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 규정의 성격
상증세법 제60조 제1항 본문은 “재산의 가액은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에 따른다”고 규정하여 재산의 평가에 있어 시가주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고, 제2항에서 “제1항에 따른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으로 하고 수용가격ㆍ공매가격 및 감정가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가로 인정되는 것을 포함한다”고 규정하여 시가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시가로 인정되는 것’을 대통령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본문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가로 인정되는 것이란, 평가기간 이내의 기간 중 감정 등이 있는 경우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따라 확인되는 가액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각 호에서 재산의 시가로 볼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 규정의 성격과 관련하여, 재산의 시가로 볼 수 있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인지, 시가의 범위를 한정적, 열거적으로 규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있다. 즉,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이 해당 규정에 따라 포함되는 시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려는 취지에 비추어 위 규정을 한정적ㆍ열거적으로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증세법 제60조 제2항의 위임에 따른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는 재산의 시가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를 예시한 것에 불과하고, 시가란 원칙적으로 정상적인 거래에 의하여 형성된 객관적 교환가치를 의미하지만 이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액도 시가로 볼 수 있고, 그 가액이 소급감정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법원 2000두5098, 2001.8.21., 판결,
대법원 2004두1834, 2008.2.1., 판결 등 참조).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가 예시적 규정일 경우 발생하는 문제
‘시가로 인정되는 것’ 중 감정가액과 관련하여,
상속세및증여세법시행령 제49조 제1항에서 ‘평가기간 이내의 기간 중 감정’일 것, ‘평가기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칠 것’을 규정하고, 같은 항 제2호 본문에서 ‘2 이상의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일 것, 그러한 감정기관은 ‘기획재정부령이 정하는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일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시가로 인정되는 감정가액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들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단서는 ‘원감정가액이 기준금액 이하이거나 기준금액이 이상이더라도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감정평가목적 등을 감안하여 동 가액이 부적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세무서장등이 다른 감정기관에 의뢰하여 감정한 재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되는 감정가액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 역시 시가로 인정되는 감정가액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으로 이해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법원은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가 예시적 성격을 가진다는 입장인데,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에서 시가로 인정되는 가액의 객관성,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요건들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즉,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가 예시적 규정이라면, 위 조항에 규정된 요건들을 막론하고 어떠한 감정가액이 시가의 정의에 부합하기만 한다면 이를 시가로 취급할 수 있다는 결론도 가능한 것인지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상증세법 제60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시가주의 원칙과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의 예시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단서 두 번째 괄호의 요건3)은 단순히 평가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치는 것만으로 해석할 수 없고 원감정가액의 감정평가목적, 납세자와 감정기관과의 관계, 통모 여부, 납세자의 조세회피 의사,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내용 및 결과 등을 함께 고려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위 재감정 요건이 충족되지 않고 행해진 재감정가액은 설령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가액이라 하더라도 시가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과세관청에 의한 소급감정이 검증 목적에 의한 것이더라도 그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여야 하고, 재감정 요건이 지켜지지 않은 감정가액에 대해서는 시가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위와 같은 대상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은 시가로 인정되는 것을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시가’에서 제외되는 최소한의 한계 역시 정하고 있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은 “ 감정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이 소급감정을 진행하여 산정된 재감정가액은 시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등의 한계 역시 정하고 있는 규정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상판결이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의 예시적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제49조 제1항 제2호 단서의 재감정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그 재감정가액을 시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기 이전에, 그러한 논의의 전제로서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의 성격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재감정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의 재감정가액을 시가로 볼 수 없다는 판단과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가 예시적 규정이라는 판단이 어떻게 양립될 수 있는지, 제49조 제1항 각 호의 성격을 달리 볼 여지는 없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상판결에서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물론 대법원의 위와 같은 결론은 과세관청이 과세의 목적을 위하여 무리하게 소급감정을 다시 실시하는 관행(가령, 납세자가 법령에 의거한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하여 상속세 등을 신고한 것에 대하여 과세관청이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2호 단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과세를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감정을 의뢰하여 그 감정가액을 토대로 과세하는 ‘감정평가사업’에 대한 비판이 최근 계속되고 있다)에 제동을 걸면서 절차적 적법성을 더 강조한 결과로 이해되나, 이러한 논점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이 있었다면, 과세관청의 소급감정이 문제된 다른 사안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준점이 마련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각 호가 예시적 규정이라는 것이 곧 “과세관청이 제49조에 규정되지 않은 그 어떤 방법으로든 시가를 산정하여 과세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조금 더 명확하게 판시하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3) 기준금액 이상인 경우에도 제56조의 2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감정평가목적 등을 감안하여 동 가액이 부적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