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과세전적부심사 제도의 의의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란 세무조사결과 등에 따른 고지처분을 하기 전에 과세할 내용을 미리 납세자에게 통지한 뒤 그 내용에 이의가 있는 납세자가 적법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는 예방적 권리구제절차로서 부실과세를 예방하고 납세자의 권익 증진과 시간적ㆍ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2)
납세자가 고지 등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청구할 수 있는 국세기본법상 이의신청, 심사청구 및 심사청구 등의 사후적 불복청구제도는 납세자의 권리를 신속히 구제하는 데에 미흡한 면이 있었는데, 이에 1996년 4월부터 「과세전적부심사사무처리규정」이 신설되어 과세전적부심사 제도가 운영되기 시작하였으며, 1999년 8월 국세기본법에 과세전적부심사 제도가 명문화
3)되었다.
4)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현행 조세불복제도 중 유일한 사전적 구제제도로서, 사후적 불복청구제도에 비하여 짧은 시간과 적은 비용을 들여 효율적인 해결이 가능하고, 과세관청의 위법ㆍ부당한 처분 가능성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납세자에게는 사전적으로 구제받을 추가적인 기회를 부여하게 되므로, 과세관청과 납세자 쌍방에 호혜적인 제도이기도 하다.
5)
2) 김완석 외 3, 『주석 국세기본법』 제4판, 삼일인포마인, 2022., 1334면.
3) 1998.8.31. 법률 제5933호로 개정된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0에 과세전적부심사 제도에 관한 조문이 신설되었다.
4) 김완석 외 3, 앞의 책, 1334-1335면.
5) 소순무ㆍ윤지현, 『조세소송』 제11판, 조세통람, 2022., 179면 및 180면.
2.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의 기회 보장에 관한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과세전적부심사 제도가 가지는 기능과 이를 통해 권리구제가 가능한 범위, 제도가 도입된 경위와 취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 침해를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통제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의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에 앞서 필수적으로 행하여야 할 과세예고 통지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과세처분의 효력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통제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2015두52326, 2016.4.15., 판결).
그리고 대법원은 더 나아가 국세기본법 및 국세기본법 시행령이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과세처분을 할 수 있거나 과세전적부심사에 대한 결정이 있기 전이라도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예고 통지 후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나 그에 대한 결정이 있기도 전에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과세전적부심사 이후에 이루어져야 하는 과세처분을 그보다 앞서 함으로써 과세전적부심사 제도 자체를 형해화시킬 뿐만 아니라 과세전적부심사 결정과 과세처분 사이의 관계 및 불복절차를 불분명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과세처분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절차상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2016두49228, 2016.12.27, 판결
6))
6) (대법원2018두57490, 2020.4.9.) 판결은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은 취지로 과세예고통지가 이루어진 후 납세의무자가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하였는데, 그 결정이 있기 이전에 이루어진 법인세 부과처분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그 절차상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여 무효라고 전제한 다음,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3조의 14 제4항 단서에서 과세전적부심사의 청구에 대한 결정을 하기 전이라도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 정한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5 제2항 제3호에서 말하는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인지의 판단 기준일은 ‘세무조사 결과 통지 및 과세예고 통지를 하는 날’일 뿐 피고의 주장과 같이 ‘과세처분일’이라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법인에 대하여 세무조사결과통지를 하면서 익금누락 등으로 인한 법인세 포탈에 관하여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포탈한 법인세에 대하여 구 국세기본법(2015.12.15. 법률 제135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조의 15 제2항 제2호
7)의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하는 경우’에 해당할 뿐이지, 소득처분에 따른 소득금액변동통지와 관련된 조세포탈에 대해서까지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의 예외사유인 ‘고발 또는 통고처분’을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2017두51174, 2020.10.29., 판결).
7) 이 사건 예외조항과 그 내용이 같다.
나아가, 최근 대법원은 납기전징수 및 수시부과 제도의 취지, 납기전징수 및 수시부과 사유를 과세전적부심사의 예외사유로 규정한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5 제2항 제1호 및 구 국세징수법(2020.12.29. 법률 제177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과세전적부심사의 예외사유인 ‘국세를 포탈하려는 행위가 있다고 인정될 때’라 함은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할 만한 객관적인 상황이 드러나는 납세자의 적극적인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납세의무를 조기에 확정시키지 않으면 해당 조세를 징수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등 긴급한 과세처분의 필요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면서, 과거의 조세포탈행위만 인정될 뿐 긴급한 과세처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 사건에서 원고의 과세전적부심사청구 또는 그에 대한 결정이 있기 전에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절차적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
대법원2021두37748, 2023.11.2., 판결).
위와 같은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의 기회 보장에 관한 일련의 대법원 판결의 판단 내용은 과세전적부심사 제도가 납세자의 사전적ㆍ예방적 권리구제를 위한 것이므로, 이와 관련된 법령을 해석함에 있어 납세자의 권리를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 과세처분도 일반 행정처분과 마찬가지로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
8)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8)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아니하고, 세무공무원이 과세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준수하여야 한다(대법원2015두52326, 2016.4.15.).
3.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2017두51174, 2020.10.29., 판결은 과세관청의 익금산입 등에 따른 법인세 부과처분과 그 익금 등의 소득처분에 따른 소득금액변동통지는 각각 별개의 처분이라는 점을 근거로 전자에 대한 고발 또는 통고처분과 후자에 대한 고발 또는 통고처분을 구분하였는데, 이 사건 예외조항을 ‘납세의무자’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처분’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대상판결은 위 대법원 판결에서 더 나아가 세무조사결과통지의 내용 중 통고처분의 대상이 된 조세범칙행위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에 대하여 위 과세전적부심사의 예외사유가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이 사건 예외조항의 문언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해석은 납세의무자의 동일 과세단위에 대한 세무조사결과통지의 경우에도 통고처분의 내용에 따라 과세전적부심사의 청구 대상이 구분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대상판결은 세무조사결과통지의 내용 중 통고처분의 대상이 아닌 부분에 대하여는 납세의무자의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할 권리가 박탈되지 않는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하여 준 데에 의의가 있다.
참고로 2023.12.31. 법률 제19926호로 개정된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5 제3항 제2호
9)는 단서 내용(“다만, 고발 또는 통고처분과 관련 없는 세목 또는 세액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이 신설되었는데, 이는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에 관한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다 강화하고자 한 대상판결의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9) 국세기준법 제81조의 15 제3항 제2호의 본문 내용은 이 사건 예외조항과 내용이 같다.
4. 보론: 과세전적부심사 결정의 기속력(羈束力)10)에 관한 문제
과세전적부심사 제도와 관련된 규정은
국세기본법 제80조 제1항이 준용하고 있지 않으므로, 과세전적부심사 결정이 사실상 기속력을 가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법적 기속력은 인정되지 않고 있어 실무상 문제가 되고 있다. 즉, 과세관청은 과세전적부심사의 결정과 다른 내용의 처분을 부과제척기간(일반적으로 5년,
국세기본법 제26조의 2 제1항) 내에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세전적부심사 결정의 법적 기속력이 없다는 점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과세전적부심사 제도의 이용률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11)
과세전적부심사 결정의 법적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를 신뢰하고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제기한 뒤 결정을 받은 납세자가 부과제척기간이 도과하기 전까지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할 뿐만 아니라 납세자의 사전적 권리보호 제도인 과세전적부심사 제도의 입법취지에 반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납세자의 절차적 참여권이 충분히 보장된 상태에서 국세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과세전적부심사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점도 과세적부심사 결정의 법적 기속력이 인정될 근거가 될 수 있다.
12) 이에 더하여 대법원이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에 관한 절차상 하자가 있는 과세처분에 대하여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과세전적부심사 결정의 법적 기속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13)
10) 기속력이란 피청구인인 행정청이나 그 밖의 관계 행정청으로 하여금 재결(결정)의 취지에 따라 행동하여야 하는 의무(부작위의무, 재처분의무, 결과제거의무 등)를 발생시키는 효력을 말한다(류지태ㆍ박종수, 『행정법 신론』 제17판, 박영사, 2019., 668-669면).
11) 신호영, “소송 전 분쟁해결제도 개선방안 연구”, 『세무와 회계 연구』 제11권 제2호, 한국세무사회 부설 한국조세연구소, 2022., 168-169면.
12) 김영순, “신속성과 공정의 관점에서 본 조세불복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세무와 연구』 제40권 제2호, 한국세무사회, 2023., 53면.
13) 임재혁, “과세전적부심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조세법연구』 제29집 제3호, 한국세법학회, 2023., 126면; 같은 취지로 신호영, 앞의 논문, 182면; 김영순, 앞의 논문, 5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