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소득세법은 과세대상 소득을 그 원천 또는 성격에 따라 구분하여 열거하고 있으므로 소득세법이 열거하지 않은 소득은 과세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어느 개인에게 소득이 발생하였더라도 그 소득이 소득세법에 열거된 소득에 해당하지 않으면 소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 어느 소득이 소득세 과세대상인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를 주장하는 자가 해당 소득이 소득세법에 열거된 특정 과세대상 소득에 해당한다는 점까지 주장ㆍ증명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8다237237, 2022.3.31., 판결). 이에 따라 어떠한 소득이 소득세법상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소득세법 문언에 과세대상으로 열거된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소득세법은 기타소득을 이자소득ㆍ배당소득ㆍ사업소득ㆍ근로소득ㆍ연금소득ㆍ퇴직소득ㆍ금융투자 소득 및 양도소득 외의 소득으로 규정하고, 기타소득의 하나로 사례금을 정하고 있다(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 그런데 소득세법에는 사례금의 정의나 판단 기준에 관한 어떠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에 대한 판단은 사실상 대법원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그동안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가 기타소득의 하나로 규정한 ‘사례금’은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을 의미한다고 반복적으로 판시하면서,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금품 수수의 동기ㆍ목적, 상대방과의 관계,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대법원 2010두27288, 2013.9.13.,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소득세법이 열거주의를 채택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어떠한 소득이 사례금에 해당되어 기타소득으로 과세된다고 보기 위해서는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상판결 사안에서 해고자들은 분쟁 해결에 협조해주는 대가로 회사로부터 금원을 지급받았다. 과연 위와 같이 ‘분쟁 해결에 협조’하는 행위를 두고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 일정 부분 의문이 제기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 대상판결 사안의 당사자들은, 조정 결정으로써 근로관계가 종료됨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하여 더 이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을 ‘협조’의 내용으로 삼았다.
결국 해고자들은 근로관계의 종료를 인정하고 더 이상 아무런 이의행위를 하지 않는 ‘부작위’의 대가로 이 사건 금원을 수령한 셈인데, 이러한 ‘부작위’를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이라는 문언에 직접적으로 포섭하기에는 다소 무리라고 볼 여지도 있다. 물론, 해고자들이 이미 회사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던 소송을 취하하거나 형사 고소, 고발을 취하하는 것을 일종의 사무처리로 해석할 여지가 남기는 하겠지만, 이 역시 기본적으로 기존의 이의제기라는 작위행위를 멈추는 것에 불과하다는 한계는 있어 보인다. 이와 유사하게 대법원 2022.3.31. 선고 2018다286390 판결 사안에서 원고는 회사와의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소송 끝에 합의금을 받고 더 이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화해권고결정을 받아 분쟁을 종결하였는데, 이러한 분쟁합의금이 소득세법상 사례금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해당 판결의 원심은 분쟁 화해금이 사례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원고가 회사에 대하여 사무처리 또는 역무제공을 하였다고 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을 들었고,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인정하였다.
하지만 대상판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법원은 일반적으로는 해고 관련 분쟁합의금이 사례금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분쟁 해결에 협조하는 행위가 ‘사무처리 또는 역무 제공’에 해당한다는 점은 당연하게 전제하고 나아가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016두48232, 2016.10.28., 판결,
대법원 2016다17729, 2018.7.20., 판결).
위와 같이 대법원은 해고분쟁 화해금이 사례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기존에 스스로 판시한 ‘사무처리나 역무 제공에 대한 사례’라는 정의나 ‘법적 의무나 대가관계 없이 감사의 뜻으로 지급되는 돈’이라는 사전적 정의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따지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 대신, 접근을 달리하여 해고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를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로, 해고가 적법ㆍ유효함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분쟁화해금을 지급하였다는 것 자체가 곧 직원이 분쟁을 신속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협조한 것에 대한 사례의 의미로 돈을 지급하였음을 뜻한다는 식의 논리인 것으로 일응 해석된다(
대법원 2016다17729, 2018.7.20., 판결,
대법원 2016두48232, 2016.10.28., 판결). 이와 유사하게, 대상판결의 원심에서도 이 사건 금원이 사례금에 해당된다고 판시하면서 그 근거로 해고의 유효성에 관하여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법원의 조정 결정이 이 사건 정리해고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시 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즉, 해고가 유효하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쟁화해금을 지급하였다면 사례금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보인다.
이처럼 해고의 적법ㆍ유효성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 판단 방식은 논리적으로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만약 해고가 위법하다면 회사는 해고자에 대하여 급여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채무를 지기 때문에, 분쟁을 종결하는 대가로 돈을 지급하더라도 사례금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소득세법상 사례금의 판단 기준이 전무하고 오로지 대법원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대법원이 보다 명확하게 일반론적인 판시를 하여 기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기존에 대법원이 스스로 판시한 사례금의 정의에 ’더 이상 이의를 포기하는 부작위‘가 어떻게 포함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