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세무조사대상자 선정 규정의 분류 및 세무조사대상자 선정의 법리
국세기본법 제81조의 6은 제2항에서 정기선정을 통하여 세무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를, 제3항에서 정기선정에 의한 조사 외에 세무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를 정하고 있다. 조사사무처리규정은 이를 정기선정과 비정기선정으로 구분한다(조사사무처리규정 제9조 제1항). 정기선정은 성실도 분석 결과, 최근 4과세기간 이상 같은 세목의 세무조사를 받지 아니한 경우, 무작위추출방식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비정기선정은 납세자가 납세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거래 내용이 사실과 다른 혐의가 있는 경우, 탈세 제보가 있는 경우 등 구체적인 납세불성실 혐의가 있는 경우에 이루어진다.
대법원은 세무조사는 국민의 기본권을 상당히 제한하는 행정이므로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가 없음에도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하여 과세자료를 수집하고 그에 기하여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어기고 국세기본법을 위반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기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하면서 세무행정기관의 세무조사대상의 선정 과정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대법원2012두911, 2014.6.26.) 판결].
그런데 세무조사대상자 선정은 과세관청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절차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과세관청의 내부자료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세무조사대상자 선정에 관한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에 과세관청이 관련 자료를 법원에 현출하지 않는다면, 원고로서는 문서제출명령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문서제출명령은 세무조사대상자 선정의 위법성을 다투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관련 법리를 중요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세무조사대상자 선정과 관련한 자료에 대한 문서제출의무
(1) 세무조사대상자 선정 자료에 대한 문서제출 사례
세무조사대상자 선정 자료에 대한 문서제출의무가 직접적으로 쟁점이 된 것은 많지 않다. 관련하여 하급심 판례는 “이 사건 세무조사청은 이 법원이 조사대상 선정검토표, 분석보고서등에 대하여 한 문서제출명령에 대하여 정보공개법상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하였다. … (중략) … 그런데 ① 이 법원이 제출을 명한 조사대상 선정검토표는 이 사건 세무조사에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 6 제3항에서 정한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사유’가 존재하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에 해당하고, 달리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 6에서 정한 세무조사사유가 있는지 알 수 있는 다른 자료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세무조사청은 이에 관한 구체적 이유 설명 없이 조사대상자 선정검토표 등을 제출하지 않은 점, ②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bbb와 원고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루어진 이상, 조사대상 선정검토표 등이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공정한 국세행정의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세무조사청이 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것은 조사 개시 당시 탈루 혐의에 대한 객관적이고 명백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원고의 주장을 진실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정황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청주지법2019구합5248, 2019.7.25.) 판결].
위 하급심 판시 사례는 세무조사대상자 비정기선정에 따른 사례로, 비교적 그 선정 사유가 납세불성실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경우로서 명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이 비정기선정 사유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위법을 면치 못할 것이다. 같은 비정기선정 세무조사가 있었던 사안에서 대상자 선정 자료가 법원에 현출된 경우도 존재한다[(
서울고법2018누45277, 2019.11.27.) 판결 참조].
이처럼 세무조사대상자 선정과 관련한 자료가 법원에 현출되지 않은 경우, 납세자가 이에 대하여 문서제출명령을 할 수 있고, 만일 과세관청이 문서제출명령을 거부한다면 세무조사대상자 선정 사유가 증명되지 않는 결과, 세무조사가 위법해져 그에 따른 과세처분이 위법해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세무조사대상자 정기선정자료에 대한 문서제출의무
과세관청은 정기선정은 비정기선정과 세무조사대상 선정과정이 다르며, 특히 정기선정사유가 공개될 경우, 납세자들이 관련 사유를 피해가거나 세무조사선정을 예측하는 등으로 국세행정에 지장을 주므로, 정기선정의 경우에는 선정자료를 소송자료로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3) 이는 대법원이 “정보공개법 제9조에서 정하고 있는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서 제출의무를 면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에 대하여[(
대법원2015무423, 2017.12.28.) 결정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문서제출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기선정자료의 공개로 국세행정에 지장을 준다고 하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정기선정사유는
국세기본법 제81조의 6 제2항에 “국세청장이 납세자의 신고 내용에 대하여 과세자료, 세무정보 및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사의견, 외부감사 실시내용 등 회계성실도 자료 등을 고려하여 정기적으로 성실도를 분석한 결과(제1호)”, “최근 4과세기간 이상 같은 세목의 세무조사를 받지 아니한 납세자에 대하여 업종, 규모, 경제력 집중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신고 내용이 적정한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는 경우(제2호)”, “무작위추출방식으로 표본조사를 하려는 경우(제3호)”로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고, 대상판결과 같이 제1호 사유의 경우 정기선정사유는 과세자료, 세무정보, 감사의견, 외부감사 실시내용 등으로 주요한 평가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납세자가 이미 정기선정에 관한 주요한 평가요소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정기선정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국세행정에 여하한 지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인다.
더구나 특별히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이루어지는 비정기선정과 달리 정기 선정은 특별히 납세불성실에 관한 정황이 없어도 언제든지 세무조사가 있을 수 있도록 하여 일반 납세자의 규범준수의지를 강제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고 보인다. 납세자가 합리적인 경제인이라면 세무리스크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이므로, 오히려 정기선정의 기준을 공개하여 납세자가 스스로 자기통제 유인에 의하여 성실신고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기 세무조사가 의도한 본질적이고도 정책적인 효과를 달성하는 것으로서, 정기선정에서 관련 선정 지표를 공개하는 것이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라는 공익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
4) 실제로 실무적으로
국세기본법 제81조의 6 제2항 제2호 사유에 따라 “장기 미조사자”에 해당하는 납세자는 더 신경 써서 혹시 있을 세무조사에 대비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자기통제가 바로 세무조사 정기선정이 의도하는 바라고 사료된다.
그러므로 과세관청에서 정기선정자료를 제출한다고 하여, 정기선정이라는 제도가 본래 갖고 있는 의도를 달성하는 외에 특별히 국세행정에 지장이 가는 부분은 없음에 반하여, 납세자로서는 관련 정기선정자료를 통하여서만 세무조사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다는 점에서 세무조사대상자 정기선정과 관련한 자료는 법원에 현출되어야 하고, 과세관청이 스스로 관련 자료를 법원에 현출하지 않을 경우, 납세자는 문서소지 기관에 문서제출명령을 할 수 있으며, 이렇게 정기선정사유에 관한 다툼이 있을 경우 해당 사유를 증명하지 못한 과세관청의 세무조사는 위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3) 실제 대상판결에서 피고 측이 한 주장이다.
4) 박정우ㆍ남현우, “현행 세무조사 관련 규정 및 조사과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조사대상자 선정과 조사기간 연장의 문제를 중심으로-”, 『조세논총』 제5권 제2호, 한국조세법학회, 2020, 83면.
3. 대상판결에서 세무조사대상자 정기선정 사유 존재 여부
대상판결에서는
국세기본법 제81조의 6 제2항 제1호 사유가 문제되었다. 제1호 사유는 정기적으로 성실도를 분석한 결과 불성실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정기선정 사유 중에서는 비정기선정 사유에 가까운 사유이다. 다만, 비정기선정 사유(제3항)는 구체적인 납세불성실 혐의가 존재하는 경우라고 한다면, 제2항 제1호 사유는 납세불성실을 유추할 수 있는 정황이 존재하는 경우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처럼 중차대한 절차적 위법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과세관청에서 원고와 다툼이 생긴 이후, 보복적으로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진행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라는 취지로 적극적으로 세무조사 선정사유를 다투었다. 이렇게 세무조사 선정사유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있는 경우에는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
국세기본법 제81조의 3)에 따라 과세관청인 피고가 세무조사 선정사유를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할 것이다.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가 없음에도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하여 과세자료를 수집하고 그에 기하여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을 어기고 국세기본법을 위반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기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한 대법원 판결[(
대법원2012두911, 2014.6.26.) 판결]의 법리가 비정기조사와 정기조사를 구분하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데다가, 만일 과세관청의 선정사유 자료의 제출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관련 자료를 갖고 있지 않은 납세자로서는 언제나 세무조사 선정사유에 대한 위법성을 입증할 수 없게 되는 결과, 세무공무원이 객관적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그 대상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세기본법 제81조의 6 제2항의 취지를 몰각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의 취지도 위와 같은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바, 대상판결의 이유와 결론은 타당하다.
4. 제출의무 있는 세무조사대상자 정기선정자료의 범위
대상판결은 특히 세무조사대상자 정기선정자료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관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판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기선정 사유를 구체화한 국세청 훈령인 소득세사무처리규정에서 정기 조사대상자 선정 등에 활용하도록 신고성실도 전산분석 자료를 지방청장 및 세무서장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현행
5) 제94조), 정기조사 대상은 전산에 의한 성실도 평가결과와 미조사연도 수 등 국세청이 정하는 선정기준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선정하여야 하며, 종사 직원의 자의성을 배제하여야 한다(현행 제96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으며, 또 다른 국세청 훈령인 조사사무처리규정은 정기선정은 신고내용의 적정 여부를 검증하기 위하여 신고성실도 평가결과, 미조사연도 수 등을 기준으로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이 일괄하여 선정하며(현행
6) 제9조 제2항), 신고성실도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원천제세, 양도소득세 등의 신고사항과 각종 세원정보 등을 반영하여 전산시스템에 의하여 평가함을 원칙으로 하되, 세무정보자료 수집 등 세원관리 정보에 의한 평가로 보완할 수 있고(제10조 제1항), 전산시스템으로 신고성실도를 평가할 때에는 평가요소 및 가중치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정하여야 한다(제10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법원이 문서제출명령한 문서 중 ‘성실도 분석 기준과 관련된 내부 지침’ 등을 문서제출명령 대상에서 제외하였고, 원고도 성실도 분석 자료나 조사대상 선정검토표로 한정하여 문서제출명령을 하였는바, 이러한 자료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로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국세기본법 제81조의 6 제2항 제1호의 정기선정은 국세기본법에서 정하는 기본적인 “과세자료, 세무정보 및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사의견, 외부감사 실시내용 등 회계성실도 자료” 및 국세청이 별도로 선정하는 기준을 토대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제2호의 경우도 특별히 다르지 않다. 그런데 국세청 훈령인 소득세사무처리규정 및 조세사무처리규정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법률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 규정이 되어야 하며, 그에 따라 사무처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세관청이 법률에서 정한 기준을 토대로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정기선정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과세관청이 적법하게 세무조사대상을 선정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으므로, 과세관청이 구체적인 신고성실도분석 지표의 산정방식을 제출할 의무는 없다고 하더라도, 신고성실도분석 결과 외에 실제 신고성실도분석 지표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기준 항목들을 제출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대상판결에서는 법원에서 ‘성실도 분석 기준과 관련된 내부 지침’을 전체적으로 문서제출명령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나, 구체적으로 ‘성실도분석 지표를 구성하는 기준 항목’에 대해서도 제출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같은 취지로
국세기본법 제81조의 6 제2항 제2호 사유에서도 관련 기준이 ‘납세자에 대하여 업종, 규모, 경제력 집중 등을 고려’한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제1호 사유에서와 동일하게 실제 과세관청에서 사용하는 기준 항목에 대해서는 제출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 제3호 사유인 ‘무작위추출방식’에 있어서도 최소한 공정하게 무작위추출방식을 적용했다는 관련 입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서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절차의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관련 절차를 모두 기록하고 있는 점을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고 보이는데, 이는 본 평석의 범위를 넘어서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다른 기회에 상술하기로 한다.
5) 2022.11.24. 국세청훈령 제2523호로 개정된 것
6) 2022.4.1. 국세청훈령 제2494호로 개정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