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상판결2)의 요지
고등법원은 이 사건 주식은 원고의 증여행위로 수증자인 C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된 후 C에 의해 양도가 이루어진 것이므로 아래와 같이 추가로 판단하는 것 외에는 1심판결 이유와 같다고 하여 납세자 편을 들어주었다.
이 사건 부과처분은 원고가 배우자 C에게 이 사건 주식을 증여하고 C가 이를 회사에 양도한 행위가 가장해위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원고가 직접 회사에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원고에게 의제배당소득이 발생한 것임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세무조사 과정에서 C는 이 사건 회사를 운영하면서 부담한 가지급금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원고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은 것이라고 진술하였고, 실제로도 이 사건 거래를 통해 발생한 주식양도대금은 모두 C의 회사에 대한 가지급금 채무를 갚는 데에 사용됨으로써 C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
이 사건 거래는 원고의 C에 대한 주식증여 ▶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결의 ▶ C의 회사에 대한 주식양도 및 소각 ▶ 양도대금으로 C의 가지급금채무 변제의 순서로 이루어졌다.
피고는 원고의 주식증여행위부터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결의까지가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 내에 이루어졌고,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의한 자사주 매입 수량 및 가격이 증여 내용과 일치하며, C는 이 사건 주식 외에도 별도로 회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정 등을 내세워 위와 같은 거래방식은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에 불과한 것이고, 원고의 이 사건 회사에의 주식양도 및 소각(의제배당소득 발생) ▶ 원고의 C에 대한 주식양도대금 증여 ▶ C의 가지급금채무 변제 순서로 진행되는 것이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경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원고의 C에 대한 주식증여행위와 회사에 대한 주식양도행위의 순서만 바꾼 것일 뿐으로, C의 가지급금 채무 변제라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거래 방식에 해당한다. 즉 원고가 C에게 자산을 증여하고자 할 당시 이미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이 예정된 것이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원고가 먼저 회사에 주식을 양도하고 그 대금을 C에게 증여하여야 하는 것만이 합리적인 것이고, 주식을 증여하여 C로 하여금 회사에 주식을 양도하고 대금을 받도록 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그중 보다 조세부담이 적은 거래방식을 선택하여 동일한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것은 납세의무자의 합리적 이유가 있는 통상적인 형태에 부합한다.
여기에 주식증여 및 자기주식 취득결의까지가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거나 증여내용과 자기주식 취득결의 내용이 일치한다는 것은 피고 주장처럼 이 사건 거래의 순서를 바꿔 원고의 주식양도 및 C에게의 양도대금 증여로 재배열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한 달 이내에 이루어질 수 있고 그 금액도 일치할 수 있으며, 가지급금 변제를 위해 반드시 자신이 소유하던 주식을 우선 소각해야 하는 것은 아닌 점과 함께 앞서 본 것처럼 주식양도대금이 모두 C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된 점까지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전자의 거래방식은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에 불과한 것이고 후자의 거래방식만이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경로’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달리 그와 같이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피고는 원고가 직접 회사에 주식을 양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C에 대한 증여를 끼워 넣어 C의 주식취득가액을 상승시키는 방법으로 조세 부담을 감소시킴으로써 배우자 증여 재산공제제도를 잠탈하였으며, 이는 주식양도대금을 의제배당소득으로 규정한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고가 이 사건 거래를 앞서와 같이 재구성하고자 하는 이유는 원고가 회사에 주식을 양도한 것으로 볼 경우 원고에게는 주식취득가액과 주식양도가액의 차액에 해당하는 의제배당소득이 발생하여 그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지만, C가 회사에 주식을 양도한 것으로 볼 경우에는 C의 주식취득가액과 주식양도가액이 모두 증여 당시 가액으로 동일하여 그 차액에 해당하는 의제배당소득이 발생하지 않아 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C의 주식양도행위와 관련하여 의제배당소득이 없게 된 것은 소득세법에서 의제배당소득을 주주의 주식취득대금과 주식양도대금 사이의 차액으로 산정하는 것에서 기인한 것일 뿐, 배우자 증여재산공제제도나 주식양도대금을 양도소득이 아닌 배당소득으로 보는 것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소득세법은 주식과 달리 토지 등 다른 자산을 이 사건처럼 증여받은 후 일정 기간 내에 양도하는 경우에, 피고 주장처럼 증여행위 자체를 가장행위로 보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증여에 의한 자산이전은 인정하되 다만 증여자의 취득가액을 수증자의 취득가액으로 간주하는 이른바 이월과세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증여 당시 가액을 취득가액으로 함으로 인한 취득가액 상승을 부인하고 있을 뿐이다.
부부 간 증여에 대해 6억원 범위 내에서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고, 또 이월과세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증여 당시 가액을 취득가액으로 봄으로써 의제배당소득이 없게 된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여, 이 사건 주식증여행위를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에 불과한 가장행위로 보아 부인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 태도와도 맞지 않아 부당하다.
이 사건 증여로 C의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한도 6억원은 모두 소진되었다. C는 향후 10년간 원고로부터 증여받을 경우 그에 대한 증여세를 면할 수 없다. 원고와 C는 이러한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이 사건 거래방식을 택하였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 거래가 단지 ‘실질과 괴리되는 형식이나 외관’에 불과한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