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동일세대’ 여부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 해석에 관하여
(1)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생계를 같이 하는 동거가족”이란 현실적으로 생계를 같이하는 것을 의미하며, 반드시 주민등록표상 세대를 같이 함을 요하지는 아니하나 일상생활에서 볼 때 유무상통하여 동일한 생활자금에서 생활하는 단위를 의미한다고 한다고 판시하여, 생계를 같이하는 동거가족 여부의 판단은 그 주민등록지가 같은지 여부와 무관하게 현실적으로 한 세대 내에 거주하면서 생계를 함께 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86누869, 1987.5.26.,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은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바탕으로 원고의 아들 A가 실제 원고와 함께 거주한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그러한 사실만으로 이들을 동일세대로 보지 않고, 실제 원고와 A가 일상생활에서 유무상통하여 동일한 생활자금으로 생계를 함께 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동일세대’ 여부를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원고와 A를 동일세대로 판단한 결론 자체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찬동하기 어렵다.
(2) 독립세대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으로 공동생활비에 관한 명확한 정산 합의가 필요한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원고와 A 간의 공동생활비용에 대하여 어떠한 방식으로 정산하기로 합의했는지 그 정산 약정에 관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사후 정산 내역이 명확히 구분되어 확인되지 않는 등 원고와 A는 공동생활을 위한 비용 지출을 분리하여 생활하였다거나 이를 정산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위와 같은 사실을 이유로 하여 동일한 생활자금에서 생활하였던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생활비 정산은 생계를 함께하는 가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는 있으나, 정산에 관한 구체적인 계약서를 체결하는 등 공동생활비용을 매달 정확하게 정산하는 것이 그 필요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제1심에서도 설시하고 있듯이 일반적인 국민의 법감정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방법으로 생활비를 엄격하게 구분하여 정산하는 것이 오히려 경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대법원 및 다수의 하급심 판례에서도 동일한 생활자금으로 함께 생활하였는지 여부를 ①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와 ② 신용카드를 비롯하여 건강보험, 의료비, 교통비 등 각종 생활비를 스스로 부담하였는지 등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판단하였던 것이고, 개별적인 사안에서도 단순히 부모와 미혼인 자녀 간 주거비용에 관한 구체적인 정산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이들을 생계를 함께 하는 가족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서울고법2013누118, 2013.6.19.) 판결, (부산고법2014누21639, 2015.1.23.) 판결 등 참조].
이처럼 대상판결은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지나치게 축소 해석한 결과, 기존 대법원 판례 등에서 제시되지 않은 공동생활비용에 관한 명확한 정산 합의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은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3) 거주 장소가 단층 구조 아파트일 경우의 독립세대 인정 여부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원고와 A가 함께 거주한 주택이 단층 구조의 아파트로서 출입구, 거실 및 주방 등을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들이 독립적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생계를 함께 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의 주거 형태는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만이 문제될 뿐 해당 아파트가 단층 아파트라는 이유만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공간으로 단정지을 수 없으며, 이러한 이유로 단층 아파트에 직계가족이 함께 거주한 경우에도 독립세대를 인정한 사례 역시 다수 확인된다.
1) 즉, 부자지간이 단층 아파트에 함께 거주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자녀가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진 시점부터 사회적ㆍ경제적으로 독립한 생활을 영위하였다면 얼마든지 독립세대로 인정하는 것이 ‘1세대’에 관한 구 소득세법 규정 및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대상판결은 원고와 A가 별도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주거비용을 지급한 사실이 없으므로 주거공간을 구분하여 별도로 생활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주택 등 부동산의 무상사용에 따른 이익 분여에 대하여 증여세 과세를 기본 원칙으로 하면서도 소유자 등이 함께 거주하는 경우에는 관련 비용을 받지 않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볼 때,
2) 주거비용을 별도로 지급받지 않은 사정은 독립세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장애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부모가 이미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빈 방을 자녀가 사용한다고 하여 임차료를 구분하여 징구하는 것이 더욱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고, 위 상속세 및 증여세법 규정에서도 비과세하는 취지 역시 이러한 현실적인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다수의 판례에서 단층 구조의 아파트에 직계존비속이 함께 거주한 경우에도 이들이 각자의 비용으로 독립된 생활을 영위하였다면 별도의 독립세대를 인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원고와 A가 함께 거주한 주택이 단층 구조의 아파트라는 사정만으로 독립된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였는바, 그 당부는 향후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2.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 제출된 자료를 근거로 한 사실인정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이 사건 주택 양도 당시 원고의 아들 A가 임대한 이 사건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피고(과세관청)가 변론 종결 이후에 제출한 한국전력공사의 전력량 및 전기요금내역 자료를 바탕으로 부천 오피스텔의 연평균 전기사용량이 전년 동월 대비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 계약종별 사용요금이 ‘주택용’으로 되어 있는 점, 2019년 7월
3)부터 2019년 12월까지 출산가구 할인 적용을 받은 점 등의 사실을 인정하면서 부천 오피스텔이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이 합당한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대상판결이 변론 종결 이후에 제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인정 및 판단을 한 부분은 심히 유감스럽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은 항소심 절차로서 소송당사자가 그 판결 내용에 불복하여 상고하더라도 상고심(제3심)은 법률심을 원칙으로 하므로 대상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 다툴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본 사안에서 과세관청은 변론 종결된 이후에 내부 전산시스템상 조회 가능한 제3자의 납세 정보 및 외부 기관에 공문을 보내어 그에 관련한 회신을 받아 제출하였는데, 대상판결이 사실상 증거로 채택한 이 사건 오피스텔의 전기사용량에 관한 한국전력공사의 회신 및 첨부자료도 이에 포함된다. 그런데 세법상 우월한 지위에서 광범위한 실지조사 및 조세과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과세관청과 달리 행정소송 등 제한된 절차를 통하여만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납세자가 제3자의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정보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만일 납세자가 소송 목적상 이와 같은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사실조회신청 등을 통하여야만 하는데 이 역시 변론 진행 중 재판부의 허가를 거쳐야만 허용되는 절차이다.
그렇다면 원ㆍ피고 간 대등하게 제시된 증거를 바탕으로 실체적 진실을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법원은 적어도 납세자가 오로지 변론 과정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는 정보를 과세관청이 변론 종결 이후에 제출하였다면 응당 변론을 재개하여 새롭게 제출된 증거에 대한 납세자의 진술 기회를 보장하였어야만 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이러한 절차를 생략한 채 그대로 사실인정 및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사실상 원ㆍ피고 간 형평성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야기하였다. 만일 이러한 관행이 용인된다면 과세관청이 의도적으로 납세자의 접근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기 위해 변론 종결 이후 ‘오로지 국가기관’만이 획득 가능한 정보들을 제출하는 현상이 만연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4)
이처럼 ‘제3자의 주거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에서 과세요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납세자의 반박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은 대상판결의 판단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더욱이 과세관청이 사실심 변론 종결 이후에 제출한 자료가 과세요건 사실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이다. 과세관청이 제출한 참고자료는 해당 오피스텔이 사용한 월별 전력사용량 및 전기요금 내역으로서 해당 오피스텔에서 전기를 주간에 사용하였는지, 아니면 야간에 사용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만으로 해당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을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해당 자료가 일과시간 이후인 ‘야간’에 전기가 주로 사용되었다는 사정을 포함하고 있다면 이를 근거로 해당 건물이 주거용으로 사용된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큰 무리가 아닐 수 있으나, 이러한 구분도 없이 단순히 전년 대비 전기사용량이 증가하였다는 내용에 불과함에도 해당 건물이 주거용으로 사용되었다고 단정한 대상판결의 판단 또한 동조하기 어렵다.
3) 이 사건 주택의 양도시점은 2019.3.28.이다.
4) 물론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과세관청인 피고가 원고의 정보 접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변론 종결 이후에 관련 공문을 제출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