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우리나라에서 관계회사 간의 상표 사용료에 대한 과세 문제가 대두된 것은 2010년경부터이다. 과세관청이 2010년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세무조사 후 상표권을 가진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은행으로부터 ‘우리’라는 상표의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것이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과세를 한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그 후 2013년에는 오히려 신한은행이 신한금융지주에 상표 사용료를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4)
이처럼 상표 사용료에 대한 과세는 초기에 상당히 혼란스러운 모습이었으나, 과세관청은 점차 원칙적으로 상표권자가 상표 사용료를 수취하여야 함을 전제로 과세처분을 하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 간에 과다한 상표 사용료 거래를 통하여 부당한 자금지원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여론에 따라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 회사에 대하여 상표 사용료 수취에 관한 상세내역을 매년 공시하도록 하는 등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5)
① 어떠한 경우에 상표 사용료를 지급하여야 하고, ② 또 얼마만큼의 상표 사용료를 지급하여야 하는지가 매우 어려운 문제로 대두되었다. 대법원은 대상판결들에서 첫 번째 문제에 대하여 처음으로 법리를 제시하였다.
4) 다만 국세청은 과세전적부심사에서 신한은행의 상표 사용료 지급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5)배효정, “기업집단 내 상표 사용료의 시가 산정과 관련한 법인세법상 문제 - 계열회사 간 내부거래 매출액 인자의 취급을 중점으로 -”, 조세법연구 [25-3], 2019, 584-585면
상표의 의미와 세법의 관련 규정
상표란 자기의 상품(지리적 표시가 사용되는 상품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비스 또는 서비스의 제공에 관련된 물건을 포함)을 식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장을 말한다(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호). 이때 표장이란 기호, 문자, 도형, 소리, 냄새, 입체적 형상, 홀로그램ㆍ동작 또는 색채 등으로서 그 구성이나 표현방식에 상관없이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모든 표시를 말한다(상표법 제2조 제1항 제2호).
그리고 이러한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상표권’이라고 하는데, 상표권은 원칙적으로 설정등록에 의하여 발생한다(상표법 제82조).
상표권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무형재산의 하나로서, 상표권자가 상당한 시간, 자본, 노력을 들여 형성하여 온 신용이 화체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상표권의 귀속이 달리 판단되는 것이 아닌 한, 상표권자가 그 사용자로부터 상표 사용료를 지급받는 것은 일응 합리적인 거래라고 볼 수 있다.6)
다만 상표 사용료의 문제는 상표권자가 해당 상표를 보유 및 관리하면서 상표의 가치를 상승하기 위한 각종 활동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 상표가 초과수익력을 가짐으로써 상표를 사용하는 제3자에게 초과수익이 발생하므로, 이렇게 발생한 초과수익에 대하여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단순히 법률상 상표권자라고 하여 항상 제3자가 창출한 수익에 대하여 상표 사용료를 수취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7)
법인세법은 상표권을 무형자산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나(법인세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 제2호 가목), 상표권의 가치평가나 상표권 사용료의 시가 산정에 대하여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표권 등의 무체재산권의 가액은 ① 재산의 취득가액에서 취득한 날부터 평가기준일까지의 법인세법상 감가상각비를 뺀 금액(제1호)과 ② 장래의 경제적 이익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평가한 금액(제2호) 중 큰 금액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제64조), 그 위임에 따른 같은 법 시행령 제59조 제5항은 특허권이나 상표권 등에 대한 위 ‘②’의 금액은 “그 권리에 의하여 장래에 받을 각 연도의 수입금액을 기준으로 기획재정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산한 금액의 합계액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상표권에 특유한 독자적인 시가 산정방법을 두고 있지 않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도 다른 자산과 구분되는 상표권만의 독자적인 정상가격의 산출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상표권의 시가 산정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6) 임재혁, “상표권 사용료의 수취와 부당행위계산 부인규정의 적용 – 실질과세원칙에 입각한 단계별 판단기준의 정립 필요성”, 사법 통권 62호, 사법발전재단, 2022, 533면.
7) OECD 이전가격 과세지침(OECD Transfer Pricing Guideline) 문단 6도 “무형자산의 법적 소유권 그 자체로 무형자산을 사용하여 다국적 기업그룹이 수취하는 수익을 궁극적으로 향유할 권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법적 소유자가 궁극적으로 향유하는 수익은 법적 소유자의 수행기능, 사용자산 및 부담위험과 다국적 기업그룹 구성원들의 수행기능, 사용자산 및 부담위험에 따른 기여도에 의해 결정된다. 법적 소유자가 궁극적으로 향유하는 수익은 법적 소유자의 수행기능, 사용자산 및 부담위험과 다국적기업 그룹 구성원들의 수행기능, 사용자산 및 부담위험에 따른 기여도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면, 자체 개발한 무형자산과 관련된 사안에서 법적 소유자가 관련 기능을 수행하지 않고, 관련 자산을 사용하지 않으며, 관련 위험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단지 소유권을 보유하는 기업으로서 활동하는 경우 법적 소유자는 궁극적으로 다국적기업 그룹이 무형자산을 사용하여 창출한 수익에 대하여 어떠한 대가도 향유할 권리가 없으며, 소유권 보유에 대한 정상가격 대가가 있다면 그 대가만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표 사용료의 수령 여부와 경제적 합리성 판단
대상판결들은 상표권자가 상표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았다고 하여 항상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아 부당행위계산 부인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즉, 상표에 화체된 무형의 가치는 상표권자뿐만 아니라 ‘상표 사용자’가 상표의 사용과 관련하여 투여한 자본과 노력 등에 의해서도 획득되고, 상표 사용의 정도, 거래사회의 실정, 상표의 인지도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므로, 상표권 사용의 법률상ㆍ계약상 근거와 그 내용, 상표권자와 상표 사용자의 관계, 양 당사자가 상표의 개발, 상표 가치의 향상, 유지, 보호 및 활용과 관련하여 수행한 기능 및 그 기능을 수행하면서 투여한 자본과 노력 등의 규모, 양 당사자가 수행한 기능이 상표를 통한 수익 창출에 기여하였는지 여부 및 그 정도, 해당 상표에 대한 수요자들의 인식, 그 밖에 사용의 등록ㆍ사용을 둘러싼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의 결여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상표 사용자가 상표의 가치 창출에 기여한 것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서 그 기여한 정도가 상표 사용료의 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상표권자가 상표 사용자로부터 따로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법리 자체로는 지극히 타당하다. 다만 상표 사용자가 상표의 가치 창출에 기여한 정도를 어떻게 측정 또는 판단할 것인지는 실무상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는다.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대법원은 문화방송 사건에서는 엠비씨아카데미가 상표의 가치 창출에 기여한 정도가 상표 사용료의 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보아 부당행위계산 부인대상에 해당한다고 본 제2심 판단을 수긍하고, 롯데리아 사건에서는 한국 롯데리아에 의해 제1상표의 가치 대부분이 창출되었다는 이유로 부당행위계산 부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제2심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였다.8)
결국, 이 문제를 사실인정의 문제로 본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향후 이와 관련하여서는 하급심 단계에서 충실한 주장과 입증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8) 한편 제2상표와 관련하여 대법원이나 제2심은 경영관리수수료에 제2상표의 사용료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렇게 되면 상표 사용료를 지급받지 않았음을 전제로 한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문제는 아예 발생할 여지가 없게 된다.
상표 사용료의 시가 산정
다른 부당행위계산부인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상표 사용료와 관련된 사건에서도 부당행위계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상표 사용의 가치, 즉 상표 사용료의 시가 산정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세법은 상표권이나 상표 사용료의 시가를 산정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거래계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상표 사용료를 산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1.1.부터 2016.12.31.까지 3년간 상표 사용거래가 있는 20개 대기업집단 소속 297개 회사를 대상으로 상표 사용료 지급 및 수취 현황을 파악한 자료에 의하면, 가장 많은 대기업집단이, ① “(매출액 – 광고선전비 등) × 일정비율(0.08% ~ 0.75%)”의 산정방식을 사용하였고, 다음으로 많은 대기업집단이 ② “매출액 × 일정비율(0.015% ~ 0.5%)”의 산정방식을 사용하였으며, 그 외의 산정방식을 사용한 대기업집단도 있었다.
9) 한편 과세관청은 부당행위계산 부인규정을 적용하면서 일반적으로는 “(매출액 – 계열회사 간 내부거래 매출액 – 광고선전비) × 일정비율”의 산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 다만 위와 다른 방법을 사용한 경우도 가끔 발견된다.
11) 롯데리아 사건이나 같은 쟁점이 문제된 ((대법원2022두31570, 2023.05.18.), (대법원2022두31587, 2023.05.18.) 판결(동부건설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계열회사 간 매출액을 제외한 순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공제한 금액에 일정 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상표 사용료를 산정하였다.
문화방송 사건에서는 상표 사용료의 시가 산정방법도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당초 과세관청은 (i) 원고가 소유하는 개별 상표인 ‘느낌표’ 및 ‘대장금’ 상표에 대한 상품화 사업과 관련하여 원고가 제3자(희원)로부터 브랜드 총수입금의 60%를 배분받기로 하였음을 이유로,
12) 원고와 엠비씨아카데미 사이에서도 엠비씨아카데미가 제3자인 뷰티르샤로부터 받은 상호 사용료의 60%를 상표 사용료로 산정하였고, (ii) 희원이 또 다른 제3자인 줄넘기나라와 ‘느낌표’ 브랜드 사용계약을 체결하면서 출고가의 3%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수취하기로 하였음을 이유로, 엠비씨아카데미의 매출액 중 문화사업 및 방송교육 사업 매출액의 3%를 상표 사용료로 보아 익금에 산입하였다. 그러나 제1심은 ‘느낌표’ 및 ‘대장금’이라는 특정 방송프로그램의 브랜드 가치와 ‘MBC’라는 특정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같이 평가하기는 어렵고, 원고와 희원이 공동사업을 운영하면서 그 수입을 6:4로 배분하기로 약정한 반면 원고와 엠비씨아카데미는 공동사업을 운영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시가 산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서울행법2015구합78571, 2016.10.28., 판결). 이에 따라 제2심에서는 과세관청의 신청에 따라 상표 사용료에 대한 감정이 이루어졌는데, 제2심은 감정인이 기술평가기준 운영지침(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제2016-114호) 제40조에서 정한 로열티공제법을 적용하여 산정한 가액을 상표 사용료로 인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로열티공제법은 ‘기술의 가치평가’에 사용하는 방법으로서 상표의 가치평가와는 무관하고, 주무부처인 상업통산자원부가 작성한 ‘기술가치평가 실무가이드’에도 “상표(브랜드)의 경우 특허와 같은 기술자산과는 다른 속성을 가진 지식재산이므로, 특허권 중심의 기술ㆍIP에 기반한 본 가치평가모형은 상표의 가치평가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2심의 판단을 다투었으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제2심의 상표 사용료 산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동부건설 사건에서 (대법원2022두31570, 2023.05.18.), (대법원2022두31587, 2023.05.18.) 판결은, 순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공제한 금액에 일정한 요율(금융법인 0.1%, 일반법인 0.23%)을 곱한 금액 중에서 상표권의 공동등록명의자인 원고의 수취액을 1/10로 보아 산정한 상표 사용료가 정당한 시가에 해당한다고 본 제2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처럼 대법원은 대상판결들과 위 동부건설 사건의 판결에서 상표 사용료의 원칙적인 산정방법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고 제2심이 사용한 산정방법을 모두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위 판결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표 사용료의 정당한 산정방법에 대해서는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9) 배효정, 앞의 논문, 591면.
10) 배효정, 앞의 논문, 591-592면.
11) 예를 들어, (인천지법2017구합54634, 2022.11.17.) 선고 판결에서 과세관청은 “매출액에서 계열사 간의 거래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 및 직수출금액을 차감한 금액의 0.2%”를 상표 사용료로 산정하였다.
12) 기본적으로는 원고와 제3자 사이의 거래가격을 시가로 본 것이다.
마치며
대상판결들은 상표 사용료의 수취 또는 미수취와 관련된 부당행위계산의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위 판단기준만으로 상표 사용료를 지급받아야 할 경우와 지급받지 않아도 될 경우의 구분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고, 여전히 실무적으로는 다툼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법원이 상표 사용료의 산정방식과 관련하여 어떠한 원칙도 제시하지 않은 채 서로 다른 2개의 산정방식을 구체적 이유 제시 없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현재의 상황에서 누구도 정당한 상표 사용료의 산정방법을 제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특히 실무에서는 과세관청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용료율은 물론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 등을 공제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조세심판원도 일부 심판결정에서 “상표권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광고선전비는 상표권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격의 지출이므로, 상표 사용의 대가를 지급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13) 이에 따르면 광고선전비는 산정된 상표 사용료에서 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납세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정당한 상표 사용료의 산정방식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13) [(조심2015서4633, 2016.04.18.), (조심2018서2817, 2019.12.10.)]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