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권리확정주의의 의의
대법원은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에 따른 ‘확정’을 ‘권리 또는 의무의 확정’이라고 해석하는데,
1) 이에 따르면 권리확정주의란 현실적인 소득의 수령 이전에 현실적으로 소득이 없더라도 그 원인이 되는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때에는 그 소득이 실현된 것으로 보고 과세소득을 계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2009두11874, 2010.01.14) 판결 등].
1) 김범준,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다른 가지급물과 소득의 실현 - 권리확정주의와 대법원 2019.5.16. 선고 2015다35270 판결 -”, 『조세법연구』 제26집 제1호, 한국세법학회, 2020., 153면.
권리확정주의의 목적은 납세의무자의 자의에 의하여 과세연도 소득이 좌우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과세의 공평을 기함과 함께 징세기술상 소득을 획일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헌법재판소 2010.2.25. 선고 2009헌바 92ㆍ139(병합) 결정,
(
대법원2009아79, 2011.09.08) 결정]. 그리고 권리확정주의에 따라 현실적인 소득의 수령 이전에 앞당겨 과세하는 것은 기업회계에서 발생주의 또는 실현주의에 따라 수익을 미리 인식하는 것과 같다.
2)
2) 김범준, 앞의 논문, 154면.
권리확정주의는 기업회계상 실현주의에서 말하는 실현의 시기를 법률적 기준으로 정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이창희, 『세법강의』 제21판, 박영사, 2023., 847면.). 반면, 권리확정주의 자체가 법인세법상 문언에 합치하지 않으며, 위법소득의 귀속시기를 정할 세법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송동진, “손익의 확정 및 귀속시기에 관한 몇 가지 문제점 검토”, 『조세법연구』 제22집 제2호, 한국세법학회, 2016., 288~289면.).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익금이 확정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가 실현가능성에서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되어야 하고, 이런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고 단지 성립한 것에 불과한 단계에서는 익금이 확정되었다고 할 수 없으며, 여기서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가 실현가능성에서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되었는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개개의 구체적인 권리의 성질과 내용 및 법률상ㆍ사실상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2009두11157, 2011.09.29) 판결]. 그리고 대법원은 소득의 지급자와 수급자 사이에 채권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어 소송으로 나아간 경우에 그와 같은 분쟁이 경위 및 사안의 성질 등에 비추어 명백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는 경우라면 소득이 발생할 권리가 확정되었다고 할 수 없고, 판결이 확정된 때 권리가 확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2017두56575, 2018.09.13) 판결].
2. 가집행선고의 효력
가집행선고는 확정되지 않은 종국판결에 대하여 집행력을 부여하는 형성적 재판으로서, 승소자에게 조속한 권리의 실현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하여 인정된 제도이다.
3) 법원은 재산권의 청구에 관한 판결은 가집행의 선고를 붙이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직권으로 담보를 제공하거나, 제공하지 아니하고 가집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선고하여야 하고(민사소송법 제213조 제1항 본문),
4)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채권전액을 담보로 제공하고 가집행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선고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13조 제2항).
3) 정동윤ㆍ유병현ㆍ김경욱, 『민사소송법』 제10판, 법문사, 2023., 881면.
4)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가집행선고 있는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은 확정판결에 기한 경우와 같이 본집행이므로 상소심의 판결에 의하여 가집행선고의 효력이 소멸되거나 집행채권의 존재가 부정된다 하더라도 그에 앞서 이미 완료된 집행절차나 이에 기한 경락인의 소유권취득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93다3165, 1993.04.23) 판결].
한편, 가집행선고는 그 선고 또는 본안판결을 바꾸는 판결의 선고로 바뀌는 한도에서 그 효력을 잃게 된다(민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기한 집행의 효력이 가집행선고가 취소 또는 변경될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것인데, 가집행선고에 의하여 집행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후일 본안판결의 일부 또는 전부가 실효되면 이전의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기하여는 집행을 할 수 없는 것으로 확정이 되는 것이다[(
대법원2022다293272, 2023.04.13) 판결 등].
만약 위와 같이 본안판결의 일부 또는 전부가 실효되는 경우, 가집행선고에 기하여 이미 지급받은 것이 있다면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 되므로 부당이득으로서 이를 반환하거나 그로 인한 손해 또는 그 면제를 받기 위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는데, 가지급물 반환신청(민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
5))은 가집행에 의하여 집행을 당한 채무자로 하여금 별도의 소를 제기하는 비용, 시간 등을 절약하고 본안의 심리 절차를 이용하여 신청의 심리를 받을 수 있는 간이한 길을 터놓은 제도로서 그 성질은 본안판결의 취소 또는 변경을 조건으로 하는 예비적 반소에 해당한다[(대법원2022다293272,
2023.04.13) 판결 등].
5)
민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은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본안판결을 바꾸는 경우에는 법원은 피고의 신청에 따라 그 판결에서 가집행의 선고에 따라 지급한 물건을 돌려 줄 것과, 가집행으로 말미암은 손해 또는 그 면제를 받기 위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것을 원고에게 명하여야 한다.”
3.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관한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에 1994.12.22.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따라 채무자가 퇴직금을 지급한 경우 그 금원 지급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고, 상소심에서 그 가집행선고 또는 본안판결이 취소되는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잠정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를 원천징수의무가 발생하는 소득금액의 지급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87누407, 1988.09.27) 판결].
하지만, 대법원은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는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따른 부동산 강제집행절차에서 배당받은 금액을 원금과 이자의 변제에 충당한 사건에서 이자소득의 수입시기는 대여원리금 청구소송이 확정된 시점이 아닌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따라 실제로 배당금을 수령한 시점이라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11.6.24. 선고 2008두20871 판결), 수급자가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의하여 지급자로부터 지연손해금을 직접 수령한 사건에서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현실적인 지급은 원천징수의무가 발생하는 소득금액의 지급에 해당하고, 지급자가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따라 지연손해금을 실제로 지급하면서 공제한 원천징수세액도 가지급물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2015다35270, 2019.05.16) 판결].
6)
6) 이와 관련하여, 2000년대의 대법원 판결은 소득을 앞당겨 인식하는 것을 용인하면서도, 그 결과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 등을 언급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한 견해가 있다(윤지현, “판례를 통하여 본 권리확정주의와 ‘성숙 확정’의 개념”, 『조세와 법』 제13권 제1호,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연구소, 2020., 38면.).
위와 같은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입장 변화는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는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따라 수령한 금원의 귀속시기를 그 금원을 수령한 시기로 앞당겨 보더라도 귀속시기를 잘못 판단함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
7)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따른 적법하고도 유효한 집행권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위 승소판결에 따른 금원의 지급까지 이루어졌으므로 권리확정주의에 따라 그 금원을 수령한 시점을 귀속시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7)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가 도입된 이후의 사례에서는 대법원 1988.9.27. 선고 87누407 판결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견해(김석환, “권리확정주의에 의한 이자소득의 귀속시기(2011.6.24. 선고 2008두20871 판결: 공2011하, 1483)”, 『대법원판례해설』 제88호, 법원도서관, 2011., 43~44면.; 김범준, 앞의 논문, 169~171면.)와 궤를 같이 한다.
4. 대상판결의 의의
원심판결은 제1심판결 별지1 목록 순번 제2 내지 제7항 기재 각 토지 및 지분에 관한 부분은 선행 대법원판결 선고로 확정되었다는 점, 수용보상금 수령에 따른 소득은 (
대법원2015다35270, 2019.05.16) 판결 등에서 문제가 되었던 소득과 종류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수용보상금의 귀속시기를 2014 사업연도인 것을 전제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상판결은 소득의 종류와 성격을 불문하고 (
대법원2015다35270, 2019.05.16) 등에서 설시된 법리를 근거로 이 사건 수용보상금의 귀속시기를 이 사건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따라 수용보상금을 수령한 날이 속하는 2010 사업연도로 판단하였다.
한편, 이 사건 수용보상금의 귀속시기가 2014 사업연도라는 원심의 판단은 이 사건 수용보상금의 귀속시기를 2010 사업연도로 볼 경우 국세기본법상 부과제척기간 도과로 인하여 이 사건 수용보상금에 대한 법인세 부과처분을 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이 사건 수용보상금의 귀속시기는 권리확정주의에 관한 법리 등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수용보상금에 대한 법인세 부과처분이 가능한지 여부가 이 사건 수용보상금의 귀속시기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권리확정주의에서 말하는 ‘확정’에 관한 판단 기준과 더불어 가집행선고부 승소판결에 따라 금전을 수령한 경우 소득세법은 물론 법인세법상으로도 그 금전을 수령한 시점을 귀속시기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