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국내사업장 등이 있는 외국법인의 과세표준 및 국내원천소득에 관한 법리
내사업장 또는 국내원천 부동산소득(이하 ‘국내사업장 등’)이 있는 외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세 과세표준은
법인세법 제93조에서 규정하는 ‘국내원천소득의 총합계액’에서 이월결손금, 비과세소득, 그리고 상호면세되는 선박 또는 항공기의 외국항행소득을 순차적으로 공제한 금액으로 정의된다(
법인세법 제91조 제1항). 즉,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에 국내사업장 등이 있어 이에 귀속되는 소득을 과세하고자 하여도, 외국법인은 모든 소득이 아니라 국내원천소득에 대하여만 제한적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
이때 소득원천이 국내인지, 국외인지 판단하는 자세한 기준까지 법률에 마련되어 있지 않다. 소득원천의 판단기준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국내원천소득이라 함은
법인세법 제55조 제1항에 열거된 소득으로서 소득의 발생원천지가 국내인 것을 말하며 그 소득의 ‘발생지’가 국내인 이상 그 소득의 실현이 국내지점에서 이루어졌거나, 국내지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외국의 본점 또는 지점을 통하여 이루어졌거나 이를 구별할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고(
대법원 88누9978, 1989.8.8., 판결), “국내사업장을 가진 외국법인이 사업활동으로 내국법인에 공급한 용역의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이 국내사업장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용역으로 얻은 소득은 전부 국내사업장에 귀속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 용역의 일부가 국외에서 이루어졌더라도 그 부분만 독립하여 국내사업장에 귀속되지 않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도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4두13829, 2016.2.18., 판결 등).
그러나 여전히 해석의 여지는 상당히 열려 있어 사안마다 구체적ㆍ개별적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그때그때 다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해된다.
한편,
법인세법 제93조 제5호의 위임을 받아 규정된 시행령 제132조 제2항은 제7호에서 국내원천 사업소득의 유형으로 ‘외국법인이 국내 및 국외에 걸쳐 선박에 의한 국제운송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는 국내에서 승선한 여객이나 선적한 화물에 관련하여 발생하는 수입금액을 기준으로 하여 판정한 그 법인의 국내업무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반대해석하면 ‘국외에서 승선한 여객이나 선적한 화물 관련 수입금액’은 국내원천 사업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될 여지가 커 보인다. 이 사건 대법원도 이와 동일하게 해석하였다는 점에서, 결국 대법원은 법인세법 규정의 체계적 해석상, 외국항행소득에 있어 국외에서 승선한 여객이나 선적한 화물 관련 용역의 수입금액만큼은 그 소득의 발생지가 국내라고 보기 어렵다고 최종 판단하였다.
반면, 환송 후 원심은 사실상 환송 전과 마찬가지로, 외국법인의 일부 소득에 대하여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5호(사업소득)가 적용된다고 하여 곧바로 제11호 (차)목(기타소득)의 적용이 당연히 배제된다고 해석되지 않는다고 보아, 국외에서 선적한 화물 관련하여 발생하는 수입금액도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선적지(승선지)가 국내인지 국외인지를 제외하면 사실상 동일한 성격인 하나의 소득을 ‘사업소득’과 ‘기타소득’이라고 다소 작위적으로 나누어, 그 각각이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나. 외국항행소득에 있어 상호면세주의에 의한 과세권 배분 규정과 국내법상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 규정과의 관계
외국법인의 본점 또는 주사무소가 있는 그 외국이 우리나라 혹은 다른 외국의 법인이 운용하는 선박 등의 외국항행소득에 대해 면세를 규정하고 있다면 우리나라도 그 외국법인의 국제운수소득에 대해 면세를 하는데 이를 상호면세주의라 하고, 이러한 규정을 상호면세 규정이라 한다. 외국항행소득은 다른 사업소득과는 달리 여러 국가에 걸쳐서 소득이 발생하므로 귀속소득을 계산하는 것이 실무상 어렵다는 기술적 이유 외에 국제운수업은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므로 조세부담을 줄여 국제운수업을 장려하려는 정책적인 이유 때문에 조세조약 혹은 각국의 내국세법에 상호면세주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홍콩 사이 조세조약은 2016년에야 체결되었으나 그 이전부터도 양국에 상호면세 규정은 존재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인세법 제91조 제1항 제3호가 바로 상호면세 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된 2006 사업연도에 대하여도 위 규정에 따라 홍콩이 원고의 국내사업장 관련 선박의 외국항행소득에 과세권을 가지고, 대한민국은 이를 과세표준에서 공제하여 준다는 해석이 일응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 법인세법은 외국법인이 국내외에 걸쳐 선박에 의한 국제운송업을 영위하는 경우, 상호면세주의 적용에 앞서서 ‘국외에서 승선한 여객이나 선적한 화물 관련 수입금액’을 국내원천소득의 범위에서 이미 제외하고 있어, 상호면세주의에 따른 외국과의 과세권의 배분을 따질 필요도 없이 과세관청은 처음부터 법인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위 소득에 대하여는 법인세를 과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에서도
법인세법 제91조 제1항 제3호는 선박의 외국항행소득이 국내원천소득 총합계액에 포함되는 것을 전제로 상호면세의 경우에 한하여 법인세 과세표준 산정 시 해당 소득을 공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하여 이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법원이 그 연장선에서 ‘선박의 외국항행소득’의 존재 및 범위는 과세요건사실인 과세표준의 공제 항목 등에 관한 것으로 과세관청에서 이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지, 세액의 공제요건 등에 대한 증명책임처럼 납세의무자의 불이익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본 것은 논리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관련 법령의 체계적 해석상, 외국법인의 과세표준에 관한 구
법인세법 제91조 제1항 및 상호면세주의에 따라 공제되는 선박 등의 외국항행소득에 관한 같은 항 제3호의 규정은, 구
법인세법 제93조에 따른 국내원천소득의 총합계액을 전제로 함이 분명하므로,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포함되는 ‘선박의 외국항행소득’ 범위를 국내에서 선적한 화물 등으로 제한한 대법원의 판단에 동의한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국내사업장을 가진 외국법인이 국내외에 걸쳐 선박에 의한 국제운송업을 영위하는 경우 해당 사업에서 발생하는 소득 중 국외가 아닌 국내에서 승선한 여객이나 선적한 화물에 관련하여 발생한 소득만이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5호에 따른 해당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사업소득으로서 법인세 과세표준에 포함된다는 점(국외에서 선적한 화물 등 관련 소득은 국내원천 기타소득에도 해당하지 아니한 점), 이 경우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 총합계 포함되는 ‘선박의 외국항행소득’의 존재 및 범위도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대법원에서 외국법인이 여객ㆍ화물의 국제운송과 관련하여 얻는 소득 중 법인세법상 국내원천소득으로 분류될 수 있는 영역의 테두리를 합리적으로 설정해 준 점, 과세관청이 원칙적으로 입증책임을 지는 과세요건사실 중 과세표준의 범위에는 과세표준에서 공제되어야 할 항목까지 포함된다는 것을 확인하여 준 점 등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대법원은 환송판결을 할 때에 이미 위와 같은 법리를 보다 명확히 설시하여 이후의 소송절차를 보다 경제적ㆍ효율적으로 진행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당초 환송판결에서는 단지 상호면세 규정(
법인세법 제91조 제1항 제3호)의 적용 가능성을 이유로 2006 사업연도 매출수익 전부가 국내원천소득으로서 법인세 과세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만 판시하여 소송이 불필요하게 장기화된 점이 아쉽다.
한편, 대상판결은 외국법인 등에 의하여 제공되는 외국항행용역의 경우 화물의 적재 등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 한하여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되고, 특히 해당 외국법인이 상호면세국의 사업자인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 화물이 적재되는 경우에만 영세율이 적용되므로, 외국법인은 위와 같은 경우에만 영세율과세표준을 신고할 의무가 있으므로, 관련 신고불성실가산세 부과의 기초가 되는 영세율과세표준의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 있고 영세율 매출액이 적법하게 산정되었다는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도 과세관청에 있다는 법리를 재차 확인하였다.
또한, 납세자가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고발되면 과세관청이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5 제3항 제2호)에 해당하는데,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후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하더라도, 위 규정의 적용을 받음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