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세법의 목적론적 해석과 그 한계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하여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조세법률 해석의 원칙을 엄격해석의 원칙이라 한다. 다만 엄격해석의 원칙을 취하더라도, 입법의 취지와 목적 및 사회 통념에 따른 목적론적 해석이 요구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예컨대 세법은 규율대상 자체가 ‘변화 가능성을 내포한 다양한 경제현상’일 뿐 아니라 여러 가지 경제 정책적 목적 및 사회보장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므로, 모든 구체적인 상황을 문언으로 규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이러한 경우 불가피하게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규율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법률 문언 자체가 추상적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 그 개념을 실제 현실에 적용하기 위하여는 ‘추상적 개념의 구체화’가 요구되고, 구체화의 과정에서 입법의 취지 및 사회통념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대법원 판례 또한 “법규 상호 간의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조세법률주의가 지향하는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입법 취지 및 목적 등을 고려한 합목적적 해석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대법원 2007두13852, 2008.1.31., 판결 등)”고 판시하여 목적론적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한편, 문언상 개념 자체는 구체적으로 규율되어 있더라도, 목적론적 해석을 통하여 해당 개념을 확장 해석하여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합목적적 추론이 가능하지만, 입법자가 간과하여 규정에 명확히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존재하는 경우가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이는 입법의 불비로 인한 공백의 처리 문제로,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여 문언을 그대로 해석할 것인지,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문언을 확장해석할 것인지 간의 이익교량 문제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목적론적 해석 자체는 법령 해석에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목적론적 해석을 채택하더라도 조세법률주의가 지향하는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석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통상적인 문언의 의미에서 과도하게 벗어난 해석, 혹은 입법취지나 기타 사회통념 등을 고려하더라도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목적론적 해석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나. 부생가스를 이용한 발전이 지역자원시설세 과세대상인 ‘화력발전’에 포함되는지 여부(쟁점 1)
구 지방세법은 화력발전을 지역자원시설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하면서, 화력발전에 관하여 석탄ㆍ석유ㆍ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하여 발전을 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지방세법(2019.12.31. 법률 제168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41조는 “지역자원시설세는 지하자원ㆍ해저자원ㆍ관광자원ㆍ수자원ㆍ특수지형 등 지역자원을 보호ㆍ개발하고, 지역의 소방사무, 특수한 재난예방 등 안전관리사업과 환경보호ㆍ환경개선 사업 및 지역균형개발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거나 소방시설ㆍ오물처리시설ㆍ수리시설 및 그 밖의 공공시설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부과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 규정을 고려하여 원심판결은, “지역자원시설세는 지역의 자원이나 시설을 이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나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지역적인 보상을 과세근거로 하여 부과되는 세금으로, 과세대상인 화력발전 등으로 인하여 침해된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 등을 위하여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부과된다”고 판단하였다.
부생가스는 화석연료인 유연탄 또는 이를 가공한 코크스를 연소하여 선철을 만드는 제철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통용되는 개념으로서의 화석연료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신재생에너지법(2019.1.15. 법률 제162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 사목,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3항 별표1 제4호는 ‘각종 사업장 및 생활시설의 폐기물을 변환시켜 얻어지는 기체, 액체, 또는 고체의 연료’, ‘위 연료를 연소 또는 변환시켜 얻어지는 에너지’, ‘폐기물의 소각열을 변환시킨 에너지’를 재생에너지의 일종인 폐기물에너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부생가스가 위 폐기물에너지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성격을 가지는 부생가스에 대하여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것은 그 과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부생가스 역시 ‘석탄ㆍ석유ㆍ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개념에 포함되고, 이와 같은 부생가스를 이용한 발전 역시 구
지방세법 제143조 제6호의 화력발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판단 이유에서, “화력발전은 화석연료 그 자체를 이용한 것뿐만 아니라 화석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발생한 물질을 이용한 것 역시 화력발전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 또한 “지역자원시설세 과세대상 ‘화력발전’에는 화석연료 그 자체를 이용한 것뿐만 아니라 부생가스와 같이 화석연료가 연소되어 발생한 물질을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부생가스는 ‘석탄ㆍ석유ㆍ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개념에 포함되고, 이와 같은 부생가스를 이용한 발전은 지역자원시설세 과세대상 화력발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 해석의 법적 근거는, 화력발전의 정의를 “석탄ㆍ석유ㆍ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하여 발전”으로 규정한 구
지방세법 제143조 제6호이다. 대상판결이 구
지방세법 제143조 제6호를 어떻게 해석하여 “부생가스를 이용한 발전은 화력발전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는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판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2가지 방식의 목적론적 해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입법자가 ‘등’이라는 문언을 통하여 예정한 목적론적 해석이다. 부생가스와 같이 화석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발생한 물질 역시 구
지방세법 제143조 제6호 소정의 ‘등’ 규정에 의거하여 ‘화석연료’의 범위에 포함되고, 따라서 부생가스를 이용한 발전은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으로서 화력발전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석탄ㆍ석유ㆍ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하여 발전을 하는 자’를 납세대상자로 규정한 구지방세법 제143조 제6호에서 ‘이용’ 부분을 목적론적으로 확장해석하는 것이다. 즉, ‘석탄ㆍ석유ㆍ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이라는 문언은 통상적으로 화석연료를 직접 이용한 발전만을 의미하지만, 대상판결은 ‘이용’의 의미를 확장해석하여 화석연료가 연소되어 발생한 물질을 이용하는 것까지도 ‘이용’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해석을 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부생가스를 이용한 발전은 부생가스를 연소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는 일반적인 화력발전의 방식과 동일한 점, 부생가스를 이용한 발전도 일반적인 화력발전과 마찬가지로 지역에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등 비용을 발생시키므로 부생가스를 이용하여 생산한 일정 용량 이상의 전력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 부과는 그 과세목적이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였을 때, 대상판결의 목적론적 해석은 일응의 타당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부생가스를 이용한 발전’이 화력발전에 해당한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동의하나, 대상판결이 어떠한 논리로 구
지방세법 제143조 제6호를 확장해석하여 “부생가스를 이용한 발전도 화력발전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판시가 없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 배기가스열을 이용한 발전이 지역자원시설세 과세대상인 ‘화력발전’에 포함되는지 여부(쟁점 2)
이 사건 발전소에서는 부생가스를 ‘연소’시켜 가스터빈을 구동시킴으로써 1차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위 가스터빈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열을 재차 회수하여 증기를 생산한 뒤 그 증기로 스팀터빈을 구동시킴으로써 2차적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이 중 후자의 경우 화력발전에서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연소’ 자체가 수반되지 않고, 통상적인 화력발전과 달리 추가적인 탄소, 미세먼지 등의 배출 등 대기오염을 초래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배기가스열을 이용한 발전을 화력발전으로 보아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것은 법 문언에 반할 뿐 아니라, 지역자원시설세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특히 구 지방세법은 2019.12.31. 법률 제16855호로 개정되었고, 개정된
지방세법 제143조(납세의무자) 제2호 나목은 ‘화력발전: 연료를 연소하여 발전을 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령 개정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개정이유를 고려하여 ‘기존의 화력발전의 개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이는 입법자 및 원심 모두 ‘연료의 연소’를 과세대상의 본질적인 요소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기가스열을 이용한 발전을 화력발전의 개념에 포함시켜 지역자원시설세를 과세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원심은 “배기가스열을 이용한 발전 방식은, 전기생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화력발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개발된 것으로서, 가스터빈과 마찬가지로, 스팀터빈을 이용한 발전도 그 터빈을 돌리는 동력의 원천이 부생가스의 연소에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화력발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부생가스에 의한 발전이 화력발전이므로, 부생가스에 의한 발전에서 배출된 배기가스열을 이용한 발전 또한 화력발전으로 보아야 한다고 간단히 판단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원심의 판단을 수용하며, “배기가스열도 부생가스의 연소로 인하여 발생한 열에너지에 해당하는 점, 스팀터빈을 이용한 발전은 가스터빈을 이용한 발전과 시간적, 공간적, 시설적으로 밀접하게 이루어지고, 가스터빈의 효율을 보완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논거로 추가하였다. 이러한 판시는 화력발전의 사전적 정의가 ‘화석연료의 연소로 얻은 열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변환함으로써 전기에너지를 얻는 발전’이므로, ‘화석연료의 연소로 얻은 부생가스를 연소하여 얻은 배기가스열을 이용한 발전’도 화력발전의 사전적 정의에 부합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대상판결이 명확히 설시하지는 않았으나, 이러한 판단의 법적 근거는 ‘석탄ㆍ석유ㆍ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하여 발전을 하는 자’를 납세대상자로 규정한 구
지방세법 제143조 제6호 조문의 목적론적 확장해석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일반적인 화력발전과 달리 배기가스열을 이용한 발전에서는 연료의 연소 및 이로 인한 대기오염이 수반되지 않는 점, 지역자원시설세는 과세대상인 화력발전 등으로 인하여 침해된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 등을 위하여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부과되는 점, 개정된 지방세법은 ‘연료의 연소’가 화력발전의 개념적 특성이라는 것을 확인한 점, “이용”이라는 법 문언을 확장해석하더라도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생가스를 이용한 발전에서 발생한 배기가스열을 이용하는 것’까지 “화석연료의 이용”으로 해석하는 것은 추후에도 과세대상을 지나치게 확장시킬 수 있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대상판결과 같은 확장해석을 하기 위하여는 그 근거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설시가 필요하다.
이처럼 대상판결 해석의 근거에 관하여 여러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음에도, 대상판결이 배기가스열을 이용한 발전을 화력발전으로 보아 지역자원시설세를 과세하여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시하지 않은 점은 법리의 완결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