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세무조사의 절차적 하자로 인한 과세처분의 위법성 판단기준
행정소송법 제30조 제3항은 처분이 절차의 위법을 이유로 취소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고, 판례도 처분의 실체법상 하자 여부와 무관하게 오로지 절차적 하자만을 이유로 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2000두10212, 2001.5.8., 판결 등). 다만, 세무조사의 모든 절차적 하자가 과세처분의 위법사유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모든 절차적 하자가 과세처분의 위법사유가 된다”는 긍정설과 “절차상 하자가 중대한 경우에만 그에 기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는 절충설이 있는데, 판례는 세무조사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경우에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있어 절충설의 입장인 것으로 평가된다.
1)
그렇다면, 세무조사에 어느 정도의 하자가 있으면 이를 ‘중대한 절차상 하자’로 평가하여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학설은 “국세기본법 제7장의 2에 규정된 세무조사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과세처분의 위법성이 인정된다”는 법률기준설과 “세무조사의 목적, 실시 경위, 조사 대상 및 방법, 세무조사권의 남용 및 그로 인한 납세자의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안에서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구체적ㆍ개별적 판단설이 대립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2)
보다 구체적으로, 현재까지의 대법원 판례는 중복 세무조사(
대법원 2004두12070, 2006.6.2., 판결 등), 세무조사 대상 선정사유 없는 세무조사(
대법원 2012두911, 2014.6.26., 판결) 등 국세기본법 규정을 위반한 사안에서는 세무조사의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하였고, 국세청 훈령인 조사사무처리규정을 위반하였을 뿐 국세기본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던 사안에서는 세무조사의 절차상 하자에도 불구하고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부정하였는데(
대법원 2009두2580, 2009.4.23., 판결), 위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법률기준설로도 설명이 가능하고, 구체적ㆍ개별적 판단설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이처럼 세무조사 절차상 하자의 중대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기준이 아직 불명확하기 때문에, 과세처분에 대한 불복과정에서 세무조사의 절차적 하자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통상 그와 같은 절차적 하자가 중대한 것으로서 과세처분의 위법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으로 다투어지고 있다.
1) 이중교, “법원 판결을 통해 살펴본 세무조사의 절차적 통제”, 『조세법연구』 제23권 제2호, 한국세법학회, 2017, 137-140면.
2) 곽태훈, “세무조사 및 과세전적부심사 절차의 하자와 과세처분의 위법성”, 『저스티스』 제201호(2024. 4.), 한국법학원, 383-384면.
나. 세무조사 결과 통지기한을 위반한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
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 및 원심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판결들과 마찬가지로 세무조사 절차상 하자의 중대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명확히 설시하지는 않았으나, 관련 선행판결의 판단과 비교하여 볼 때 법률기준설에 가까운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서 살핀 것처럼,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쟁점 세무조사 결과 통지는 법령상 통지기한에 비하여 불과 11일 늦게 이루어졌고 원고는 쟁점 부과처분에 대하여 필요한 불복기회를 부여받았으므로, 위와 같은 절차적 하자로 인하여 납세자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불명확하였기 때문이다.
생각건대, ① 법치행정의 원칙상 행정기관인 과세관청은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국세기본법령상 절차를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점, ② 세무조사가 국세기본법령에 정하여진 절차를 위반하였음에도 법원이 그에 기한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부정하는 것은 사실상 입법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고 ③ 이 경우 법원이 절차적 하자의 중대성 여부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면 과세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예측가능성 및 납세자의 법적안정성이 크게 침해될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구체적ㆍ개별적 판단설보다는 법률기준설을 기준으로 세무조사상 절차적 하자의 중대성을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더하여, ①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2는 세무조사 통지기한 규정이 강행규정이라는 전제에서 납세자에게 공시송달을 하여야 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기한을 40일로 연장하고 있고, ②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3조의 13 제2항 제4호가 세무조사 결과 통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사유로 ‘납세자가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 수령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납세자가 20일의 기한이 강행규정임을 악용하여 세무조사 결과 통지 수령을 회피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③ 만약 세무조사 결과 통지기한에 관한 규정을 단순한 훈시규정으로 보게 되면 과세관청은 세무조사 기간 종료 이후에도 과세자료 수집 및 분석을 계속하여 사실상 자의적으로 세무조사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세무조사 결과 통지기한에 관한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2를 강행규정으로 보아야 할 필요는 더욱 크다.
따라서 쟁점 세무조사 결과 통지의 국세기본법상 통지기한 위반을 이유로 쟁점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볼 것이다.