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법인세법 개정에 따른 이월결손금에 대한 불복 방법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 변화
각 사업연도에 발생한 결손금은 이른바 이월결손금이 되어 법인세 과세표준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공제하는 이월결손금에 대하여, 종전 구 법인세법(2009.12.31.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1호는 “각 사업연도의 개시일전 10년 이내에 개시한 사업연도에서 발생한 결손금으로서 그 후의 각 사업연도의 과세표준계산에 있어서 공제되지 아니한 금액”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당시 대법원은 법인세 부과처분의 취소소송에서 과거 사업연도에 발생한 결손금의 크기를 다툴 수 있다는 이유로, 결손금의 감액경정은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었다(대법원 95누12942, 1996.9.24., 판결,
대법원 2001두2652, 2002.11.26., 판결).
그런데 위 법률 제9898호로 일부 개정된 법인세법(이하 ‘개정 법인세법’)은 제13조 제1호의 후문으로 “이 경우 결손금은 제14조 제2항의 결손금으로서 제60조에 따라 신고하거나 제66조에 따라 결정ㆍ경정되거나,
「국세기본법」제45조에 따라 수정신고한 과세표준에 포함된 결손금에 한정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이로 인하여, ① 납세자가 법인세 정기신고 시 신고한 결손금, ② 과세관청이 결정 또는 경정한 결손금, ③ 납세자가 수정신고 시 신고한 결손금에 한하여 이월결손금으로 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국세청 발간 개정세법해설은, 개정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의 개정취지에 대하여 “법적 안정성 등을 감안하여 공제가 가능한 이월결손금으로 신고ㆍ경정 등을 통해 확정된 결손금으로 명확화”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2) 이러한 개정 내용은 이 사건 후문조항도 다르지 않다.
2) 국세청, 『개정세법해설』, 2010, 209면 참조
(2) 대법원 2020.7.9. 선고 2017두63788 판결
이와 관련하여 (
대법원 2017두63788, 2020.7.9.) 판결(이하 ‘선행판결’)은 개정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문이 신설된 이후 발생한 결손금 등에 대하여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의무자로서는 결손금 감액경정 통지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그 적법성을 다투지 않는 이상 이후 사업연도 법인세의 이월결손금 공제와 관련하여 종전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잘못되었다거나 과세관청이 경정한 결손금 외에 공제될 수 있는 이월결손금이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선행판결은 개정 법인세법의 제13조 제1호 후문 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한 처분성을 인정함으로써, 불복 가능시기를 앞당긴 효과가 있다. 다만, 선행판결은 명시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의무자가 감액경정의 통지를 받은 단계에서 해당 감액경정에 대하여 곧바로 불복하지 않을 경우 실제로 세부담이 발생하는 사업연도의 부과처분에 대해서는 이를 다툴 수 없다고까지 판시함으로써, 후속 사업연도에서의 불복 가능성이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3)
3) 이를 지적하는 것으로 이연우, “2020년 소득과세 관련 판례 회고” 조세연구, 제21권 제2집, 69-71면.
나. 대상판결의 의의
먼저 쟁점 2와 관련하여, 선행판결은 위와 같이 개정 법인세법 규정을 고려하여, 원칙적으로 결손금 감액경정의 위법성에 대하여 후속 사업연도에서의 불복 가능성을 제한하면서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대해서는 불복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다만, 후속 사업연도의 불복 과정에서 종전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잘못되었다는 취지의 불복이 허용되는 특별한 사정이 과연 어떠한 경우인지는 불분명하였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과세관청이 결손금 감액경정을 하면서 법인세법에서 정한 통지 등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4) 납세의무자에게 방어권행사 및 불복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은 경우’ 납세의무자가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후 사업연도의 법인세 부과처분에 대한 불복절차에서 선행하는 결손금 감액경정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함으로써, 선행판결이 언급했던 “특별한 사정”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인지 제시하였다. 이것은 종래 선행판결에 대하여, 오랜 기간 결손이 지속된 납세의무자가, 기존의 확립된 대법원 판례를 신뢰하는 등으로 실제 세부담이 발생하는 후속 사업연도의 부과처분에서 다툴 생각으로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하여 다투지 않고 있다가 선행판결에 따라 다툴 수 없게 되는 경우 ‘수인한도론’을 응용하여 적절한 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5)
즉, 납세의무자에게 선행 사업연도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한 불복 기회 자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후행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에 대한 불복절차에서도 다투지 못하도록 한다면, 이는 사실상 감액경정에 대한 아무런 불복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대상판결이 내린 결론은 지극히 타당해 보인다.
4) 과세실무상으로는, 세액이 있는 경우 납세의무자에 대하여 납세고지서가 발급되는 것과 달리, 결손금 감액경정의 경우 별도로 결손금 감액 통지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처분’ 자체가 존재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이것은 원고가 상고이유로 삼지 않음에 따라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5) 이연우, 앞의 글, 70-71면, 유철형, “[판세] 선행 결손금 감액경정 절차 위법시 후행 법인세 부과 불복사유로 주장할 수 있나?”, 세정일보, 2024.12.23자.
한편, 쟁점 1과 관련하여, 원심판결은 이른바 ‘경정청구의 배타성’
6)을 미처 고려하지 않은 채 개정
법인세법 제13조 제1호 후단 소정의 ‘제66조에 따라 결정ㆍ경정된 결손금’에는 과세관청이 실제로 결정ㆍ경정한 결손금뿐만 아니라 납세의무자의 적법한 경정청구에 따라 과세관청이 경정하여야 하는 결손금도 포함‘되는 것으로 봄으로써 개정 법인세법의 입법취지나 기존 선행판결에 반하는 듯한 판시를 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과세관청의 결손금 감액경정이 없이 납세의무자의 추가 결손금 주장만 있었던 2008, 2012 사업연도 부분과 관련하여 위 판시를 명시적으로 부정함으로써, 납세의무자가 별도의 증액경정청구를 하여 결손금이 경정되거나 증액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통해 결손금의 증액경정이 확정되지 않은 이상 후속 사업연도 법인세에 대한 불복 절차에서 곧바로 이를 다툴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물론 원심판결의 지적과 같이,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별도로 이전 사업연도의 결손금에 대한 경정청구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소송경제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원심판결과 같은 해석은, 기존 경정청구 이론 체계에 반할 뿐 아니라, 이 사건 후문조항의 문언해석에도 반하는 점 즉, 납세의무자에게 선행 사업연도의 결손금 증액경정청구 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하여 경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이 사건 후문조항이 정하고 있는 ‘경정된 결손금’에는 해당할 수 없는 점, 나아가 이 사건 후문조항은 공제가능한 이월결손금의 범위를 신고ㆍ결정ㆍ경정된 결손금이라고 하여 ‘확정’ 여부를 하나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원심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경정청구 기간의 도과로 인한 불가쟁력의 발생 여부’와는 구분되는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상판결이 지극히 타당하다.
이상과 같이 ① 대상판결은, 선행판결이 후속 사업연도에서 앞선 사업연도의 결손금 감액경정에 대한 불복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대하여, 결손금 감액경정의 하자를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과 관련, 법인세법에서 정한 통지 등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불복기회가 보장되지 않은 경우 그에 해당됨을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기존 선행판결의 법리를 보완하여 납세의무자의 권리구제 방안을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나아가 ② 대상판결은 원심이 이 사건 후문조항에 대하여, 기존 조세쟁송체계나 이 사건 후문조항의 문언에 반하여 납세의무자의 권리구제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적법한 경정청구를 하였을 경우에 경정하여야 하는 결손금’까지 인정한 것에 대하여, 그와 같이 볼 수 없다고 분명히 한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6) ‘경정청구의 배타성’이란 과세표준이나 신고된 세액이 과다할 때 및 결손금이 과소할 때 납세자가 이를 다투는 방법은 원론적으로 경정청구밖에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