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건설 용역의 시가 산정 순서
법인세법상 법인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로 인하여 그 법인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법인의 소득금액 계산과 관계없이 그 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있고(법인세법 제52조 제1항), 법인세법 시행령은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의 한 유형으로, ‘금전 기타 자산 또는 용역을 시가보다 높은 이율ㆍ요율이나 임차료로 차용하거나 제공받은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7호).
그리고 건설 용역을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경우의 시가는 ①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인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 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이 있는 경우에는 그 가격을 ‘시가’로 인정하고(
법인세법시행령 제89조 제1항), ② 이러한 거래 실례가 없는 경우에는 감정평가액 내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보충적 평가방법을 차례로 적용하여 계산한 금액에 따라야 하며(제2항), ③ 이마저도 적용이 어려울 때에는 ‘당해 사업연도 중 특수관계가 없는 제3자와의 유사 용역제공거래의 수익률’을 원가에 가산하는 방법으로 계산하여야 한다(제4항 제2호).
4)
4) 2021.2.17. 대통령령 제31443호로 개정 시행령은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 간의 일반적인 용역제공거래를 할 때의 수익률’을 원가에 가산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하였는데, 대상판결은 위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의 사안이다.
한편, 위 법인세법 시행령의 각 방법으로도 시가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④ 기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시가로 인정될 수 있으나(
대법원2003두15287, 2005.5.12.), 이러한 시가 계산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이 부담한다(
대법원2013두10335, 2013.9.27.).
이처럼 건설 용역에 있어서 부당행위계산부인에 근거한 과세처분이 적법하려면 그 산정의 근거가 된 ‘시가’가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에서 정하는 시가 산정 순서에 따라 계산된 경우여야만 하며, 과세관청이 계산한 시가가 법인세법령에서 정하는 방법에 부합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그에 따른 부과처분 역시 당연히 위법한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대법원2012두14279, 2012.10.25.).
대상판결에서도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 적용 시의 시가는 위와 같은 순서에 따라야 계산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는데, 이는 관련 법령 및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그 의의가 있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다만, 대상판결이 개별 사안에서 위 법리를 구체적으로 적용한 부분은 찬동하기 어려운바 그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시가 산정의 순서에 관하여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과세관청이 적용한 시가는 이 사건 건설회사의 시공 원가에 ‘직전연도 기준 동종업종 평균 매출원가율’을 역산하는 방법으로 계산된 것으로서 이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의 각 방법을 따르지 않았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대상판결은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라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의 ① 내지 ③의 방법으로 시가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관하여 과세관청이 적극적으로 증명하였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고, 대상판결 사안에서 ①, ②의 방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하여는 당사자 간 다툼이 없으므로 이하에서는 ③의 방법이 적용될 수 있었는지 여부만을 살피기로 한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공사계약이 체결된 2017년 기준으로 원고가 특수관계인 외의 자에게 제공한 유사한 용역제공거래가 존재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공사는 원고가 아닌 ‘이 사건 건설회사’가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유사 용역거래의 존재 여부를 이 사건 건설회사가 아닌 ‘원고’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한 부분은 관련 법령의 문언을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과세요건이거나 비과세요건 또는 조세감면요건을 막론하고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이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만일 문언의 해석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 과세요건에 관한 법의 흠결을 해석에 의하여 메우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조세법률주의에 터 잡은 엄격해석의 원칙에 반한다 할 것이어서 허용할 수 없다[(
대법원2005두13537, 2007.6.28.) 판결의 취지 등 참조].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4항 제2호는 “당해 사업연도 중 특수관계인 외의 자에게 ‘제공한’ 거래”를 대상으로 유사 용역거래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해당 규정에서 정의하는 유사 용역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문언 그대로 ‘용역을 제공한 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시공사인 이 사건 건설회사가 당해 사업연도에 특수관계가 없는 자에게 제공한 유사 용역사례가 있는지를 최우선적으로 살펴보았어야 했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을 생략한 채 건설 용역을 ‘제공받은’ 원고가 당해 사업연도에 유사 용역을 직접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관련 규정의 적용을 배제한 판단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대상판결을 선해하여 만일 당해 사업연도에 원고가 ‘제공받은’ 유사 용역거래를 시가의 기준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2017년에 제공받은 유사 용역거래의 계약 체결시점이 2017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관련 주장을 배척한 부분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4항 제2호 규정의 문언상 유사 용역거래는 ‘당해 사업연도에 용역거래가 제공된 사실’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을 뿐, 유사 용역거래 계약 체결시점까지 정확히 일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용역의 제공이 일시에 완료되는 일반적인 용역과 달리, 건설 용역은 장기간에 걸쳐서 계속적으로 용역이 제공되고 실제 대금의 지급 및 수익의 인식도 기성에 따라 진행되는 점을 함께 고려한다면 건설 용역에 있어서 유사 거래의 기준을 ‘계약 체결 시점’이 동일한 경우만으로 축소 내지 제한 해석하여야 할 합리적인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단순히 계약의 체결시점만을 기준으로 하여 유사 용역거래 여부를 판단한 부분은 문언의 내용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축소 해석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나. 시가 산정 방법의 합리성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과세관청이 이 사건 건설회사가 2017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 시 적용한 전문직별 공사업(주업종코드 452101)의 동종업종코드를 적용한 법인들의 직전 사업연도(2016) 평균 원가율을 역산하여 계산한 시가 산정 방법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이 거래의 유사성을 판단한 근거로 활용한 주업종코드는 기본적으로
법인세법 제66조 제3항 단서에 따른 추계과세 시 적정 추계율(기준경비율 및 단순경비율) 산정을 위해 국세청이 임의로 작성한 자료로서 그 구성 형식은 대부분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 분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런데 2017년 기준 한국표준산업분류표(제10차)에 따르면, 건설업은 크게 종합건설업(41)과 전문직별 공사업(42)으로 구분되는데(중분류), 종합건설업은 지반조성공사 및 토목시설물의 건설공사를 수행하는 산업활동 및 각종 건축물을 신축, 증축, 재축 및 개축에 관한 총괄적 책임을 지고 건설활동을 수행하는 산업활동으로, 건물 건설업과 토목건설업의 2개 업종으로 소분류되며, 전문직별 공사업은 토목시설 및 건물의 건설과 관련한 특정 부문의 공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산업활동으로, 토공사업, 포장공사업 등 29개의 기능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즉, 이 사건 공사는 상가건물 건설 공사로서 일부 전기, 통신 및 소방 공사를 제외한 일체의 공사 업무를 도급받은 것이므로 이 사건 공사 및 이 사건 건설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은 특정 부분의 공사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전문직별 공사업이 아닌 종합 건설업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 실제 주업종코드 452101의 전문직별 공사업에 대응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는 미장, 타일 및 방수 공사업으로 확인되어 상가 건물 신축 공사 전체를 도급받은 이 사건 공사와의 유사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더욱이 국세청에서 발간하는 주업종코드는 기본적으로
법인세법 제66조 제3항 단서에 따른 추계과세 시 적정 추계율(기준경비율 및 단순경비율) 산정을 위해 필요한 자료로서 과세관청의 조세행정을 위해 납세자가 세무 신고 과정에서 임의적 기재하는 코드에 불과할 뿐, 과세관청이 적극적으로 실지조사를 통해 확인한 업종이 아니므로 이러한 자료만을 근거로 하여 과세요건 사실을 판단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한국표준산업분류와 국세청 발간 주업종코드의 기재 형식 및 세부 내용을 모두 살펴보면, 전문직별 공사업(주업종코드 452101)은 이 사건 공사와의 유사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업종에 해당함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구체적인 근거 없이 위 업종코드로 등록된 법인들이 이 사건 공사 및 이 사건 건설회사와 동종업종에 해당한다고 보아 과세관청의 시가 산정 방법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본 것인데, 이러한 판단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
다. 비교대상 거래의 적정 여부에 관하여
설령 위 전문직별 공사업이 이 사건 공사와의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더라도, 구체적인 거래 내용이나 규모, 기간 등을 불문하고 단지 원고가 분류한 것이라는 이유로 동일한 업종코드를 적용한 거래 모두를 표본집단수로 삼아 수익률을 산출하는 방법은 적정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최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판례에서도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4항 제2호는 ‘수익률’을 “당해 사업연도 중 특수관계인 외의 자에게 제공한 유사한 용역제공거래에 있어서의 수익률”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유사한 상황’ 내지 ‘유사한 용역제공거래’는 정형화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해당 거래와 상당 부분이 공통되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구체적 사례들로 제한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서울고법2023누40153, 2024.9.6.).
그렇다면 시가 산정에 있어서 유사 용역거래는 동종업종의 수익률을 뭉뚱그려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공사와 가장 유사한 개별 용역거래를 특정하여 그 수익률을 적용하여야 한다. 특히, 상가건물 건설 용역은 공사 규모 및 시기, 지역, 유형별로 편차가 큰 편이기 때문에 전체 업종의 수익률에 기초하여 시가를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인 거래 관계를 왜곡할 여지가 있으므로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에서의 과세관청은 유사 용역거래를 선별함에 있어서 구체적인 거래 내용이나 규모, 기간 등을 불문하고 단지 원고가 분류한 것이라는 이유로 동일한 업종코드를 적용한 거래 모두를 표본집단수로 삼아 수익률을 산출하였는데, 개별 거래를 특정하지 않고 계산한 시가는 위와 같은 이유로 부적법한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