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증여의제제도 과세유형 및 입법취지 등
구 상증세법 제41조의 2 제1항에 따른 명의신탁 증여의제 제도는 두 가지 경우를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첫째는 주식 등 부동산 이외 재산의 소유명의를 실제소유자가 아닌 사람 명의로 주주명부 등에 등재한 경우에 이를 증여로 의제하는 것이고(이 사건 규정 중 두 번째 괄호 부분을 뺀 본문 부분,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 둘째는 해당 재산을 취득한 후 그 취득 연도의 다음 연도 말까지 명의개서 등을 하지 아니하고 종전 명의자 이름으로 남겨 둔 경우도 명의신탁을 한 것으로 보고 증여로 의제하는 것이다(이 사건 규정 중 두 번째 괄호 부분,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은 조세회피 목적을 가진 명의신탁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함으로써 재산 보유의 실질과 명의를 일치시키고,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등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 때문에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은 주식 등 재산의 실제소유자와 그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 해당 재산의 가액을 명의자가 실제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하면서도, 조세회피의 목적 없이 타인의 명의로 주주명부 등에 등재한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은 권리를 취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명의개서를 하지 않는 경우 과세당국에서 주식변동을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고, 장기간 명의개서를 하지 않는다면 그 실질이 명의신탁과 같으므로, 이를 명의신탁으로 의제하여 과세를 강화하고자 2003.1.1.부터 도입되었다.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에 대해서는 그 위헌성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고, 대법원 역시 위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여 ⅰ) ‘조세회피목적’을 엄격하게 해석하거나 ⅱ) 명의신탁 관계가 성립하여 일단 증여의제 대상이 된 경우에는 가급적 동일 재산을 재차 증여의제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해석하는 방법을 통하여 명의신탁 증여의제의 적용범위를 축소하려는 방향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ⅱ)의 방향에 부합하는 판례로는, ① 주식이 명의신탁되어 명의수탁자 앞으로 명의개서가 된 후에 명의신탁자가 사망하여 주식이 상속된 경우에는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
대법원 2014두43653, 2017.1.12., 판결), ② 최초로 증여의제 대상이 되어 과세되었거나 과세될 수 있는 명의신탁 주식의 매도대금으로 취득해 다시 동일인 명의로 명의개서된 주식은 재차 증여세 과세를 할 수 없다고 한 판결(
대법원 2011두10232, 2017.2.21., 판결), ③ 최초의 명의신탁 주식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하여 배정받은 신주에 대해 각각 별도의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재차 과세할 수 없다고 한 판결(대법원 2018.3.29. 선고 2012두27787 판결), ④ 최초로 증여의제 대상이 되어 과세되었거나 과세될 수 있는 합병구주의 명의수탁자에게 흡수합병에 따라 배정된 합병신주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판결(
대법원 2016두30644, 2019.1.31., 판결), ⑤ 기명식 전환사채의 명의수탁자에게 전환권의 행사로 배정된 주식에 새롭게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할 수 없다고 한 판결(
대법원 2016두1165, 2019.9.10., 판결) 등이 있다.
다만, 위 판례들은 상속으로 인한 명의신탁 관계의 승계가 있을 뿐 그 이상 상속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에 새로운 명의신탁관계 형성을 위한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①)이거나, 기존 명의신탁 대상 주식과 새로운 주식 간 그 경제적 실질이 다르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대하여 거듭하여 과세할 경우 최초의 증여의제 효과를 부정하는 모순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②, ③, ④, ⑤)인데 반하여, 이 사건은 주식 양도에 수반하여 기존의 A와 B, C 간 명의신탁 합의와는 별개로, 제3자인 원고와 A, B, C 사이에 새로운 명의신탁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이러한 새로운 명의신탁 관계에 대하여 다시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를 할 수 있다고 본 것은 타당한 결론으로 보인다.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과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관계
기존에도 대법원은,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에 대하여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은 주식을 취득한 자가 장기간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전 소유자에게 그 명의를 신탁한 것과 다름없게 된 경우 조세회피의 목적이 부정되지 아니하는 한 명의신탁의 합의가 있었던 경우와 마찬가지로 증여의제의 대상이 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 요건인 명의신탁의 합의가 없더라도 증여의제 대상이 되도록 한 예외적인 규정으로서, 주식을 취득한 자에게 일정기간 내에 명의개서를 할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해태하면 그 상대방을 명의수탁자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과세상 불이익을 과하도록 한 것이므로, 해당 규정의 문언뿐만 아니라 관련 규정의 체계 및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그와 같은 특별한 의무가 부여되었다고 명확하게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14두43653, 2017.1.12.,판결).
대상판결 역시 위 대법원 판결의 판시 내용을 인용하면서 “명의신탁 합의가 존재하는 등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증여세가 과세되었거나 과세될 수 있는 주식에 대하여는 그 이후에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과세요건이 별도로 충족된다 하더라도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만 적용되어야 하고,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다시 적용될 여지는 없다”고 하여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과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즉,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의한 과세를 위해서는 ① 당사자 사이에 명의신탁 합의가 존재할 것, ②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 등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요건이 필요한데, 이러한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그에 따른 증여세가 과세되었거나 과세될 수 있는 주식에 대하여는 그 이후에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과세요건이 별도로 충족된다 하더라도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만 적용되어야 하고,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다시 적용될 여지는 없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은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적용된다.
이 사건의 경우
앞서 살펴본 법리에 의할 때 이 사건 주식에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과세요건이 모두 갖추어졌다면,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의 결론과 같이 이 사건에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될 여지는 없게 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① [당사자 사이에 명의신탁 합의가 존재할 것] 원고와 A, B, C 사이에 명의신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1992.5.12.자 주식 양수도계약서(A의 경우) 및 1995.5.31.자 질권설정(B, C의 경우)으로 확인된다. 다만, A와 원고는 기존 명의개서를 계속 유지하는 방식을 택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별도의 명의개서가 행해지지는 않았는데, 이 점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②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 등이 이루어질 것] “명의신탁관계의 성립에 명의수탁자 앞으로의 새로운 명의개서 행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 소유 주식을 취득하면서 명의수탁자와 사이에 명의신탁 합의를 하여 기존에 명의수탁자 앞으로 마친 명의개서를 유용하기로 한 경우 새로운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하고, 새로운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 때로부터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 및 구 상증세법 제4조 제4항에 따른 증여세 과세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여 새로운 명의개서 없이 기존 명의개서를 유용한 경우에도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 적용에는 문제가 없음을 명시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주식은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의한 과세요건을 모두 구비하였으므로 위 규정에 따라 과세될 수 있을 뿐,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한 과세는 불가능하다.
만약 이 사건에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된다고 가정해보면, 이 사건 주식에 대해서는 1992년부터 명의신탁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2005.1.1.까지 이를 자신의 명의로 명의개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로부터 15년의 부과제척기간 이내인 2020.4.1.까지(무려 약 28년 동안)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게 되는 셈이 되고 만다. 이는 실질적으로 과세관청의 부과제척기간을 지나치게 길어지게 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서도, 위와 같은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