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횡령금 반환에 대한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한지 여부

음성으로 듣기
요점

횡령금 반환에 대한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한지 여부

해설







Ⅰ. 사안의 개요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원고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소외 1 회사, 소외 2 회사(이하 위 두 회사를 합하여 “이 사건 회사들”)에 상표권 등의 사용권한을 부여한 사실이 없음에도, 이 사건 회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ㆍ경영한 부친 등과 공모하여 이 사건 회사들로부터 상표권 사용료 명목의 돈(이하 “이 사건 사용료”)을 지급받아 횡령하였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이 사건 회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거쳐 이 사건 사용료를 손금불산입하고, 그 사용료 상당액이 사외유출된 것으로 보아 2014.6. ~ 10.경 원고의 기타소득으로 소득처분하였다.


원고는 위 횡령 범행으로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고, 그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5.5.경 채권양도 및 변제공탁의 방법으로 이 사건 사용료 상당액의 대부분(이하 “이 사건 금원”)을 이 사건 회사들에 지급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사용료 소득과 관련하여 2017.9.1. 원고에게 2010년, 2011년, 2012년, 2014년 귀속 각 종합소득세를 경정ㆍ고지(이하 “이 사건 처분”)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1) 원심판결[(서울고법2020누38258, 2021.1.28.) 판결]


원심판결은 이 사건과 같이 횡령에 의한 소득에 대하여 납세의무의 성립 후 피해액의 변제 등을 통하여 그 소득이 사후적으로 상실된 경우 구 국세기본법(2022.12.31. 법률 제191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2항 등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되어 이 사건 처분 중 일부가 위법하다고 판단1)하였는데, 그 판단 근거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원심판결은 “이 사건 처분 중 일부는 위법하나, 이 법원의 변론종결일에 이르기까지 나타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 중 위법하지 아니한 부분에 해당하는 종합소득세의 정당세액을 산출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전체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 횡령 등에 의한 위법소득에는 그 성질상 몰수ㆍ추징 또는 정당한 권리자의 요구에 따른 반환 등에 의하여 그 경제적 이익이 상실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으므로, 그러한 가능성이 현실화되어 납세의무자가 위법소득에 따른 이익을 실제로 상실하게 되었다면 위와 같은 위법소득을 과세대상으로 삼는 근거, 즉 납세의무자가 현실로 이익을 지배ㆍ관리하고 있다는 전제가 상실될 뿐 아니라, 국가가 주도적으로, 또는 국가의 조력 하에 형사법 또는 민사법적으로 불법적인 이익이 용인되지 아니하고 박탈되는 결과에 이르렀음에도 여전히 납세자에게 그 이익이 남아있다는 전제에서 이를 과세대상으로 삼는다면 오히려 법체계에 모순을 초래하게 된다.


  • 횡령 등에 기하여 납세의무자의 위법소득이 일단 성립한 경우에도, 후발적인 사정으로 그로 인한 이익이 실제로 상실되었다면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에 따른 구제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헌법상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에 부합하는 법해석이다.


  • 대법원은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재 등의 범죄로 인한 위법소득에 대하여 몰수 또는 추징이 이루어진 경우, 이는 그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가 그 전제를 잃게 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는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2항 등이 규정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여 그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데[(대법원2014두5514, 2015.7.16.)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같이 ‘위법소득에 내재된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됨으로써 일단 성립하였던 납세의무가 그 전제를 상실하게 된다는 측면’에 관하여 ‘뇌물 등으로 인한 위법소득에 대하여 몰수 또는 추징이 이루어지는 경우’와 ‘횡령 등으로 인한 위법소득 상당의 이익이 정당한 권리자에게 반환되는 경우’를 비교하여 보면, 양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 한편, 횡령 등 범죄의 경우에도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되므로 당사자가 범죄피해자로부터 취득한 재산은 ‘범죄피해재산’으로서 일정한 요건이 구비된 몰수 또는 추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위와 같은 국가의 몰수 또는 추징은 범죄피해자산을 피해자에게 환부할 것을 예정하고 이루어지는데(같은 법 제6조 제2항 및 제3항), ‘범죄피해자가 그 재산에 관하여 범인에 대한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가 인정되는 경우’라는 요건이 구비되어(같은 법 제6조 제1항) 국가가 몰수ㆍ추징을 한 경우에는 납세의무자의 후발적 경정청구가 허용되는 반면[(대법원2014두5514, 2015.7.1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등 같은 법 제6조 제1항의 요건이 구비되지 않아서 국가의 몰수ㆍ추징이 이루어지지는 아니하였지만 범죄피해자에게 횡령금 등 범죄수익이 실제로 반환된 경우에는 후발적 경정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6.2.12. 대통령령 제269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06조 제4항은 법인으로 하여금 사외유출된 자금을 자발적으로 회수하여 시정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해당 법인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고 볼 수 있고, 위 규정의 경우 횡령금 등 범죄수익의 사후적 환원이 실제로 이루어진 사안에서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2항에 의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배제하는 규정이라거나 그와 모순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 횡령금 등 범죄수익의 사후적 환원이 이루어지는 경우 이에 관하여 납세의무자에게 일단 성립하였던 소득세 납부의무를 조정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해당 범죄행위에 대한 제재 효과가 실질적으로 감소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될 여지도 있으나, 범죄행위에 대한 제재의 목적은 원칙적으로 형벌로써 달성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에 관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2) 대상판결[(대법원2021두35346, 2024.6.17.) 판결]


대상판결은 이 사건 사용료 상당액에 관하여 소득처분에 따라 원고에게 소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한 이상, 그 후 원고가 형사재판 계속 중 이 사건 금원을 이 사건 회사들에게 지급한 것만으로는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2항 등이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원심의 판단에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판단 근거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대법원 2015.7.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등은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고, 위 판결 등의 법리는 수뢰ㆍ알선수재ㆍ배임수재 범행으로 얻은 뇌물 등에 대하여 몰수ㆍ추징을 당하였다면,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어 그 소득이 종국적으로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납세자는 그 몰수ㆍ추징을 사유로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여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취지이다.


  • 뇌물 등은 필요적 몰수ㆍ추징의 대상(형법 제134조 및 제357조 제3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으로서 수뢰자 등이 뇌물 등을 수수할 때부터 이미 그 소득에는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음이 분명하나, 횡령금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국가에 의한 몰수ㆍ추징의 대상이 되지 않고, 그 반환 여부 또는 반환을 위한 구제절차의 진행 여부 등이 귀속자나 피해법인 등 당사자의 의사에 크게 좌우된다.


  • 특히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가 가담하여 사외유출한 횡령금의 경우, 피해법인이 자발적으로 그 반환을 구할 가능성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그 소득에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 나아가 위법소득을 현실로 지배ㆍ관리하면서 이익을 향수하고 있는 귀속자가 형사재판에서 피해법인에 횡령금 상당액을 지급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위법소득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양형상의 이익이라는 무형의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이므로, 이 점에서도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어 그 소득이 종국적으로 실현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Ⅱ. 쟁점의 정리 및 관련 법령


1. 쟁점의 정리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2항은 납세자가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사유로 제1호부터 제4호로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을 때’(제1호) 등을 규정한 다음, 제5호에서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유사한 사유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해당 국세의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에 발생하였을 때’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임에 따른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2017.2.7. 대통령령 제278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의 2는 “법 제45조의 2 제2항 제5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부터 제3호로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과 관계되는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해제되거나 해당 계약의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로 해제되거나 취소된 경우’(제2호) 등을 규정하는 한편, 제4호에서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들고 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이 사건 회사들로부터 이 사건 사용료를 지급받아 횡령한 뒤, 이러한 횡령 범행에 대한 형사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 금원을 변제공탁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회사들에게 지급한 것이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2항 등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 관련 법령

구 국세기본법(2022.12.31. 법률 제191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의 2 【경정 등의 청구】


  •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신고기한까지 제출한 자 또는 국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결정을 받은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제1항에서 규정하는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결정 또는 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

    • 1.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을 때

    • 2.
      소득이나 그 밖의 과세물건의 귀속을 제3자에게로 변경시키는 결정 또는 경정이 있을 때

    • 3.
      조세조약에 따른 상호합의가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의 내용과 다르게 이루어졌을 때

    • 4.
      결정 또는 경정으로 인하여 그 결정 또는 경정의 대상이 되는 과세기간 외의 과세기간에 대하여 최초에 신고한 국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이 세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할 때

    • 5.
      제1호부터 제4호까지와 유사한 사유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해당 국세의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에 발생하였을 때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2017.2.7. 대통령령 제278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의 2 【후발적 사유】 법 제45조의 2 제2항 제5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 1.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과 관계되는 관청의 허가나 그 밖의 처분이 취소된 경우

  • 2.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과 관계되는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해제되거나 해당 계약의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로 해제되거나 취소된 경우

  • 3.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장부 및 증거서류의 압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과세표준 및 세액을 계산할 수 없었으나 그 후 해당 사유가 소멸한 경우

  •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6.2.12. 대통령령 제269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6조 【소득처분】


  • 내국법인이 「국세기본법」 제45조의 수정신고기한내에 매출누락, 가공경비 등 부당하게 사외유출된 금액을 회수하고 세무조정으로 익금에 산입하여 신고하는 경우의 소득처분은 사내유보로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로서 경정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사외유출된 금액을 익금산입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1.
      세무조사의 통지를 받은 경우

    • 2.
      세무조사가 착수된 것을 알게 된 경우

    • 3.
      세무공무원이 과세자료의 수집 또는 민원 등을 처리하기 위하여 현지출장이나 확인업무에 착수한 경우

    • 4.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으로부터 과세자료 해명 통지를 받은 경우

    • 5.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재판 과정에서 사외유출 사실이 확인된 경우

    • 6.
      그 밖에 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사항과 유사한 경우로서 경정이 있을 것을 미리 안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Ⅲ.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의 의의


1994.12.22.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에 따른 경정청구 조문이 신설되면서 기존의 수정신고 제도가 수정신고와 경정청구로 나뉘게 되었고, 동시에 후발적 사유로 과세요건사실에 변동이 생기는 경우에 관한 경정청구 제도도 마련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이다.2)
2) 김두형,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서 소송에 대한 판결의 의미와 범위-일본에서의 해석론과 비교를 중심으로-”, 『조세와 법』 제8권 제2호,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연구소, 2015., 4면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2017두41740, 2017.9.7.) 판결, (대법원2009두22379, 2011.7.28.) 판결 등].3)
3) 참고로, (헌재97헌마13, 2000.2.24.)ㆍ(헌재97헌마245, 2000.2.24) 결정의 다수견해는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설시한 바 있다. “후발적 사유에 의한 경정청구 제도를 인정하는 현행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가 시행되기 이전에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한 자 등은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경우 현행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에 근거하여 경정청구를 할 수 없다 할 것이나,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보거나 납세자주권의 관점에서 볼 때 조세채무가 확정되어 납세자가 세액을 납부하였다 하더라도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과세의 기초가 해소되거나 감축되었다면 결과적으로 조세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실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되고 이미 납부된 세액은 아무런 근거 없는 것이 되므로 국가는 그 납부세액을 납세자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고 납세자는 그 납부세액의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있으며, 이러한 후발적 사유에 의한 경정청구권은 법률상 명문의 규정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조세법률주의 및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조리상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다.”


조세법률관계의 기초를 이루는 사실상의 생활관계 등이 실현되어 조세채무가 성립된 후에는 소급하여 변경시킬 수 없으나[(헌재97헌바66, 1999.5.27.) 결정 등], 담세력 자체가 소급적으로 소멸하는 등 일정한 경우에 위와 같은 불가변성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규정한 것이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이다.


2.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채권자가 상속인들을 상대로 피상속인의 연대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속인들이 주채무자나 다른 연대보증인에게 실제로 구상권을 행사하더라도 변제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대법원2008두10133, 2010.12.9.) 판결], 소송에서 부동산의 매매대금을 당초 금액보다 감액하는 등의 조정이 성립된 경우[(대법원2014두39272, 2014.11.27.) 판결4)], 납세의무 성립 후 소득의 원인이 된 채권이 채무자의 도산 등으로 인하여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대법원2018두30471, 2018.5.15.) 판결, (대법원2013두18810, 2014.1.29.) 판결 등], 위법소득에 대하여 몰수나 추징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대법원2014두5514, 2015.7.16.) 전원합의체 판결] 등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데,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대체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넓게 인정하여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국세가 아닌 지방세(취득세)와 관련된 사안이다.


다만 대법원은, 법령에 대한 해석이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 당시와 달라진 경우[(대법원2012두28254, 2014.11.27.) 판결],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후 매매계약에서 정한 조건이 사후에 성취되어 대금감액이 이루어진 경우[(대법원2015두57345, 2018.9.13.) 판결5)] 등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하여 다소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5) 국세가 아닌 지방세(취득세)와 관련된 사안으로 구 지방세기본법(2015.5.18. 법률 제13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는데, 대법원은 아래와 판시하였다. “취득세는 본래 재화의 이전이라는 사실 자체를 포착하여 거기에 담세력을 인정하고 부과하는 유통세의 일종으로 취득자가 재화를 사용ㆍ수익ㆍ처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착하여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부동산 취득세는 부동산의 취득행위를 과세객체로 하는 행위세이므로, 그에 대한 조세채권은 취득행위라는 과세요건 사실이 존재함으로써 당연히 발생하고, 일단 적법하게 취득한 이상 이후에 계약이 합의해제되거나, 해제조건의 성취 또는 해제권의 행사 등에 의하여 소급적으로 실효되었더라도 이는 이미 성립한 조세채권의 행사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


참고로, 대법원은 납세의무자가 해석의 변경을 이유로 하는 것이 아니라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의 존재를 이유로 경정청구를 하는 것이라면, 경정청구기간의 기산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안 날’로 보아야 하는 것이지, ‘해당 사유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례가 변경되었음을 안 날’로 볼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기도 하였다[(대법원2017두38812, 2017.8.23.) 판결].


3. 대상판결의 의의 및 비판적 검토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는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와 관련된 유형은 일반적으로 ① 횡령금과 같이 사법상 반환의무가 존재하는 위법소득이 원귀속자인 피해자에게 반환되는 경우,6) ② 뇌물과 같이 몰수ㆍ추징의 대상이 되는 위법소득이 국가에 몰수ㆍ추징된 경우, ③ 뇌물과 같이 사법상 반환의무가 존재하지 않는 위법소득이 원귀속자인 증뢰자에 반환된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7)
6) 참고로, 횡령금이 원귀속자인 피해자에게 반환되는 경우에 위 횡령금이 반환된 사업연도의 손실로서 공제하는 방안(신호영, “위법소득 반환에 대한 소득세법상 취급에 대한 연구”, 『조세법연구』 제22집 제1호, 한국세법학회, 53~54면)이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서 인정하되 과다납부한 것으로 된 세액을 곧바로 법인 등에 환급하지 않고 향후 납부할 세액에서 공제하도록 함으로써 별도의 제재를 가하는 방안(송동진ㆍ박훈, “사외유출소득의 과세 및 반환에 관한 연구”, 『조세법연구』 제23집 제3호, 한국세법학회, 2017., 49~50면) 등이 제시된 바 있다.

7) 이진석, “위법소득과 몰수ㆍ추징[(대법원2014두5514, 2015.7.16.) 전원팝의체 판결: 공2015하, 1266]”, 『대법원판례해설』 제106호, 법원도서관, 2016., 181~182면.


대상판결이 비교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법원 2015.7.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 ②유형에 대한 판결8)이고, 대상판결은 위 ①유형에 대한 판결로서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다른 유형의 경우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8)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반대되는 취지의 (대법원2002두431, 2002.5.10.) 판결 및 (대법원97누19816, 1998.2.27.) 판결을 변경하였다.


하지만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대상판결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 내재 여부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다소 의문일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회사들로부터 횡령한 이 사건 사용료도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횡령금에 대한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지 않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횡령금이 원귀속자인 피해자에게 반환되는 경우 위 횡령금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되고, 몰수ㆍ추징의 대상이 되는 위법소득이 국가에 몰수ㆍ추징되는 경우와 다르게 볼 이유는 없다고 보인다.


또한, 대상판결은 판단 근거 중 하나로 ‘형사재판에서 피해법인에 횡령금 상당액을 지급하는 것은 이익이라는 무형의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양형상의 이익은 이 사건과 같은 횡령금에 대한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종국적으로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 횡령금 반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이익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양형상의 이익을 이유로 후발적 경정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위법소득의 반환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과 범죄행위에 대한 제재의 목적을 가진 형벌이 결부되는 것으로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한편, 대상판결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가 가담하여 사외유출한 횡령금의 경우, 피해법인이 자발적으로 그 반환을 구할 가능성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또 다른 판단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06조 제4항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심판결의 판단과 같이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06조 제4항은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2항에 의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배제하는 규정이라거나 그와 모순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대상판결의 위 판단 근거도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상의 점을 고려하면, 대상판결은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판단 근거 없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축소하는 판단을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를 제한하였으므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판단된다.




목록보기

전체 :

478

세목 제목 저자 관련 문서번호 등록일
법인세법 박준석 2025-07-17
법인세법 최보광 2025-07-10
부가가치세법 이상준, 윤상범 2025-07-01
분류중 김한준 2025-06-19
분류중 최보광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