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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회피 목적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거래당사자가 선택한 거래관계를 부인하여 허위세금계산서로 처벌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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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

조세회피 목적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거래당사자가 선택한 거래관계를 부인하여 허위세금계산서로 처벌 어려워

해설







| 요약 |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A회사를 설립하여 A회사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여 거래를 한사안에 관한 것으로, A회사의 실체 및 거래의 실질을 부정하여 당해 거래와 관련하여 발급ㆍ수취한 세금계산서를 조세범처벌법 제10조 제3항에서 정한 ‘실물거래가 없는 허위세금계산서’로 보아 피고인을 처벌할 수 있을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원심판결은 A회사가 자기 명의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자기 명의로 발주서, 물품인수증 등을 수수했으며, 자기 명의 계좌를 이용하여 대금을 수수하고, 지기 비용으로 각종 공과금 및 세금을 납부하였으며, 거래당사자들이 A회사를 자신의 거래상대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A회사의 실체를 긍정하였다. 또한 A회사의 물적ㆍ인적설비가 부실하고, 관계회사에서 그 업무를 도와준 사정이 있더라도 A회사가 독립된 경제주체로서 실재하면서 실제로 자신의 명의와 계산으로 사업을 수행한 이상, 이러한 사정을 들어 A회사 명의의 거래를 단순히 명목에 불과한 가공거래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무죄 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하였다. 대상판결은, 세금계산서 및 계산서의 허위 발급ㆍ수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하여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상판결은 납세자가 선택한 법적 형식에 따른 법률관계는 되도록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부정하려면 조세회피 목적 기타 특별한 사정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법리를 확인하고 이러한 법리를 기초로 가공거래의 판단에 관한 일응의 기준을 정립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5.5.7. G 등을 통해 F가 100% 출자한 A회사를 설립하였고 A회사의 유일한 임직원은 대표이사 M이었다.

F는 당시 21세로 군 복무 중이어서 A회사 운영에 관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M은 명의를 빌려준 대가로 A회사로부터 매월 160만원의 형식상 월급을 받기만 할 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회사 운영상황도 알지 못하는 소위 ‘바지 대표’였다. A회사에는 2018.1.29. 유일한 직원 N이 채용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직원이 없었고, 유일한 직원인 N도 사후적으로 매입처에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청하는 업무 정도만 하고 A회사의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A회사의 사업장은 화성시 소재 K의 회의실로 등록되어 있었으나, K와 형식적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일 뿐 거기에는 A회사의 직원이 없고 A 회사에서 실제 담당하는 업무도 없어 실제 A회사의 사업장으로 사용되지 아니한 채 K 직원들의 회의실 및 휴게실로 사용되었다.

A회사의 정관은 H가 작성ㆍ보관하였고, A회사의 공인인증서는 H가 관리하고 있었으며, 세금문제 처리 등도 H가 담당하였고, 원재료 가격변동 시 협상 등은 G가 피고인의 결재를 받아 수행하였다.



쟁점의 정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1호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아니하거나 공급받지 아니하고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은 자를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 제8조의 2는 영리를 목적으로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의 죄를 범한 자로서 세금계산서 및 계산서에 기재된 공급가액 합계액이 30억원 이상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A회사가 A회사 명의로 O, K, S, R 등과의 사이에서 재화를 공급하거나 공급받는 유통계약을 체결하였음에도, 거래당사자가 선택한 거래관계를 부인하고 재화의 공급이 없었다고 보아 A회사를 지배하는 피고인을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1호 및 특정범죄가중법 제8조의 2 위반죄(이하 두 죄를 통틀어 ‘본죄’)로 의율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다음과 같은 법리가 이 사안에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① 어느 일련의 거래과정 가운데 특정거래가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각 거래별로 거래당사자의 거래 목적과 경위 및 태양, 이익의 귀속주체, 대가의 지급관계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개별적ㆍ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② 실물거래가 있다는 것은 당사자 사이에 재화를 공급하기로 하는 구속력 있는 합의가 있음을 의미하고, 재화를 공급하는 자란 그 재화를 사용ㆍ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이전하는 행위를 한 자를 의미한다.
③ 과세관청은 납세자가 선택한 법적 형식이 가장행위라거나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가 선택한 법적 형식에 따는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한다.

이상의 법리를 기초로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어떤 거래가 가공거래라고 판단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당 회사의 실체가 부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사의 논리가 “A회사는 실체 자체가 인정되지 않고, 따라서 A회사의 거래는 모두 가공이다”라는 것이므로 A회사의 실체 여부를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A회사는 자기 명의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자기 명의로 발주서, 물품인수증 등을 수수했으며, 자기 명의계좌를 이용하여 대금을 수수하고, 지기 비용으로 각종 공과금 및 세금을 납부하였는바, A회사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다소 평가의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거래당사자들이 A회사를 자신의 거래상대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과세관청은 A회사의 실체를 인정하는 전제에서 A회사에게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를 부과하고(실체가 없으면 아예 과세가 불가능할 것이다), A회사 명의 거래가 진정하다는 전제하에 거래상대방에게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고가매입)하여 법인세를 부과하였다.

검찰도 소스 재료 거래를 통해 부당한 이익이 A회사에게 귀속되었다고 보아 배임으로 기소했는데, A회사의 실체가 없다면 이런 이익이 귀속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적어도 A회사가 독립적 거래주체로서 자신의 명의와 계산으로 거래하면서 실제로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관련 납세의무까지 부담한 이상 A회사 명의의 거래는 실물거래로서 그 거래당사자는 A회사이다.

즉, 설령 A회사의 물적ㆍ인적 설비가 부실하고, 관계회사에서 그 업무를 도와준 사정이 있더라도 A회사가 독립된 경제주체로서 실재하면서 실제로 자신의 명의와 계산으로 사업을 수행한 이상, 이러한 사정을 들어 A회사 명의의 거래를 단순히 명목에 불과한 가공거래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기존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거래가 개시되거나 거래의 중간이 아닌 그 전방에 새로운 업체가 들어간 상황을 ‘부당한 끼워넣기’라고 평가하기 위하여는 보다 특별한 사정이 필요하고, 그 경우에도 해당거래의 부당성을 넘어 그 거래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기 위하여는 더욱 특별한 사정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A회사 명의의 거래에 관하여 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의 적용이나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또는 형법상 배임의 성부 등을 논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A회사가 독립적 경제주체로서 사업을 수행하면서 해당 거래에 따른 권리를 향유하고 의무를 부담한 이상 A회사 명의의 거래를 실질적으로 부존재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




대상판결의 요지


원심의 무죄 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세금계산서 및 계산서의 허위발급ㆍ수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하여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평석


세금계산서 제도의 도입배경1)


1) 하태한, “동일한 가공거래 또는 전자세금계산서 발급분인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 2 제1항의 적용 요건으로서 ‘공급가액 등의 합계액’ 산정 대상 및 방법”, 대법원판례해설 제114호(2017년 하), 2018, 법원도서관, 619-620쪽 참조.

재화나 용역의 흐름에 따라 매 유통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하여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자신이 공급한 재화나 용역에 대한 세액에서 공급받은 재화나 용역에 대한 세액을 공제함으로써 납부세액을 산출하는 소위 ‘전단계 세액공제법’으로 운영된다.

전단계 세액공제법 체제에서, 사업활동을 위하여 재화 등을 공급받은 사업자가 매입세액을 공제받기 위하여는 필수적으로 재화 등을 공급한 자로부터 세금계산서를 증빙으로 교부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재화 등을 공급받은 사업자가 공급자에게 세금계산서의 교부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게 되고, 매출 거래가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세원을 포착할 수 있다. 이처럼 세금계산서는 상호검증(cross-check)을 통해 조세포탈을 방지하는 중요 기능을 갖는다.

본죄의 범위


이처럼 세금계산서는 부가가치세 등 세금 납부 또는 환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업자들로서는 허위세금계산서 발급, 수취하는 방식으로 세원을 은닉하거나 세금을 환급받아 조세포탈을 할 유인이 있다. 허위세금계산서를 이용한 조세포탈행위의 대표적인 유형은 ① 거래가 있음에도 공급자가 부가가치세 세원이 되는 매출이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고의적으로 세금계산서 발행을 회피하는 방법인 ‘무자료거래’와 ② 거래도 없이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부가가치세 신고를 함으로써 매입세액을 부정하게 공제받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를 포탈하는 방법인 ‘가공거래’이다.

후자인 허위세금계산서를 통하여 세금을 포탈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하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1호 및 특정범죄가중법 제8조의 2의 본죄 규정이 입법되었다. 그런데 본죄 규정은 행위자의 조세포탈 여부나 조세포탈 목적을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어, 조세포탈이 수반되어 있지 않더라도 어떠한 거래가 ‘가공거래’로 판단되기만 하면 본죄 규정에 의해 처벌될 위험성이 있다.

이와 같이 본죄에서 조세포탈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지 않은 이유에 관하여, 실무에서는 “거래 없는 세금계산서의 발급과 수취는 세금계산서 거래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세금계산서의 증빙서류로서의 기능을 해하므로 (조세포탈범이 아니더라도) 조세위해범으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2)

유사한 맥락에서 대법원은 본죄 규정의 입법취지가 “실물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를 수수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세금계산서 수수질서를 도모하려는 데 있고 조세포탈 여부가 구성요건이 되는 다른 규정과 달리 위 규정은 세금계산서가 갖는 증빙서류로서의 기능을 중시하고 있다”고 보았다.3)

애초에 세금계산서가 부가가치세 포탈을 방지할 목적으로 도입된 점을 고려하였을 때, 본죄의 적용 범위는 넓은 편이라고 볼 수 있고, 특히 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계약이나 계약에 따른 거래의 내용이 다소 부실한 경우 자칫 거래의 실질이 부인되어 본죄로 기소될 수 있다는 점이 실무에서 종종 문제가 되고 있다. 대상판결 사안에서도 검사는 A회사 명의의 거래에 관하여 조세포탈로 기소하지는 않았지만, 당해 거래의 내용이 부실하다고 보아 거래의 실질을 부인하고 가공거래로 의율하여 본죄로 기소하였다.
2) 김종근, 『조세형사법 해설』, 삼일인포마인, 2021, 298면 참조.
3) (대법원 2012도7768, 2014.4.30., 판결)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거래의 실질을 부인하여 본죄로 의율할 수 있는 거래에 관하여 일응의 기준을 정립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먼저 대상판결은 세금계산서를 수취하거나 발급한 법인의 인적ㆍ물적 구성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A회사 명의로 거래 관련 계약서가 작성되는 등 A회사가 독립된 경제주체로서 실재하면서 실제로 자신의 명의와 계산으로 사업을 수행한 이상 A회사 명의 거래를 가공거래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세금계산서 발급ㆍ수취의 주체의 인적ㆍ물적 구성은 가공거래의 주요 판단기준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상판결 사안에서 과세관청은 A회사의 실체를 인정하는 전제에서 A회사에게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를 부과하였고 A회사 명의 거래가 진정하다는 전제하에 거래상대방에게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하였으며, 검사는 당해 거래로 인하여 A회사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되었으므로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취지로 기소하였다. 이러한 과세 및 기소는 A회사 및 A회사 명의의 거래가 존재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해당 거래가 가공거래임을 전제로 하는 허위세금계산서 발급 관련 범죄와 양립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A회사 명의의 거래가 필요하였는지 또는 A회사에게 귀속된 이익이 정당한 것인지 등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이에 관하여는 별도의 항목, 즉 업무상 배임의 점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상세히 살펴본다), … , A회사 명의의 거래는 실물거래로서 그 거래당사자는 엄연히 A회사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즉, 어떠한 범죄 사안이 가공거래 사안인지, 혹은 거래의 실체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배임죄 등 다른 범죄 사안인지를 구별할 필요가 있고, 거래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각종 과세처분이 있었다면 섣불리 가공거래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금계산서 및 허위세금계산서 관련 본죄의 처벌규정이 조세포탈을 막기 위하여 도입된 점을 고려하였을 때, 조세포탈과 무관한 거래가 가공거래라는 판단은 신중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은 그러한 사안에서 가공거래인지 여부에 관하여 여러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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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목 제목 저자 관련 문서번호 등록일
법인세법 박준석 2025-07-17
법인세법 최보광 2025-07-10
부가가치세법 이상준, 윤상범 2025-07-01
분류중 김한준 2025-06-19
분류중 최보광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