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소재
이 사건 규정이 인용하고 있는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호 제1항 제8호, 제8호의 2는 ‘이익을 분여한 법인’에 대한 법인세 과세를 위한 규정이므로, 당연한 논리적 귀결로 이익을 분여한 주체가 ‘법인 주주’인 경우를 전제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사건 원고는 이 점에 착안하여, 이 사건에서 이익을 분여한 자가 개인 주주(B, C, D)이기 때문에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할 수 없는 이상, 위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제8호의 2를 인용하고 있는 이 사건 규정을 근거로 하여 원고의 신주인수권 행사에서 발생한 이익을 익금에 포함할 수 없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쟁점은 결국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제9호 소정의 ‘특수관계인’의 해석 문제이고, 이에 대하여 원심판결과 대상판결은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조세법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법문대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나, 조세법률주의가 지향하는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입법 취지 및 목적 등을 고려한 합목적적 해석을 하는 것 역시 가능한 것이므로(
대법원2007두4438, 2008.2.15., 판결 등 다수), 이하에서는 이러한 문언적 해석 및 합목적적 해석 방법에 의할 때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이 서로 다른 해석에 이르게 된 근거들이 무엇인지, 각 근거의 타당성은 어떠한지 살펴보기로 한다.
이 사건 규정의 문언에 기초한 해석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 사건 규정은 익금의 범위에 “제88조 제1항 제8호 각 목의 어느 하나 및 같은 항 제8호의 2에 따른 자본거래로 인하여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분여받은 이익”을 포함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심판결은 위 규정이 부당행위계산부인에 관한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및 제8호의 2를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가 ‘신주를 인수할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포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주 등인 법인이 특수관계인인 다른 주주등에게 이익을 분여한 경우’를, 제8호의 2가 ‘제8호 외의 경우로서 일정한 자본거래를 통하여 법인의 이익을 분여한 경우’를 각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으므로, 이 사건 규정이 전제하는 ‘자본거래’란 결국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제8호의 2와 마찬가지로 ‘이익을 분여한 측이 법인인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대상판결은 이 사건 규정이 익금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및 제8호의 2를 인용하고 있으나, ‘위 조항에 따른 자본거래’라고 규정함으로써 그 인용의 범위를 ‘자본거래의 유형’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대상판결은 위 규정이 ‘이익을 분여한 주체’에 대해서는 단지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달리 이를 ‘이익을 분여한 측이 법인인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이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사건 규정이 제88호 제1항 제8호 자체를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자본거래 유형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제88조 제1항 제8호 각 목의 어느 하나’를 인용하고 있는 점 또한 이와 같은 해석을 뒷받침할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사건 규정의 문언은 본래 법인세법 시행령이 1998.12.31. 대통령령 제15970호로 전부개정되면서 “제88조 제1항 제8호의 규정에 의하여 특수관계자로부터 분여받은 이익”으로 도입되었으나, 2000.12.29.자 개정을 통하여 “제88조 제1항 제8호 각 목의 규정에 의한 자본거래로 인하여 특수관계자로부터 분여받은 이익”으로 개정되었는데, 대상판결은 입법자가 위 개정을 통하여 이 사건 규정이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으로부터 ‘자본거래의 유형’만을 인용하고자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 사건 규정의 입법취지 및 목적을 고려한 해석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제8호의 2는 일정한 유형의 자본거래를 통하여 법인의 이익이 분여되는 경우 이익을 분여한 법인에 대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하여 시가와의 차액만큼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신주발행, 감자, 합병 등의 자본거래는 법인과 주주 사이의 행위일 뿐이고 주주 사이에는 별도의 법률행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자본거래 자체를 이유로 다른 주주들로부터 이익을 분여받았다고 보아 이익을 분여받은 측에 대한 과세계기로 삼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제9호는 명시적으로 “구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각 목의 어느 하나 및 같은 항 제8호의 2에 따른 자본거래로 인하여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분여받은 이익”을 익금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규정을 두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이 사건 규정의 입법취지 및 목적을 고려할 때, 원심판결은 결국 이 사건 규정은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인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제8호의 2에 터 잡은 것이므로 위 규정들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분여한 주체가 ‘법인’인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리라 생각된다.
반면 대상판결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제8호의 2는 ‘이익을 분여한 법인’에 부당행위계산부인을 적용하기 위한 근거 규정인 것이고, 이 사건 규정은 ‘이익을 분여받은 법인’의 입장에서 익금의 범위를 정하는 규정이므로 양자의 범위가 반드시 일치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일단 이익을 분여받은 법인의 입장에서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일정한 자본거래로 인하여 얻게 된 이익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이상, 굳이 그 이익을 분여한 주체가 ‘법인 주주’인지, ‘개인 주주’인지 여부에 따라 익금 해당 여부를 달리 판단할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기존에 대법원은 법인세법 시행령상 이 사건 규정이 도입되기 전, 법인이 특수관계 있는 ‘개인 주주’가 인수 포기한 비상장주식을 저가로 인수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인이 신주의 저가 인수로 인하여 얻게 된 이익을 구 법인세법 시행령(1995.12.30. 대통령령 제148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항 제6호의 ‘자산수증이익’으로서 익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음을 긍정한 바 있기도 하다(
대법원94누3629, 1995.7.28., 판결).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제9호의 “제88조 제1항 제8호 각 목의 어느 하나 및 같은 항 제8호의 2에 따른 자본거래로 인하여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분여받은 이익”에서 이익분여자인 ‘특수관계인’에 법인 주주뿐만 아니라 개인 주주도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하여 이익을 분여한 법인에 대한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인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제8호의 2의 이익 분여 주체는 ‘법인 주주’로 한정되지만, 이익을 분여받은 법인의 익금 산입 범위에 관한 규정인 이 사건 규정의 이익 분여 주체에는 ‘개인 주주’까지 포함되어, 양자의 범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이익을 분여받은 법인의 입장에서 이익을 분여받은 주체가 법인 주주인지, 개인 주주인지에 따라 분여받은 이익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고,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은 이익을 분여한 측에 대한 법인세 과세를 위한 조문이므로 당연히 이익을 분여한 측이 법인임을 전제하는 것일 뿐인바, 이익을 분여받은 측에 대한 법인세 과세를 위한 이 사건 규정의 경우 이익 분여 주체의 범위가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과 반드시 같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익을 분여받은 주체가 개인인 경우, 이익을 분여한 측이 법인 주주인지 개인 주주인지와 관계없이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점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볼 때에도 그러하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9조, 제39조의 2, 제40조).
한편, 과거 하급심 법원은 甲회사가 乙회사로부터 직접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를 저가인수한 사안에서 과세관청이 甲회사가 乙회사의 기존 개인 주주들로부터 이익을 분여받은 것으로 보고 구 법인세법 시행령(2006.2.9. 대통령령제193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9호, 제88조 제1항 제8호 나목을 근거로 법인세를 부과한 것에 대하여 대상판결과 마찬가지로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제9호에서 인용하고 있는 ‘제88조 제1항 제8호 각 목’은 그 행위주체를 주주등인 법인으로 규정한 위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의 본문 부분, 즉 ‘주주등인 법인이 특수관계자인 다른 주주 등에 게 이익을 분여한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위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각 목 에 규정한 3가지 자본거래의 유형만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 시행령 제11조 제9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수관계자인 이익분여자를 법인주주로 한정하여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익을 분여한 주체가 개인 주주인 경우에도 그로부터 법인이 분여받은 이익을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제9호에 의한 익금으로 보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서울고법2011누19828, 2011.11.3., 판결), 대법원도 그러한 하급심 법원의 전제에 묵시적으로 동의 한 바 있다(
대법원2011두29779, 2012.3.29., 판결).
다만, 위 사안에 적용된 당시 구 법인세법 시행령에는 제88조 제1항 제8호의 2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제11조 제9호 또한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각 목의 규정에 의한 자본거래로 인하여 특수관계자로부터 분여받은 이익”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이었다. 때문에 직접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를 인수받은 경우는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각목의 규정에 의한 자본거래”에 포함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위 사안에서 甲회사에 대한 과세는 위법한 것으로 판단되었고, 대법원은 이 쟁점에 대해서만 명시적인 판단을 하였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선행 판결례의 견해를 유지하되, 위 대법원 판결에서 명확히 언급되지 않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제9호의 ‘특수관계인’에 ‘개인 주주’가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한 점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