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부가가치세법상 ‘거래징수’ 규정의 의미와 계약의 해석
(1) 거래징수에 관한 판례의 기본법리
구
부가가치세법 제15조는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부가가치세를 그 공급을 받는 자로부터 징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그러나
부가가치세법 제15조는 사업자로부터 징수하는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급을 받는 자에게 차례로 전가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최종소비자에게 이를 부담시키겠다는 취지를 선언한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사업자가 위 규정을 근거로 공급을 받는 자로부터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직접 징수할 사법상의 권리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
3) 대법원은 거래당사자 간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이 따로 있는 경우에는 사업자는 그 약정에 기하여 공급을 받는 자에게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지급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4) 결국 이는 사인 간 계약에 의하여 부가가치세를 부담할 자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때 판례는 원ㆍ피고 사이에 피고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은 묵시적인 약정도 가능하며 반드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당시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공급 후에 한 경우에도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5)
(2) 계약해석의 방법과 구체적 사안에서의 해석
판례는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 그러한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그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다.
6)
6) (대법원2016다20671, 2016.9.28.) 판결
구체적으로 본다면, 견적서상 세액은 별도로 표기하고 있으며 부가가치세액을 별도로 기재한 내역의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을 때 이견이 없었던 경우에는 부가가치세액은 공급받는 자가 부담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
7) 피고가 차임과 별도로 부가가치세를 원고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의 특약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더라도 내용증명, 세금계산서의 수수 및 이의제기가 없었던 경우에 공급받는 자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한다는 묵시적인 약정이 있다고 판단한 사례,
8) 임대차계약 해지 후의 계속점유를 원인으로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는 경우에 종전 임대차에서 약정 차임에 대한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공급을 받는 자인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이득으로 지급되는 차임 상당액에 대한 부가가치세 상당액도 계속점유하는 임차인이 부담하여야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본 사례
9)에서는 공급받는 자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도록 약정한 것으로 해석한 바가 있다.
7) (대법원2016다20671, 2016.9.28.) 판결
반대로, 대법원은 무면허 건설업자와 공사대금을 평당 일정액으로 정하고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공사대금과 별도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부가가치세를 추가 지급하기로 약정한 바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공사대금에는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수급인이 도급받은 공사의 전부를 직접 시공하지 아니하고 그 일부를 하도급주어 하수급인에게 그에 따른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하도급공사비를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도급계약상의 약정공사대금이 지급된 부가가치세 금액만큼 추가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사례,
10) 입찰자는 낙찰대금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 낙찰대금과는 별도로 당연히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여야 한다는 점을 알면서 경매에 참여한다거나, 낙찰대금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는 일반적인 거래에서 부가가치세 별도라는 조건하에 매매가 이루어진 것과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는 보이지 아니한다는 점을 근거로 별도로 부가가치세 상당액을 거래징수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한 사례
11) 등에서 공급받는 자가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는 것으로 약정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가 있다.
(3) 대상판결의 특수성
기존의 판례에서는 대부분 부가가치세의 부담을 공급하는 자와 공급받는 자 가운데 누가 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이었다. 반면, 대상판결은 부가가치세 면세 용역에 해당하는 경우에 있어서 당사자 간 계약의 해석이 쟁점이 된 사안으로서, 기존 판례의 사실관계와는 차이가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먼저 부가가치세법상 면세와 매입세액 불공제의 구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2. 쟁점 면세 용역과 매입세액 불공제의 문제
(1) 면세 용역을 공급하는 자의 매입세액 불공제
구
부가가치세법 제17조 제1항은 자기의 사업을 위하여 사용되었거나 사용될 재화의 공급에 대한 세액(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한 금액을 납부세액으로 보고 있다. 다만, 면세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은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구
부가가치세법 제17조 제2항 제6호). 이와 같은 규정들은 부가가치세법의 기본 원리에서 도출되는 것으로서 현행 규정 역시 동일한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
(2) 사안에서의 계약구조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과세되는 용역’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제로 계약체결을 한 후, 그에 상당하는 부가가치세를 과세당국에 신고ㆍ납부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때 당해 사업에서의 ‘매입세액’을 공제한 이후의 세액에 대하여 신고ㆍ납부를 하였을 것이다.
이후 면세라는 점이 확인된 이후에 과세당국에 경정청구를 하였더라도, 앞서 살핀 부가가치세법의 규정에 따라 면세 용역의 매출 부분에 대해서는 환급하여 주어도, 관련 용역의 ‘매입세액’은 공제하지 않기에 과세당국은 ‘관련 용역의 매출세액 - 관련 용역의 매입세액’만큼만 환급하여 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피고는 환급받은 세액 상당액만을 돌려주었으나, 원고는 원고가 지급한 부가가치세액 전부(즉, ‘매입세액 상당액’의 차이 부분)를 환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3. 대상판결의 해석
계약의 해석에 이견이 있는 경우 계약 당시의 당사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해석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와 같이 양 당사자가 모두 면세사업을 과세사업으로 착오하였던 상황이라면, 이 경우 계약의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대상판결에서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고 있으나, 양 당사자의 착오로 인하여 구체적 약정을 하지 않았다거나 원가가 증가하게 된다는 점 등은 사안의 판단을 위한 기초적 사실관계로 보이고, 관련 규정에 따를 경우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해당 계약대상자가 부담할 비목별 원재료의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해당액을 예정가격에 합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이 그 판단에 있어서 핵심이 아니었을까 한다. 즉, 애초에 면세사업에 해당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다른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서, 이와 같은 대법원의 해석은 합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