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조세소송에서의 법원의 석명의무 관련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조세소송에 있어 법원의 석명의무를 비교적 넓게 해석하여 왔다. 증권거래세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유가증권신고서의 제출, 수리가 주식들의 매출 행위 이전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재판의 기초로 삼기 위해서는, 원고들에게 이 점에 관한 석명을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조치 없이 원고들이 다른 쟁점에 대한 참고자료로 제출한 형사판결문의 기재에 의하여 반대사실을 적극적으로 인정하여 원고들의 비과세 주장을 배척한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
대법원 94누4325, 1995.2.28., 판결 참조), 원고가 부가가치세 환급금의 지급을 구하였지만 그 내용에 부가가치세 환급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 법원이 이에 대하여 석명을 하지 않고 소를 각하하였다면 이는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
대법원 96누17868, 1997.4.25., 판결 참조), 원고가 환급거부나 수정신고에 대한 경정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처럼 청구취지를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본래의 청구취지는 피고의 양도소득세부과처분이 있음을 전제로 그 취소를 구하는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면, 법원에게는 이에 대하여 석명을 할 의무가 있다고 본 사례(
대법원 96누5285, 1997.8.22., 판결 참조), 주민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피고지정이 잘못된 경우 법원으로서는 당연히 석명권을 행사하여 원고로 하여금 피고를 경정하게 하여 소송을 진행케 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소를 각하한 것은 위법하다고 본 사례(
대법원 2002두7852, 2004.7.8., 판결 참조) 등이 그것이다.
반면 대법원은, 부가가치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 있어서는, 당사자표시정정은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허용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당사자가 변경되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원고가 잘못 지정되었다면 소를 각하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보았다(
대법원 85누953, 1986.9.23., 판결).
그런데 이 사건에서 대상판결은, 조세소송에서 비록 원고가 잘못 지정되어 당사자표시정정신청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제소 목적이 자기 개인이 아니라 소외 회사에 대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고자 함에 있음이 분명하다면, 법원으로서는 취소를 구하는 대상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석명권을 행사할 의무가 인정되므로 법원이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청구취지에 기재된 문구 그대로 보아 피고의 원고에 대한 처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소를 각하하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로써 대상판결은 당사자표시정정에 관한 기존의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법원의 석명의무를 넓게 인정하는 방법으로 조세소송에서 원고를 잘못 지정한 납세자의 권리구제 범위를 확장시켰다.
조세법률관계는 전문적ㆍ기술적이고 복잡하여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하여는 전문적, 기술적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일반 국민으로서는 법인에 대한 과세처분과 법인의 대표에 대한 과세처분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경우에 있어 납세자의 권리구제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 제2차 납세의무자의 원고적격 관련 대상판결의 의의
국세기본법 제55조 제2항 제1호에 의하면 제2차 납세의무자로서 납부고지서를 받은 자는 세법에 따른 처분에 의하여 권리나 이익을 침해당하게 될 이해관계인으로서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구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처분을 청구할 수 있다.
위 규정의 문언은 제2차 납세의무자로서 납부고지서를 ‘받은’ 자라고 되어 있으므로 제2차 납세의무자가 실제로 납부고지서를 받지 않았다면 그에게는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이며, 실제로 한 하급심에서는 납부고지서를 받지 않은 자에게는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소를 각하한 사례가 있었다(
서울행법 2011구합24255, 2013.4.19.,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은 원고가 소외 회사 주식의 95%를 보유하고 있을 뿐 납부고지서를 받지는 않았던 이 사건에서,
국세기본법 제55조 제2항 제1호를 근거로 원고에게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하면서, 원고에게 원고적격이 없다고 보아 소를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위와 같은 대상판결의 판단은
국세기본법 제55조 제2항 제1호의 문언에는 언뜻 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제2차 납세의무자가 납부고지서를 받았다면 제2차 납세의무자로서는 자신에 대한 부과처분을 직접 다툴 수 있게 된다. 반면, 주된 납세의무만이 존재할 뿐 제2차 납세의무자가 아직 납부고지서를 받지 않은 경우에는 제2차 납세의무자에게 주된 납세의무에 대한 원고적격을 인정하여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위 규정의 입법취지에 보다 부합하는 해석이라는 점에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이 대상판결은 제2차 납세의무자가 납부고지서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주된 납세의무자에 대한 부과처분에 대하여 다툴 수 있게 함으로써,
국세기본법 제55조 제2항 제1호에 대한 해석을 정리하고, 납세자의 권리구제의 범위를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