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소득세법상 추계 과세가 적법하기 위한 요건
추계(推計) 과세라 함은 사업자의 장부가 없거나 허위 기재 등으로 인하여 그 소득 및 비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경우 과세관청이 간접적으로 산출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세법에서는 이러한 추계 과세의 요건 및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데, 과세관청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를 근거로 하여야 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에 의하여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소득금액을 추계조사 방법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4) 그리고 소득세법 시행령 제143조에서는 추계 과세를 할 경우의 구체적인 계산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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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법원은 위 추계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추계의 방법과 내용은 가장 진실에 가까운 실액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는 것이어야 하며, 이러한 추계 과세의 적법 여부가 문제될 경우에는 그 합리성 및 타당성에 관한 입증책임은 기본적으로 과세관청에 있는 것으로 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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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추계 과세는 소득금액을 간접적으로 추산하는 방법이므로 그 결과값이 실제 사실과 전혀 다르게 산출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소득세법은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를 실지조사하여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추계 과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추계로 계산한 소득금액이 합리적이고 타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추계의 방법으로 과세처분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적용 요건 및 결과 모두를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소득세법령 및 대법원 판례에서 확인되는 추계 과세가 적법하기 위한 요건을 다시 정리하면, ① (추계 결정 사유)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를 실지조사하여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이어야 하고, ② (추계 방법)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소득금액을 계산하여야 하며, ③ (합리성) 추계로 계산된 소득금액은 합리적이고 타당하여야 한다.
2. 추계 결정 사유에 관하여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사안을 살펴보면, 과세관청은 피고인들이 장부를 작성하지 않았고, 금융계좌 외에 특별히 원가를 증빙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추계의 방법으로 소득금액을 산정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실지조사의 방법은 그것이 실제의 수입을 포착하는 방법으로서 객관성이 보장되기만 한다면 구체적인 방법상의 제한은 존재하지 않으며, 대법원은 납세자의 금융계좌에 입금된 금액을 바탕으로 한 실지조사 방법도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것으로 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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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상판결 사안에서 문제된 사설 인터넷 도박사이트는 물리적인 사업장 없이 전산상으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이들의 수입금액은 전부 사이트에서 지정한 계좌로 이용자들이 계좌이체하는 방법을 통해서만 입금되고, 도박에 성공한 이용자들에게 지급되는 환급금 역시 이용자들이 지정하는 계좌에 피고인들이 이체하는 방법으로만 지급이 이루어진다. 즉, 피고인들이 도박사이트 운영에 사용한 계좌 정보만 특정할 수 있다면 해당 계좌의 금융거래 내역을 토대로 하여 피고인들의 수입 및 비용을 특정하는 것은 현금 거래 비중이 높은 다른 사업과 비교하였을 때 매우 용이한 편임을 알 수 있다.
즉, 사설 인터넷 도박사이트의 운영 실태를 고려한다면 피고인들이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차명계좌의 금융거래 내역을 실지조사하는 방법만으로도 피고인들의 수입 및 경비를 충분히 계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대상판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과세관청 및 검찰이 피고인들의 매출액을 계산할 때에는 위 금융계좌의 실지조사 방법에 의하여 도박사이트 이용자들이 입금한 금액의 합계액으로 특정한 것이 기록에 의해 확인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은 단순히 원가 증빙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추계 결정을 한 것인데, 이는
소득세법 제80조 및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추계결정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다.
비록 추계 결정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대상판결 역시 피고인들이 사용한 금융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바탕으로 환급액을 특정하지 않고 포탈세액을 산정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함으로써 추계 결정 사유의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추계 과세 방법에 관하여
소득세법 시행령은 추계 과세의 방법으로서 기준경비율을 적용할 때에는 기준경비율로 산정한 경비 이외에 사무실 임차료 및 직원 인건비 등의 주요경비를 총수입금액에서 추가로 차감하도록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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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상판결에서의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다수의 직원을 고용하여 매달 일정액의 급여를 지급한 사실을 알 수 있고, 위 직원들은 국민체육진흥법위반(도박개장등)죄의 공범으로 함께 처벌받았으며, 이들의 급여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에 대한 추징이 함께 선고된 사실도 확인된다.
실지조사의 방법에는 그 내용이 객관적이라면 그 방법상 제약이 없음은 앞서 살핀 바와 같다. 즉, 피고인들이 직원의 급여를 장부로 기록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였고 해당 급여가 특정된다면 이를 주요경비로 보아 총수입금액에서 추가로 차감하여야 한다.
즉, 기준경비율에 상응하는 비용을 차감하는 추계의 방법으로 소득금액을 계산하더라도 도박사이트 운영에 실제 참여한 직원들에 대한 급여 지급 사실이 법원의 확정판결 등에 의하여 명확히 확인되는 경우라면 위 인건비는 주요경비로써 추가로 공제하여야 하는 비용 항목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납세자가 관련 증빙을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급여를 전혀 차감하지 않고 추계 소득금액을 산정한 것은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추계 과세의 방법을 위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4. 추계 결과의 합리성에 관하여
우리나라에는 ‘베트맨’이라는 고정배당률식으로 운영되는 합법적인 온라인 도박사이트가 존재하고, 위 사이트는 청소년 및 발행대상 운동경기 관계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적법한 방법으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으며, 베팅이 성공하였을 때에도 배당액을 온전히 지급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음지에서 소위 ‘먹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불법 도박사이트를 이용하는 이유는 바로 사설 도박사이트를 이용할 경우에는 동일한 승부에 대하여도 더 높은 수익(배당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맨의 경우에는 환급률의 기준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이는 발매총액의 50%에서 70%이고,
9) 실제 2023년 베트맨의 통합환급률은 64.47%인 것으로 확인된다. 쉽게 설명하면 도박이용자가 10,000원을 입금하여 합법 사이트(베트맨)의 고정배당률 투표에 참여한 경우에 평균적으로 6,447원을 회수하였고, 사이트 운영자(국가)는 그 차액인 3,553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사설 도박사이트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위 베트맨보다 더 높은 배당률을 적용하여 회원들을 유치하여야만 하므로 그 결과 환급액도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지급될 수밖에 없다. 베트맨의 경우 법으로 그 환급률을 70%가 넘지 않도록 정하고 있는 반면, 국내외 사설 도박사이트의 평균 환급률은 90% 내외로서 위 베트맨보다 이용자들에게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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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포탈세액 산정에 기초가 된 피고인들의 소득금액은 총수입금액에서 기준경비율 13.7%로 추산한 경비를 단순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산되어 결과적으로 전체 게임머니 교환액의 13.7%만을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나머지 86.3%를 전부 ‘소득’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 경우 도박사이트 이용자들에게 지급된 환급액을 역산하더라도 그 최대 환급률은 13.7%에 불과하여 이는 국내 유일의 합법적이고 독점적으로 운영되는 ‘베트맨’ 사이트의 법정 최저환급률(50%)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베팅에 성공한 이용자들에게 지급되는 환급액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사이버머니 교환액(입금액)만을 기준으로 소득금액을 산정하는 것은 통상의 사설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이 가지는 담세력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것으로서 이는 합리성 및 타당성이 현저하게 결여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피고인들의 소득이 위법한 행위로 인해 발생한 소득인 점에 대한 가벌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달리 정책적인 목적에 의하여 부과하는 조세가 아니라면 소득세는 기본적으로 담세력에 기반하여 부과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 역시 이러한 견지에서 환급액을 차감하지 않고 산정한 피고인들의 포탈세액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는바, 추계 결정의 결과가 합리성 및 타당성을 결여한 경우에는 이에 전제한 처분 역시 위법할 수 있다는 점을 환기하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 사단법인 대한범죄학회, 「제5차 불법도박 실태조사(최종보고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11) 이연호ㆍ박영화ㆍ배영목ㆍ한광석, 불법도박 참여 실태와 결정요인(2018), 「사회과학연구」, 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