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위법비용과 통상성의 관계에 관한 학설 및 판례
나. 손해배상금의 손금 산입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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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미국세법은 손금에 산입될 수 있는 거래 내지 영업비용을 ‘통상적이고 필요한(ordinary and necessary)’ 비용으로 표현하고 있는데[미국세법 제162조(a)], 미국세법 제162조(f)는 ‘법령 위반 내지 법령 위반 가능성 조사와 관련하여 소송, 합의 등에 의하여 정부 내지 정부단체에 지급하거나 정부 내지 정부단체의 명령으로 지급한 비용’을 불공제하도록 규정하면서도[미국세법 제162조(f)(1)], 납세자가 법령 위반 내지 잠재적 법령 위반으로 인하여 야기된 손해에 대하여 지급한 배상금의 경우에는 손금으로서 공제하도록 정하고 있다[미국세법 제162조(f)(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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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본
일본의 경우 위법비용에 대한 명시적이고도 일반적인 손금산입 규정은 존재하지 않지만, 위법 내지 불법인 지출이라고 하더라도 별도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사업소득금액의 계산 시 손금으로 공제된다고 보므로, 손해배상금은 일본 법인세법 제55조 제4항 및 제5항에서 손금불산입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는 벌금 또는 과료, 과태료, 과징금 및 연체금, 뇌물 등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서 손금에 산입된다.3) 보다 구체적으로, 일본 법인세법 기본통달 2-2-13은 “법인이 그 사업의 수행과 관련하여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하는 경우에 있어서 당해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그 배상액이 확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같은 날까지 그 금액으로서 상대방에게 제시한 금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당해 사업연도의 미지급금으로 계상한 때에는 해당 금액을 손금으로 인정한다”고 하여 손해배상금의 손금성을 인정하고 있다.
3) 이준봉, “위법비용의 소득과세 방안에 관한 연구”, 조세학술논집 제34집 제1호(2018.2.), 한국국제조세협회, 19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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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독일
독일 조세기본법 제40조는 법률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된 행위가 세법의 적용에 대하여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세법상 과세요건을 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충족한 행위가 법령상 명령 또는 금지규정에 위반되거나 선량한 사회질서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해당 행위에 대한 과세에 있어서 무시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인이 법령에 위반하여 지출한 비용 역시 손금으로 인정된다. 다만, 독일 법인세법 제10조 제3항은 형사절차에서 확정된 벌금형, 형사적 성격이 보다 강한 재산법상 불이익 및 의무 또는 명령을 이행하기 위한 지출로서 단순하게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에 그치지 않는 것은 손금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요컨대, 미국, 일본, 독일의 세법은 법인이 자신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실제 발생한 손해의 전보를 위해 지급한 손해배상금을 손금에 산입하고 있으며, 원인행위의 위법성은 기본적으로 위 손해배상금의 손금 인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법인의 손금에 산입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의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법인이 위법행위로 인하여 지출한 비용 중 손해배상금과 같이 그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비용’으로서 법인의 손금에 산입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① 비록 손해배상금의 지급이 위법행위에 기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위법행위가 이루어진 이후에는 그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것이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것으로서 그와 같은 손해배상이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더구나 본 사안에서 A은행이 소외 甲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것은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었으므로 그와 같은 비용지출이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보기 더욱 어려운 점, ③ 기존에 대법원이 위법비용에 대하여 손금산입을 부정하였던 판례는 리베이트 비용, 담합에 대한 사례금 등 그 비용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던 사안이었으므로 본 사안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점, ④ 본 사안에 적용되는 법령은 아니지만 2017.12.19. 법률 제15222호로 개정된
법인세법 제21조의 2가 법인이 지급한 손해배상금 중 실제 발생한 손해를 초과하여 지급한 금액만을 떼어내어 손금불산입한다고 규정한 것은 반대해석상 실제 발생한 손해 부분의 손금 산입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점, ⑤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법인이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기 위하여 지급한 손해배상금은 그 원인행위가 갖는 위법성의 크기를 불문하고 손금에 산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대상판결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 한편, 소득세법에서는 ‘업무와 관련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 지급되는 손해배상금’을 필요경비에서 제외하고 있는데(제33조 제1항 제15호), 이는 소득세법에서 별도로 필요경비 제외 사유를 입법한 것으로 볼 것이다.
“위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을 손금으로 인정한다면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사회질서 위반 행위에 대하여 손금불산입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게 된다”는 원심판결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심 법원은 반사회적 원인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손금으로 인정하게 될 경우 위법행위를 한 자에게 세금 감소액 상당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 되어 위법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보전하는 취지의 손해배상금은 위법행위의 사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행위자가 그 지출로 인하여 어떠한 위법소득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 손금산입으로 인하여 위법행위가 조장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정책적 관점에서는 법인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장려하여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손해배상금의 손금 산입을 인정한 대상판결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