어떠한 물품을 판매하면서, 무상으로 테스트용 물품 등을 함께 공급하는 경우, 무상으로 공급하는 물품을 ‘수량할인’ 성격으로 보아 ‘총 지급액’을 ‘총 거래수량’, 즉 ‘유상으로 수입한 물품 수량과 무상으로 수입한 물품 수량의 합계’로 나눈 금액을 과세가격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이 경우에도 실제거래가격은 유상으로 수입한 물품에만 적용되고, 무상으로 수입한 물품은 별도의 방법(관세법 제31조 내지 제35조)을 적용하여 과세가격을 결정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관세법령에는 위와 같은 경우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관세평가협의회는 과거 스위스 소재 수출자가 국내 구매자에게 화장품 및 향수류를 유상으로 판매하는 동시에 무상으로 테스트용 물품(주문금액의 7.5% 해당물품)을 제공한 사안에서, 유상으로 구매하는 물품의 7.5%에 해당하는 물품을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판매계약의 일부로 하려는 당사자 간 의사합치가 있고, 이후 유상물품과 무상물품이 동시에 주문되고, 하나의 B/L(선하증권)로 작성되는 등 거래관행상 하나의 거래로 취급될 수 있는 경우라면, 그 과세가격은
관세법 제30조에 따라 판매자에게 실제 지급하는 가격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관세평가협의회 결정 18-01-02).
반면, 관세평가협의회는 일본 소재 수출자가 국내 구매자에게 1회용 의료용품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에 연간 구매목표를 달성하는 경우에 추가로 무상물품을 공급하기로 약정한 사안에서는, 당해 무상물품은 유상물품과 단일한 거래로 수출판매되는 물품으로 볼 수 없으므로
관세법 제31조 이하의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관세평가협의회 결정 19-01-01).
이 사건 특약의 주요 내용은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1년간 유상으로 구매하는 물품수량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을, 그 이듬해 3월 안에 무료샘플로 제공하는 것이다. 즉, 이 사건 특약에 따르면, 비록 하나의 계약에 ‘무상물품의 제공’이 약정되어 있기는 하나, 유상물품과 무상물품이 동시에 수입되는 것은 아니고, 유상물품의 연간판매수량에 따라 계산된 수량의 무상물품의 수입이 별도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관세법 제31조 이하의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관세평가협의회의 입장이었고, 피고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물품에 대하여
관세법 제30조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그 과세가격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관세평가에 있어서는 ‘거래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정하는 것이 원칙인바, 이는 상업상의 가격에 관한 당사자 간의 의사결정을 가능한 한 수용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리고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하여야 하고(
국세기본법 제14조 제2항), 이는 관세법을 해석ㆍ적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15두52098, 2016.8.30., 판결).
관세법 제30조에서 정한 ‘실제거래가격’이 원칙적인 과세가격인 점, 전년도 유상구매물량의 대가 중 일정비율 상당이 이미 이 사건 물품의 대가로 선급되었다고 보는 것이 거래의 실질에 부합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판례의 입장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대상판결이 ‘납세자가 수입신고를 하면서 과세가격을 어떻게 판단하여야 하는지’에 관한 적절한 지침이 될 수 있을지에 관하여는 다소 의문이 있다.
대상판결에 따르면 유상물품이 수입된 이후에 무상물품이 수입되는 경우, 구매자가 유상물품을 수입할 당시부터 ‘총 지급액’을 ‘유상물품수량’이 아니라, ‘유상물품수량 및 무상물품수량’, 즉 ‘총 거래수량’으로 나눈 금액을 과세가격으로 보아 관세를 납부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직 연간구매수량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 다음 해에 어느 정도 규모의 ‘무료샘플’이 제공될지 알 수도 없으므로, 무상물품의 수량을 미리 예측하여 과세가격 정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대상판결에 따를 때 납세자는 당초 유상물품 수입 시에는 향후 공급받게 될 무상물품의 수량을 예측하여 관세를 납부하고, 향후 무상물품의 수량이 확정되고, 실제로 수입이 이루어지면 경정청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