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몇 가지 생각해 볼 문제
1. 심판청구의 취하와 본 판결에서의 결론
대상판결의 1심 판결은 원고가 2012년 경정청구에 관하여 조세심판 단계에서 취하한 것으로 인하여 연속적인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이나, 2심 판결은 그와 같은 사정도 인정되나 원고가 후발적 경정청구를 유지하였더라도 2012 사업연도 전기매출 세무조정분은 후발적 경정청구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였기에, 1심 판결의 설시 또는 2심 판결의 설시 가운데 어느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은 원심판결(原審判決)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헌법을 부당하게 해석한 경우, 원심판결이 명령ㆍ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하여 부당하게 판단한 경우, 원심판결이 법률ㆍ명령ㆍ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경우 및 법률ㆍ명령ㆍ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가 없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심리불속행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 제4조 제1항), 가사 이와 같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이더라도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때에는 심리불속행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 제4조 제3항 제2호).
따라서 대법원이 1심 판결의 취지에 따라 2012 사업연도에 관한 심판청구를 취하한 것으로 인해서 그 이전 사업연도에 관하여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를 인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본 사안에서는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심리불속행 기각을 내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특히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2항은 경정으로 인하여 경정의 대상이 되는 과세기간 외의 과세기간에 대하여 최초에 신고한 국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이 세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할 때를 후발적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2항 제4호), 2013년에 관한 경정으로 인하여 2012년도 과세기간의 과세표준과 세액이 변동된 부분은 경정의 대상이 된다고 봄이 문구상 타당하다. 또한, 대법원은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경우 이를 원인으로 한 경정청구제도가 있다 하더라도 이와 별도로 그 처분 자체에 관하여 다툴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이는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바로 소송에서 위법을 다툴 수 있다는 취지이다[(
대법원2001두5989, 2002.9.27.) 판결, (대법원2011두1245, 2013.2.26.) 판결, (
대법원2011두18120, 2013.12.26.) 판결]. 따라서 당해 소송에서의 판단으로 인하여 곧바로 재차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안이라면, 별건의 경정청구와 그로 인한 경정을 반복하지 않더라도 이를 한 번에 소송에서 다툴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2. 증액경정이 개입된 경우의 문제
대상판결은 중간에 ‘증액경정’이 개입되어 있으므로, 연쇄적으로 이뤄지더라도 경정청구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도 보인다. 즉, ‘최초에 신고한 국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이 세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할 때’를 후발적 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초과’하지 않는 사업연도에 대해서는 후발적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구 국세기본법의 문구에 따른다면 ‘과세기간’별로 세액이 초과되는 경우에 한해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렇지만 대상판결은 ‘과세기간’별로 후발적 경정청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연결되는 세무조정을 기준으로 후발적 경정청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대상판결의 취지 자체가 국세기본법의 문구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과세기간별로 끊어서 판단하는 경우 지나치게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과세당국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만일 그러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는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2항의 해석도 반드시 ‘세액의 초과’를 기준으로 할 수 없게 된다. 후발적 사유의 판단을 과세표준이나 세액이 아니라 ‘세무조정 여부’에 따라 해석하였던 것으로서 관련한 세무조정에 대해서만 경정을 한 것으로서 ‘경정청구의 대상’ 자체를 과세기간별로 구분하여 판단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 당부를 떠나 경정청구의 대상을 당해 사업연도의 과세표준 및 세액으로 보고 있지 않는 이상,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만을 이러한 과세표준 및 세액의 증가를 기준으로 보는 것은 논리상으로 타당하지도 않다. 또한, 과세기간 중에 감액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경정청구를 인정하고, 증액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과를 할 수 없다면 이는 매우 불합리한 결과가 될 것이다.
7) 따라서 이 역시 세액이 증액되는 경우에도 연쇄적인 경정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7) 결론의 타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애초에 판결이 결론을 도출하는 논리구조가 명확한지 의문이다. 과세단위 및 소송물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사안이기에, 이 부분에 대하여 심도 있게 원고 주장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
3. 세액의 구체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의 문제
대상판결의 경우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나 원심판결의 설시로 볼 때, 단순한 법인세율의 차이 등이 문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와 같은 세무조정과 별개로 회사의 특수한 사정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판단을 적용하는 경우 담세력과 무관한 세금 부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위와 같은 원상회복은 결국 T기에 귀속되는 과세표준을 줄이는 결과로 나타난다. 그런데 원상회복의 세무조정으로 인해 T 사업연도에 결손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와 같다면 이후 사업연도로 결손금이 이월되고, 이후 시점에 결손이 이어졌다면 그 기간에 따라 이월결손금이 소멸될 수 있게 된다(현행 법령상 이월결손금은 15년이나 2008.12.31. 이전에 개시한 사업연도에서 발생한 이월결손금은 5년, 2009.1.1.부터 2019.12. 31.의 기간 동안 개시한 사업연도에서 발생한 이월결손금은 10년인 등 소멸의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와 같은 경우에는 회사는 장래에 대해서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게 되지만, 과거 국세청의 해석에 따라 세무조정을 통하여 ‘미리’ 납부하였던 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다.
참고로, 헌법재판소는 “후발적 사유의 발생에 기초한 납세자의 이러한 경정청구권은 법률상 명문의 규정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조세법률주의 및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조리상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다. 「국세기본법」이 수정신고제도만을 두고 있다가 제45조의 2를 신설하여 후발적 사유에 의한 경정제도를 신설한 것은 위와 같은 조리상의 법리를 확인한 것이라 할 것이다. 「국세기본법」상의 후발적 사유에 의한 경정청구제도는 납세자에게 경정청구권을 창설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조리상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에 관하여 그 요건과 내용, 절차 등을 보다 분명히 규정함으로써 경정청구권의 행사를 용이하게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경정청구제도는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임의로 베풀어도 좋고 베풀지 않아도 좋을 시혜적 제도가 아닌 것이다.”라고 설시한 바가 있다[(
헌재97헌마13, 2000.2.24.)(
헌재97헌마245, 2000.2.24)(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8)
8) 위 설시는 헌법재판관 과반수의 의견이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기각되었음
이러한 결과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실제 담세력과는 무관하게 납세의무를 지는 결과가 되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이와 같은 결과가 애초에 국세청이 세법을 잘못 해석하여 발생했던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납세의무자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이와 같은 경우에는 국세청이 과거의 잘못된 해석에 책임을 지고 직권으로 환급을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9)
9) 이와 같은 상황에서의 환급은 개별 세무서 단위에서 이뤄지는 것보다는, 의견을 제시한 국세청 차원에서 논의하여 환급 여부를 결정하는 방향이 타당하다고 본다.
4. 과세당국의 해석 변경에 따라 납세의무자에게 재산권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해결방안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의 주체가 행정행위 내지 공권력의 행사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의 주체가 그 의무를 해태하는 경우에 허용된다(헌법재판소 2021.11.9.자 2021헌마1325 결정). 여기서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된 경우’가 의미하는 것은, 헌법상 명문으로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 헌법의 해석상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도출되는 경우, 공권력 주체의 작위의무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등을 포괄한다(헌법재판소 2022.9.27.자 2022헌마1259 결정).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 2 제6항 제3호는 경정청구일부터 2개월까지 지방국세청장 또는 세무서장은 경정이나 그 밖의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문언상 ‘할 수 있다’고 표현하고 있으나, 납세의무자에 대한 침익적 행위인 경정이나 그 밖에 필요한 처분에 대하여 과세관청의 자의적인 과세권 행사의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서 행정청은 위 법령에 의하여 필요한 처분을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특히 이 사건에서 특례 부과제척기간에 따른 과세관청의 처분은 청구인에 대한 증액경정처분도 포함되어 있고 이는 침익적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바, 법인세 과세표준을 재산정할 때에는 귀속시기의 오류가 있는 당기매출 조정액만을 조정할 것이 아니라 동일한 오류를 가진 전기매출 조정액도 함께 제거하여야 할 작위의무도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이미 법원에서는 판결이 확정된 사안으로서, 과세당국의 해석 변경을 통하여 납세자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가져오고 재산권 침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기에, 이와 같은 사안에 있어서는 신뢰보호원칙,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위배 및 기본권 침해 등을 사유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여지도 있다고 보인다. 이는 근원적으로 행정청의 해석 변경만으로 인해 담세력과 무관하게 납세의무가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와 같이 판단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