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개정 후 법률 적용 여부 판단에 있어 엄격해석원칙과 실질과세원칙
이 사건 부칙조항 문언상 “이 사건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담배를 제조장 또는 보세구역으로부터 반출하거나 국내로 반입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라고 규정한 것에 대하여, 원심과 대법원이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뉘었다. 즉, 원심은 ‘제조장’과 ‘반출’의 개념을 그 문언대로 해석하여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이 사건 부칙조항을 문언 그대로 해석한 반면, 대상판결은 담배를 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옮긴 때가 아니라, 임시창고에서 물류센터로 옮긴 때 비로소 제조장에서 반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이 사건 부칙조항의 문언을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원심이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원심의 위와 같은 문언에 충실한 해석은 조세법규에 대한 엄격해석원칙에 근거한 것이다. 반면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문언 해석의 근거로, 원고가 종전에 ‘이 사건 제조공장에서 보세구역인 이 사건 각 물류센터로 담배를 옮길 때에는 구 지방세법상 미납세 반출대상 담배로 신고하였다가, 도매업자 등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이 사건 각 물류센터에서 담배를 반출하는 시점에 담배소비세 등을 신고ㆍ납부’하여 온 사실, 원고와 D가 체결한 물류 서비스 계약상 관세법상 보세창고를 요하고 있는 점, 원고는 담배 매점매석행위에 관한 고시가 시행되기 직전에 상당한 비율의 담배를 이 사건 제조공장에서 이 사건 임시창고로 옮긴 점, 이 사건 임시창고의 인적ㆍ물적 설비 구비 여부 등의 사정을 들면서, 원고가 이 사건 임시창고로 담배를 옮긴 데에 담뱃세의 인상차액을 취하려는 것 외에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결국 대상판결이 이 사건 부칙조항의 문언을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실질과세원칙에 그 법리적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실질과세원칙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대상판결이 상고심으로서 법률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이 법문언을 해석한 판단에 대한 명확한 법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이 사건 부칙조항의 문언에서는 명확하게 ‘제조장으로부터 반출’이라는 것을 개정 후 법률의 적용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원심에서 확장해석금지원칙, 유추해석금지원칙을 언급하며 이 사건 개정규정에서 정한 개정 후 세율의 적용을 부정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이 원심과 다른 판결을 내릴 경우에는 원심의 판단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먼저 법리적으로 정리할 것이 요구된다.
특히 제1심에서는, ① 실질과세를 규정한 구
지방세기본법 제17조 제2항 규정상 ‘과세표준’에 대해서, 이 사건에서 ‘반출’의 의미는 이 사건 부칙조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개정 후 담배소비세율의 적용여부를 가리는 판단기준이 될 뿐 이 사건 각 처분의 과세표준의 계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점, ② 실질과세를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 규정상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또는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반출이 이루어졌다거나 ‘경제적 실질이 다른’ 행위 또는 거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반출행위가 ‘국세기본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없는 점을 구체적으로 판시하였고, 원심에서 이를 인용하였다. 이처럼 원심에서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될 수 없음을 지방세기본법, 국세기본법상 문언을 들어 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상판결이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위 지방세기본법, 국세기본법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였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이 사건 부칙조항의 ‘제조장으로부터 반출’의 의미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법문언을 해석한 법리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나. 미납세 반출의 경우 납세의무 성립 시기
구
지방세법 제53조에서 정한 미납세 반출 담배의 담배소비세 등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시기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담배를 미납세 반출한 때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미납세 반출한 담배를 반입장소에서 다시 반출하는 때 납세의무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미납세 반출규정의 성격에 대하여 징수 유예 규정이 아니라 납세의무 성립을 유예하는 규정으로 해석한 것으로서, 미납세 반출한 담배를 반입장소에서 다시 반출하는 시기에 따라 개정 전 법률이 적용될지, 아니면 개정 후 법률이 적용될지 여부가 결정된다.
앞으로도 법률 개정 시 개정 전, 후 법률 중 어느 법률을 적용하여야 하는지 문제는 끊임없이 쟁점이 될 것이고, 그 기준이 되는 납세의무 성립 여부, 징수유예 규정인지 납세의무 성립유예 규정인지 여부의 문제에서 대상판결의 논의가 계속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대상판결이 원고가 미납세 반출한 담배를 반입장소에서 반출된 것처럼 전산입력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무렵에 담배소비세 등의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그 실질을 고려할 때 타당한 결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