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의 의의
1994.12.22.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에 따른 경정청구 조문이 신설되면서 기존의 수정신고 제도가 수정신고와 경정청구로 나뉘게 되었고, 동시에 후발적 사유로 과세요건사실에 변동이 생기는 경우에 관한 경정청구 제도도 마련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이다.
2)
2) 김두형,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서 소송에 대한 판결의 의미와 범위-일본에서의 해석론과 비교를 중심으로-”, 『조세와 법』 제8권 제2호,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연구소, 2015., 4면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대법원2017두41740, 2017.9.7.) 판결, (
대법원2009두22379, 2011.7.28.) 판결 등].
3)
3) 참고로, (
헌재97헌마13, 2000.2.24.)ㆍ(
헌재97헌마245, 2000.2.24) 결정의 다수견해는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설시한 바 있다. “후발적 사유에 의한 경정청구 제도를 인정하는 현행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가 시행되기 이전에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한 자 등은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경우 현행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에 근거하여 경정청구를 할 수 없다 할 것이나,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보거나 납세자주권의 관점에서 볼 때 조세채무가 확정되어 납세자가 세액을 납부하였다 하더라도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과세의 기초가 해소되거나 감축되었다면 결과적으로 조세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실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되고 이미 납부된 세액은 아무런 근거 없는 것이 되므로 국가는 그 납부세액을 납세자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고 납세자는 그 납부세액의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있으며, 이러한 후발적 사유에 의한 경정청구권은 법률상 명문의 규정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조세법률주의 및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조리상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다.”
조세법률관계의 기초를 이루는 사실상의 생활관계 등이 실현되어 조세채무가 성립된 후에는 소급하여 변경시킬 수 없으나[(
헌재97헌바66, 1999.5.27.) 결정 등], 담세력 자체가 소급적으로 소멸하는 등 일정한 경우에 위와 같은 불가변성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규정한 것이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이다.
2.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채권자가 상속인들을 상대로 피상속인의 연대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속인들이 주채무자나 다른 연대보증인에게 실제로 구상권을 행사하더라도 변제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대법원2008두10133, 2010.12.9.) 판결], 소송에서 부동산의 매매대금을 당초 금액보다 감액하는 등의 조정이 성립된 경우[(
대법원2014두39272, 2014.11.27.) 판결
4)], 납세의무 성립 후 소득의 원인이 된 채권이 채무자의 도산 등으로 인하여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대법원2018두30471, 2018.5.15.) 판결, (
대법원2013두18810, 2014.1.29.) 판결 등], 위법소득에 대하여 몰수나 추징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
대법원2014두5514, 2015.7.16.) 전원합의체 판결] 등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데,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대체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넓게 인정하여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국세가 아닌 지방세(취득세)와 관련된 사안이다.
다만 대법원은, 법령에 대한 해석이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 당시와 달라진 경우[(
대법원2012두28254, 2014.11.27.) 판결],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후 매매계약에서 정한 조건이 사후에 성취되어 대금감액이 이루어진 경우[(
대법원2015두57345, 2018.9.13.) 판결
5)] 등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하여 다소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5) 국세가 아닌 지방세(취득세)와 관련된 사안으로 구 지방세기본법(2015.5.18. 법률 제13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는데, 대법원은 아래와 판시하였다. “취득세는 본래 재화의 이전이라는 사실 자체를 포착하여 거기에 담세력을 인정하고 부과하는 유통세의 일종으로 취득자가 재화를 사용ㆍ수익ㆍ처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착하여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부동산 취득세는 부동산의 취득행위를 과세객체로 하는 행위세이므로, 그에 대한 조세채권은 취득행위라는 과세요건 사실이 존재함으로써 당연히 발생하고, 일단 적법하게 취득한 이상 이후에 계약이 합의해제되거나, 해제조건의 성취 또는 해제권의 행사 등에 의하여 소급적으로 실효되었더라도 이는 이미 성립한 조세채권의 행사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
참고로, 대법원은 납세의무자가 해석의 변경을 이유로 하는 것이 아니라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의 존재를 이유로 경정청구를 하는 것이라면, 경정청구기간의 기산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안 날’로 보아야 하는 것이지, ‘해당 사유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례가 변경되었음을 안 날’로 볼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기도 하였다[(
대법원2017두38812, 2017.8.23.) 판결].
3. 대상판결의 의의 및 비판적 검토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는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와 관련된 유형은 일반적으로 ① 횡령금과 같이 사법상 반환의무가 존재하는 위법소득이 원귀속자인 피해자에게 반환되는 경우,
6) ② 뇌물과 같이 몰수ㆍ추징의 대상이 되는 위법소득이 국가에 몰수ㆍ추징된 경우, ③ 뇌물과 같이 사법상 반환의무가 존재하지 않는 위법소득이 원귀속자인 증뢰자에 반환된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7)
6) 참고로, 횡령금이 원귀속자인 피해자에게 반환되는 경우에 위 횡령금이 반환된 사업연도의 손실로서 공제하는 방안(신호영, “위법소득 반환에 대한 소득세법상 취급에 대한 연구”, 『조세법연구』 제22집 제1호, 한국세법학회, 53~54면)이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서 인정하되 과다납부한 것으로 된 세액을 곧바로 법인 등에 환급하지 않고 향후 납부할 세액에서 공제하도록 함으로써 별도의 제재를 가하는 방안(송동진ㆍ박훈, “사외유출소득의 과세 및 반환에 관한 연구”, 『조세법연구』 제23집 제3호, 한국세법학회, 2017., 49~50면) 등이 제시된 바 있다.
대상판결이 비교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법원 2015.7.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 ②유형에 대한 판결
8)이고, 대상판결은 위 ①유형에 대한 판결로서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는 다른 유형의 경우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대상판결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 내재 여부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다소 의문일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회사들로부터 횡령한 이 사건 사용료도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횡령금에 대한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지 않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횡령금이 원귀속자인 피해자에게 반환되는 경우 위 횡령금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되고, 몰수ㆍ추징의 대상이 되는 위법소득이 국가에 몰수ㆍ추징되는 경우와 다르게 볼 이유는 없다고 보인다.
또한, 대상판결은 판단 근거 중 하나로 ‘형사재판에서 피해법인에 횡령금 상당액을 지급하는 것은 이익이라는 무형의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양형상의 이익은 이 사건과 같은 횡령금에 대한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종국적으로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 횡령금 반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이익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양형상의 이익을 이유로 후발적 경정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위법소득의 반환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과 범죄행위에 대한 제재의 목적을 가진 형벌이 결부되는 것으로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한편, 대상판결은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가 가담하여 사외유출한 횡령금의 경우, 피해법인이 자발적으로 그 반환을 구할 가능성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또 다른 판단 근거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06조 제4항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심판결의 판단과 같이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106조 제4항은 구
국세기본법 제45조의 2 제2항에 의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배제하는 규정이라거나 그와 모순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대상판결의 위 판단 근거도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상의 점을 고려하면, 대상판결은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판단 근거 없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축소하는 판단을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를 제한하였으므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